작사도방(作舍道傍)
길옆에 집짓기, 의견이 많아 얼른 결정하지 못함
[지을 작(亻/5) 집 사(舌/2) 길 도(辶/9) 곁 방(亻/10)]
어떤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때 신중을 기하기 위하여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한다.
이야기를 듣고 난 뒤 막상 결정이 늦으면 갈피를 못 잡는다.
이 사람 말도 옳은 것 같고, 저 사람 말도 맞는 것 같다.
이럴 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우리 속담이 정확히 나타낸다.
주관하는 사람이 없이 사람마다 자기주장만 내세우면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집을 짓는데(作舍) 사람이 많이 왕래하는 길 옆 터에서
공사(道傍)를 한다는 이 말은 지나가는 이 사람이 한 마디,
저 사람이 한 마디 하는 바람에 결정하지 못하고
부지하세월이 된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 趙在三(조재삼, 1808~1866)의 백과사전
‘松南雜識(송남잡지)’ 중에서 방언류에
‘길가에 집을 지으면서 여러 사람의 의견을 다 듣다 보니
삼년이 걸려도 이루지 못한다
(作舍道傍 三年不成/ 작사도방 삼년불성)’는 말이 나온다.
실제 훨씬 그 이전부터 비슷한 뜻으로 사용된 예가 나온다.
서양 동화 중에서 잘 알려진 ‘팔려가는 당나귀’도
같은 가르침이다. 부자가 당나귀를 팔러 가는데
길가 사람들의 말을 듣고 끌고 가다, 타고 가다,
메고 가다 나중에는 개울에 빠뜨리고 만다.
가장 오래된 중국의 시집 ‘詩經(시경)’에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 나온다.
‘마치 길가는 사람에게 집 지을 일 의논함과 같으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리로다
(如彼築室于道謀 是用不潰于成/
여피축실우도모 시용불궤우성)’라고 했다.
潰는 무너질 궤. 小雅(소아)편에 실려 있는 小旻(소민)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여기서 築室道謀(축실도모)는 똑 같은 뜻으로 사용됐다.
거의 비슷한 표현은 宋(송)의 역사가 范曄(범엽)이 쓴
‘後漢書(후한서)’에 나온다.
후한 3대 章帝(장제) 때의 학자 曹褒(조포, ?~102)가
왕명을 받고 禮制(예제)를 정리하고 冠婚凶吉(관혼흉길)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었다.
그런데 유생들마다 자기주장을 펼쳐 그들에 너무 휘둘리지
말라며 장제가 힘을 실어준다.
‘속담에 이르길 길가에 집을 지으면 삼년가도 못짓는다
(諺言作舍道邊 三年不成/ 언언작사도변 삼년불성)’고 했으니
밀고 가라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