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광(藉光)
남의 남는 빛을 사용하다, 남의 덕을 보다.
[깔 자(艹/14) 빛 광(儿/4)]
깔 藉(자)란 혼동하기 쉬운 글자는 깐다는 뜻 외에
자리란 의미로는 독음이 ‘자’이지만 짓밟다,
업신여기다란 뜻일 땐 ‘적’, 빌리다,
의지하다란 뜻일 땐 ‘척’으로도 읽는다.
머리부수가 대 竹(죽) 아래 글자 문서 籍(적)과도 자주 헷갈린다.
남의 남는 빛을 쓴다는 이 성어는 의미가 바로 떠올리기
쉽지 않아도 남의 덕택에 거저 이익을 보게 된다는
‘남의 떡에 설 쇤다’는 속담과 딱 어울린다.
비슷한 뜻의 속담이 ‘남의 떡으로 조상 제 지낸다’,
‘남 켠 횃불에 조개 잡듯’, ‘남의 팔매에 밤 줍는다’ 등등 많다.
어떻게 보면 옛날이나 오늘이나 전혀 피해를 주지 않아도
노력도 없이 남들 덕으로 편리를 본 얌체를 미워했던 듯한 말이다.
戰國時代(전국시대) 楚(초)나라 甘茂(감무)라는 사람이 있었다.
秦(진)나라 惠王(혜왕)을 섬겨 좌승상으로 있다가 昭王(소왕) 때
참언에 몰려 齊(제)나라로 달아났다.
국경지대인 函谷關(함곡관)에 이르렀을 때
진나라로 사신을 오던 제나라의 蘇代(소대)를 만났다.
소대는 유명한 종횡가 蘇秦(소진)의 동생 그 사람이다.
감무는 소대에게 이야기를 주고받다
‘강변처녀(江上之處女/ 강상지처녀)’를 들려주었다.
처녀들이 모여 촛불을 밝히고 일을 하는데
형편이 구차한 한 처녀는 초를 살 돈이 없어
밤마다 남의 불빛 아래 일을 해야만 하는 처지였다.
다른 처녀들이 아니꼽게 여겨 쫓으려 하자 하소연했다.
자신은 대신 일찍 와서 자리를 정돈하고 청소를 한다며
어차피 남아도는 불빛을 빌려 쓴다고 해서 손해가
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여러 처녀들이 들어보니 일리가 있어 그 뒤로는 같이 일하게 했다.
‘史記(사기)’의 감무 열전과 ‘戰國策(전국책)’ 秦策(진책)에 실려 있다.
감무는 소대에게 제나라에서 자신이 가난한 처녀와 같이
피해를 끼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니 남는 빛으로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간청했다.
사신을 마치고 온 소대는 감무를 추천하여
上卿(상경)의 자리를 앉게 했다.
조그만 도움이라도 받은 사람은 감지덕지한다.
자신이 크게 힘을 쓰지도 않았으면서 남이 조금 잘 됐다 싶으면
온갖 생색을 내는 사람이 있다.
언제 도움을 받을 처지가 될지 모르는데 낯 간지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