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따뜻한 하루

우현 띵호와 2022. 5. 28. 00:03

따뜻한 하루

열두 살 아들과 함께 급히 지하철을 갈아타다가

아이는 미처 타지 못하고 저만 전동차에 탄 적이 있었습니다.

멀어지는 아이의 모습, 아들에게는 가벼운 자폐 증세가 있었습니다.

혹시나 이렇게 생이별을 하게 되는 건 아닌가!

너무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저는 얼른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민아, 네 옆에 아줌마 계시지?"

혹시 그 쪽 승강장에 아주머니 한 분이 계시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생각에서 나온 말이었다.

"여보세요, 무슨 일이세요?"

순간 거짓말처럼 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급했던 저는 아들과 함께 전철을 타 달라고

다음 정거장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부탁 했습니다.

"아이고 걱정 말고 기다리세요. 내가 꼭 내려 줄게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아주머니의 대답에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드디어 열차가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민이의 모습을 발견한 저는

정신없이 달려가 꼭 껴안았습니다.

무사히 다시 만났다는 것에 안도한 사이에

전철은 승강장을 떠났습니다.

저는 정신을 차리고 바로 아주머니를 찾았지만

그 분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리시지 않고 그냥 가셨던 것입니다.

 

저는 출발해버린 열차를 향해

수없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얼굴은 비록 뵙지 못했지만 세상 누구의 목소리보다 따뜻했던

그 분의 목소리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친절하고 마음이 따뜻한 분들이 참 많이 계십니다.

 

짐이 무거워 낑낑대고 있을 때 말없이 손을 빌려 주시던 아저씨!

넘어졌을 때 괜찮으시냐며 도와주시던 아주머니!

떨어진 물건이라며 주어오는 꼬마까지...,

믿어 보세요.

세상은 아직 따뜻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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