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홍계관과 아차고개

우현 띵호와 2024. 10. 22. 21:42

홍계관과 아차고개

조선 제 13대 명종 시절 홍계관이란 

점쟁이가 있었는데, 그의 점궤는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다고 하여 신점으로 불리었다.

홍계관의 집은 

조선 팔도에서 몰려드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그중엔 신분을 감추고 몰래 찾아오는
관리나 조정의 대신들도 있었다.

어느 날 점을 보겠다며 찾아온 장정들이 

그를 에워싸더니, 목에 칼을 들이대고
"조용히 뒷문으로 나갑시다."하였고
뒤뜰에 대기해 둔 가마에 홍계관을
태운 괴한들은 빠른 속도로 이동한
얼마 후 궁궐을 방불케 하는 대저택의 

슬 대문안으로 들어선 괴한들은
호화로운 가구들과 장식품들로
둘러싸인 방으로 안내를 하였다.

"자넨 내가 누군지 짐작하고 있을 터이지"
병풍 앞에 앉은 중년의 여인이 요염한
미소를 흘리며 홍계관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영상대감
나리의 정경부인이 아니신지요?"

"그대 이름이 허명은 아니었군!"
여인은 만족한 듯 크게 웃었다.
그녀는 바로 영의정 윤원영의 애처로서
남편의 위세를 등에 업고 국정농단을
일삼던 희대의 요녀 정난정이었다.

"거두절미하구 이 사주를 좀 봐 주게나"
홍계관은 정난정이 내민 종잇쪽지를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것이 누구의 사주인지요?"
"오! 내 친척일세"
"정경 부인의 친척중에 육축이 있을 줄이야"
"아니 육축이라니 무슨 망발을 그리 하는가?"

발끈하는 정난정을 보며 홍계관은
놀랍다는 듯 말을 이었다.

"이 사주를 보아하니 태어난 지 4년이면
신체가 갈갈이 찢겨져 죽음을 당할 상이니
소나 도야지 같은 육축이 아닌 다음에야
그런 형벌을 당할 리가 있겠는지요?"

그 말을 듣자 정난정은 탄복을 한 듯
홍계관을 바라보았다.

"과연! 과연? 신점이로구나"
정난정은 홍계관을 시험하기 위해
종복이 기르는 송아지의 사주를
내보였던 것인데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것을 보자 완전히 신뢰를 한 듯, 

자신의 생년월일시가 적힌 종이를 내밀었다.

"요즘 꿈자리가 사납다네!
내 앞날이 어떤지 좀 봐주게나?"

원래 미천한 관비의 천출 출신이었던 정난정은
빼어난 미모로 권력의 최고 실세인
윤원영의 애첩이 된 후, 문정왕후와
윤원형의 권력을 등에 업고 정실부인 독살,
사리사욕에 의한 부정부패,
정치개입을 통한 국정농단등
각종 악행에 앞장섰던 인물이었다.

홍계관으로부터 사주풀이를 받은 종이 위에는
독사(毒死)란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뜻이냐?
"말 그대로입니다."
"뭐라고 내가 독약을 먹고 죽는다고!
이런 무엄한 놈"

정난정은 발악하듯 소리치며 찻잔을 던졌다.
찾잔을 맞은 홍계관의 이마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정난정은 분을 참지 못
한 듯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요망한 점쟁이 놈이 감히 내 부인에게
그런 소리를"

문정왕후의 친동생이며 왕의 외삼촌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영의정 윤원영은 부인 정난정의
말을 듣고 몹시 분개했다.

"홍계관이를 죽여 주세요.
그놈을 그대로 두고서는 내 죽어서도
눈을 못 감을 것 같습니다."

정난정이 눈물을 흘리며 읍소를 하자
윤원영은 그 길로 어전에 나가
홍계관은 "민심을 어지럽히는 사이비
점술가이니 속히 붙잡아 처형해야한다"고 

임금님께 주청을 올렸다.

다음날 새벽같이 들이닥친 형리들에게
붙잡혀 왕궁으로 끌려간 홍계관은
임금 앞에 꿇어 엎드렸다.

"네가 홍계관이란 점술가드냐?
혹자는 너를 신복(神卜)이라 하고
혹자는 너를 혹세무민한다 하니,
너를 처벌하기 전에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고자 한다."

임금이 손짓을 하자 내관이 상자를
들고와 조심스레 홍계관 앞에 놓았다.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맞춰 보아라"

어명을 받은 홍계관은 잠시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쥐인 줄로 아옵니다."
홍계관이 정답을 아뢰자 임금은
감탄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허면 그 속에 쥐가 몇 마리 들었는가?"
" 3마리입니다."

홍계관은 자신 있게 대답했지만,
임금은 노해서 소리쳤다.

"저자에게 상자 속에 든 걸 보여주워라"
내관이 상자를 여니 그 안엔 쥐 1마리가
들어있을 뿐이었다.
점궤엔 분명 3마리라고 나왔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모를 일이었다.

당황하는 홍계관을 보며 진노한
왕이 불호령을 내렸다.

"네놈은 사람을 속이는 요망한
점쟁이가 분명하다!
짐까지 속이려 드니 이놈은
극형에 처함이 마땅하구나!
당장 끌고 가서 처형하도록 하라!"

홍계관은 변명할 틈도 없이 형리들에
이끌려 사육신이 처형된 노량진 언덕에
위치한 형장으로 끌려갔다.

이미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생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었다.

형리 앞에 꿇어앉아 마지막 점을 쳐보니
한식경만 버틴다면 살 수 있겠다는 궤가 나왔다.

"형리양반! 내 마지막 소원이니 한식경만
기다렸다 형을 집행해 주시오"

홍계관이 간청하자 형리는 죽을 사람
소원이니 잠시 기다린들 어떠랴! 하며
망나니더러 칼을 내려놓게 했다.

명종은 신복이라는데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상자를 열고
쥐의 배를 가르도록 시켰는데
뱃속에 새끼 2마리가 들어 있었다.
홍계관의 점궤대로 쥐는 3마리였던 것이었다.

크게 놀란 임금이 다급하게 명을 내렸다.

"홍계관은 신복이 분명하다!
속히 가서 그의 처형을 멈추게 하라!"

어명을 받은 전령이 급히 말을 몰아
한강나루를 건너며 멀리 형장을
바라보니 망나니가 홍계관의 목을
금방이라도 내려칠 듯 칼춤을 추고 있었다.

"어명이오! 사형을 중지하라!"
전령은 다급하게 소리치며 손을 흔들었다.
멀리서 말을 탄 전령이 뭐라고 소리 지르며
손을 흔드는 모습을 본 형리는 망나니에게 소리쳤다.

"어서 서두르게 빨리 집행하라고 야단일세"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망나니의
칼이 바람을 갈랐다!
신복으로 불리며 일세를 풍미한 홍계관은
그렇게 형장의 이술로 사라졌다.

뒤늦게 이 일을 보고받은 명종 임금은
"아차 실수로다" 하고 크게 탄식을
했다고 하며, 그로 인해 사육신 묘로 올라가는 

이 고개를 '아차 고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후 홍계관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정난정은 윤원형의 전처였던 김씨를
독살했다는 혐의로 사약을 받을 위기에 처하자 

음독자살했고,
5일 뒤에 윤원형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홍계관의 예언이 적중한 셈이었다.

저 벽송의 짧은 단상으로도
어찌 남의 목숨을 초개처럼 여기고서
자기만 살 길을 구할 수가 있을까요?

가장 높이 오른 자는 이제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알아
은연 자중해야 하는 것이며,
죄는 지은데로 가는 것을!
어찌 지위 높은 줄만 알고,
하늘 높은줄은 몰랐을까???
지위란 누리라는 자리가 아니라
분신쇄골 해야하는 단두대라는 사실
작금 우리 모두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할 것입니다.

우리가 무슨 실수를 했을 때 '아차' 하는
바로 그 아차 고개, 여기에는 신복으로
불리면서 조선 최고의 점술가로
이름 높던 홍계관에 얽힌 전설이
서려 있는 슬픈 고개명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차'할때는
이미 늦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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