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미자불문로(迷者不問路)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6

미자불문로(迷者不問路)

길을 잃어 헤매면서 길을 묻지 않다,

조언을 무시하고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다.

[미혹할 미(辶/6) 놈 자(耂/5) 아닐 불(一/3)

물을 문(口/8) 길 로(足/6)]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한 길은 여러 갈래다.

지름길을 안다면 쉬울 수 있지만 그것을 찾기가 또 어렵다.

갈림길이 많아 잃은 양을 찾지 못한다는 多岐亡羊(다기망양)과

같이 여러 갈래를 알아도 정작 목표와는 먼 경우가 많다.

‘아는 길도 물어 가랬다’란 속담은 모든 일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말이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묻는 데

주저하지 말라는 뜻도 있다.

뽕따는 아낙에게 구슬에 실 꿰는 법을 여쭌 孔子(공자)는

不恥下問(불치하문)을 실천했고,앞서 詩經(시경)에는

나무꾼에도 물어보라고 詢于芻蕘

(순우추요, 芻는 꼴 추, 蕘는 땔나무 요)란 노래를 남겼다.

모두 모를 때 질문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반해 옳은 길을 가르쳐도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꼭 있다.

길을 잃어 헤매는(迷者) 사람이 바른 길을 묻지 않는(不問路) 사람이다.

도리를 잃은 사람은 제멋대로 일을 처리할 뿐

어긋나도 현자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

중국 戰國時代(전국시대, 기원전 403년~221년)

말기 유학자 荀況(순황)의 저작 ‘荀子(순자)’에

나오는 내용을 먼저 보자.

나라마다 어진 이는 있어도 어리석은 사람이 나온다며

大略(대략)편에서 설명한다.

‘길을 잃은 사람은 주위에 묻지 않았기 때문이고,

물에 빠진 사람은 건널 수 있는 곳을 묻지 않았기 때문이며,

망한 사람은 홀로 하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迷者不問路 溺者不問遂 亡人好獨/ 미자불문로 익자불문수 망인호독).’

이보다 앞선 春秋時代(춘추시대, 기원전 770년~403년)

齊(제)나라의 명재상 晏嬰(안영)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위험에 빠진 사람은 구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젊은 나이에 제멋대로인 魯(노)나라 昭公(소공)이

三桓(삼환)에 쫓겨 제나라로 망명해왔다.

景公(경공)이 자초지종을 물으니

소공은 간하는 사람을 멀리 하고 아첨배만 두었다고 후회했다.

경공이 과오를 느낀다고 여겨 안영에게 도와주자고 했다.

그의 언행을 기록한 ‘晏子春秋(안자춘추)’에서 말한다.

‘물에 빠진 사람은 수로를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며,

길을 잃은 사람은 길을 묻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溺者不問墜 迷者不問路/ 익자불문추 미자불문로).

안영은 이미 때가 늦은 사람이라 소용없다며 도움을 반대한다.

內篇(내편)에 실려 있다.

길을 가다가 방향을 잃은 줄 알면

어디로 가야 할지 묻는 것이 빠르다.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뻗대다가 물어보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이런 사람은 타인의 건의나 심지어 상관의 명령까지

자의로 해석하는‘길로 가라니까 뫼로 가는‘ 독불장군이다.

옳은 방향으로 고집을 부린다면 뚝심 있는 추진력을

칭찬 받겠지만 잘못을 알고도 밀고 나가다간 나중에

낭떠러지만 만난다.

도리를 잃어 마지막까지 가는 사람은 때가 늦어

포기하는 것이 옳다는 안영의 교훈을 새길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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