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夜話) / 움켜쥔 단추

우현 띵호와 2021. 7. 19. 22:28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夜話) / 움켜쥔 단추

강원도의 정선땅 첩첩산중 담비골에는 단 두 집이 살고 있는데

윗집엔 심마니 부부가 살고 아랫집엔 사냥꾼 부부가 살며

그들은 마치 친형제처럼 내것 네것이 없이 서로 사이좋게 살았다.

어느날 산삼을 캐러간 심마니 남편이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아,

부인이 쪽마루에 걸터앉아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랫집 사냥꾼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형수님, 우리 집사람 여기 안 왔습니까?”

심마니와 사냥꾼 마누라가 서로 눈이 맞아 도망을 쳤으며,

심마니 부인이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자

사냥꾼은 연놈들을 찾으러 간다며,

대처로 갔다가 3일 만에 헛걸음을 치고 돌아왔다.

“형수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일어나세요."

아랫집 사냥꾼이 음식을 가져와 심마니 부인에게 권하며

정신을 차려서 빨리 일어나라고 하였으며 아랫집의 생홀아비와,

윗집의 생과부가 매일같이 분노와 한숨으로 살아갔다.

눈이 펄펄내리는 어느 겨울밤에 아랫집 사냥꾼이 술냄새를 풍기며

윗집의 생과부 방으로 들어가자 그녀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연스레

사냥꾼의 품에 안겼으며 그들은 한몸이 되었다.

아랫집 사냥꾼이 윗집 생과부의 치마와 고쟁이를 벗기고

자신의 옷도 훌렁훌렁 벗어던지고 그녀의 몸위로 올라가자,

그녀의 아랫도리 삼각계곡에는 숲이 무성하고 옥문은 질척거렸다.

벌써 질퍽해진 생과부의 옥문속으로 홍두깨 같은 사냥꾼의

커다란 양물이 힘차게 들어가자 그녀는 암고양이 울음소리 처럼

앙칼진 신음을 토해내며 너와집이 떠나갈 듯이 울부짖었다.

​​생과부는 사냥꾼의 목을 힘주어 끌어안고

다리로 그의 허리를 휘어감았으며 그들은 한몸이 되어서

방안을 이리저리 뒹굴고 그녀의 옥문에선 황소가 뻘밭을

달리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그녀는 사냥꾼을 힘껏 끌어안고 엉덩이를 돌리고 들었다 내렸다 하며

요분질을 해댔으며 너와집이 무너질듯 폭풍이 일어나고

그녀의 애절한 감창이 담비골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퍼졌다.

그녀가 옥문을 오물오물 조이며 사냥꾼의 양물을 잘근잘근 깨물고

사냥꾼의 양물이 그녀의 옥문을 수없이 들락날락 하며 절구질을 계속하자

그녀는 교성과 비명을 지르면서 울부짖었다.

한바탕 천둥번개와 함께 요란한 폭풍이 지나가고

사냥꾼이 생과부의 몸에서 떨어졌으며,

잠시후에 그녀는 사냥꾼을 팔베개하고 온갖 애교를 떨면서

베갯머리 송사가 이어졌다.

"형수님! 아직도 형님 생각나요?"

"그인 벌써 오래 전에 잊었어요."

잠시후, 또다시 사냥꾼과 생과부는 몸이 불덩이가 되어서

너와집이 무너질 듯이, 격렬하게 움직이고 광란의 밤을 보냈으며

그들이 모두 삼합을 치루자 어느듯 동이 트고 새벽녘이 밝아왔다.

사냥꾼과 생과부는, 자연스럽게 서로 가시버시가 되어

새살림을 차렸으며 사냥꾼은 심마니 부인을 형수님이라 부르는 대신에

여보라 불렀고 그녀도 사냥꾼을 서방님이라 불렀다.

사냥꾼은 하룻밤도 거르지를 않고,

심마니 부인의 옷고름을 풀고 치마와 고쟁이를 모두 벗겨

그녀의 옥문을 꾹꾹 눌러주었고,

그녀는 사냥꾼 새서방과 새로운 밤풀이에 심신이 들떴다.

새살림을 차린 그들은 지난 가을의 분노와 한숨은 까마득히 잊어버렸고,

새로운 삶이 너무나 짜릿해 웃음꽃이 질날이 없었으며,

얼마후 꽃피고 새 우는 화사한 봄날이 찾아왔다.

어느날 산나물을 뜯으러 산속으로 들어간 사냥꾼 새부인은

사냥꾼이 좋아하는 곰취 나물을 뜯으러 산속으로 점점 깊이 들어가다가

풀숲에서 시체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바위 사이의 풀속에 처박힌 시체는 사냥꾼 부인과 함께 도망쳤다던

남편 심마니의 시체였고,

움켜쥔 그의 오른손을 펴자 단추 하나가 나왔으며

그녀는 단추를 들고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가 사냥꾼이 가을에 입던 조끼를 꺼내자 단추 하나가 떨어졌고,

나머지 단추와 그녀가 시체에서 가져온 단추는 모양이 같았으며,

사냥꾼이 방으로 들어와 방바닥에 엎드려 울었다.

“용서하시오. 내가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나는 미칠 것만 같았소.”

망연자실 천장만 바라보던 부인이 조끼와 단추를 들고 나가더니

아궁이 불속에 던져버리고 방으로 들어와 배시시 웃으면서

그녀도 사냥꾼의 품속에 안기는 꿈을 수없이 꾸었다고 했다.

사냥꾼이 감격하여 그녀를 끌어안자

그녀는 자기 스스로 옷고름을 풀고 치마와 고쟁이를 벗었으며 알몸으로

드러누워 가쁜 숨을 몰아쉬자 사냥꾼도 자기의 옷을 벗고 그녀에게 올라갔다.

그녀는 자지러지는 신음 소리를 내면서 사냥꾼을 끌어안고 요분질을 해댔으며,

너와집이 무너질듯 거센 폭풍이 일어나고 그녀의 애절하고도 처절한

감창소리가 문풍지를 흔들었다.

한바탕 천둥번개와 함께 방구들이 꺼질듯 요란한 운우가 끝나고

사냥꾼이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자 그녀는 뒤범벅된 땀을 훔치지도 않은채

속치마만 걸쳐입고 부엌에서 술상을 차려왔다.

사냥꾼이 하초만 가린 채 벌컥벌컥 술잔을 단숨에 비웠으며

그리고는 초점을 잃은 눈을 크게 뜨더니 입에서 피를 토하고,

바닥에 고꾸라졌으며 그녀는 마침내 지아비를 죽인 원수를 갚았다.

이튿날,

산속으로 들어간 그녀는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심마니의 시체를 수습하여

땅에다 묻고 술을 따루어 제를 올렸으며,

사냥꾼의 시신도 수습해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고 술을 따랐다.

사냥꾼이 비록 지아비를 죽인 원수이지만 그 또한 다섯달 동안

살을 섞으면서 살아 온 지아비였으며 거름더미 속에 파묻혀 있던

사냥꾼 부인의 시체도 찾아내어 고이 땅에 묻어주었다.

그날밤,

담비골의 두 집에는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올랐으며

그녀는 어디론가 종적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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