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금소총 61-70화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1

고금소총 61-70화

제61화 진작 그걸 알았더라면(若知如此)

어떤 신부가 음양의 이치를 모르는 코흘리개

신랑과 결혼하여 신혼의 첫날을 지냈다.

신랑신부가 시댁으로 와서 시어머니에게 폐백을 드리는 데

그때 갑자기 산기(産氣)가 있어 그 자리에서 아기를 낳았다.

시어머니는 여러 사람 앞에서 어떻게 할 바를 모르고 급히

신부 앞으로 가서 아기를 받아내어 치마에 싸서 안방으로 가

눕힌 후 다시 돌아오자 신부가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님께서 이렇게 손자를 사랑하시는 줄 알았더라면 작년에

낳은 아이도 데리고 와서 함께 뵙지 못한 것이 한이옵니다."

 

제62화 본즉 별것 아니더라(吾已見之不足也)

어떤 나그네가 먼 길을 가다가 어느 산골 마을에 투숙하였다.

그 집 여주인을 보니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마침 남자 주인은 밖에 나가고 없었다.

나그네는 그 여인을 안아주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방 구조를 살펴보니 아래 위 방 두칸에 중방(中防)만 있을 뿐

벽은 없었다.

밤이 되어 여주인이 중방 옆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좀 더 밤이 깊어지면 한번 해보리라 작정해 놓고 잠깐 잔다는

것이 깊은 잠이 들었다.

그 동안 주인이 밖에서 돌아와 그의 처를 아랫목에 눕게 하고

자기는 중방 옆에서 잤다.

나그네가 돌연 잠이 깬 후 아직도 여자 주인이 그 자리에 자고

있는 줄 알고 중방 너머 손으로 누워 있는 사람을 어루만지니

누운 사람도 또한 그의 손을 마주 잡고 교태를 부린다.

나그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그의 손을 이끌어 자기의

양물(陽物)을 만지게 하였는 데 상대방이 그것을 잡으며 조금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으니 나그네는 더욱 기뻐하였다.

자신을 얻은 나그네는 상대의 음문(陰門)을 만져보고자 하여,

처음에는 배를 쓰다듬다가 차츰 손을 아래로 가져갔다.

드디어 손을 뻗쳐 음문 쪽으로 다가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건 음문이 아니고 남자의 장양(壯陽)이 아닌가 ?

나그네는 크게 놀라 곧 일어나 황급히 종을 불러,

"얘, 빨리 떠나자." 하고 재촉하였다.

그러자 집주인이 짐짓 제지하면서 말했다.

"이 깊은 산골에 사나운 짐승이 많으니 밤중에 가신다니요?"

그러자 나그네의 종이 대답했다.

 

"행구(行具) 가운데 연장이 많으니 아무 걱정 없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이 말했다.

"연장 행차를 자랑하지 마오! 내가 조금 전에 보니 형편없더이다.“

 

제63화 여자는 싫어(不敢接近女色)

어떤 시골 촌가에 중년 과부가 있었다.

그녀의 흰 피부와 꽃 같은 용모 때문에 남자들은 그녀를 한번

바라보기만 해도 심신이 흩어질 정도였다.

그녀의 생활은 가난하지 않았으나 자녀들이 없었다.

식구라고는 다만 총각 머슴 뿐이었다.

그 총각은 천성이 숙맥이어서 이 과부집에 적격인 머슴이었다.

하루는 과부가 우연히 보니 자기 침실 한 구석에 조그만 구멍이

났는 데 생쥐 한 마리가 거기를 들락날락 하고 있었다.

이날 밤 과부는 쥐를 잡기 위해 쥐구멍 앞에 앉아 뜨거운 물을

쥐구멍에 쏟아 넣었다.

쥐는 그 뜨거운 물에 견딜 수가 없어 뛰쳐 나오다가 앞에 있는

작은 구멍에 숨어들었는 데 바로 과부의 옥문(玉門)이었다.

그런데 그 옥문은 좁고 어두워 방향을 분간할 수 없어 깊이 들어가

이리저리 움직이니 과부는 쾌감을 느끼게 되어 미친 듯이 도취되었다.

한참을 그리하니 지쳐서 그 쥐를 몰아내려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급히 총각을 불렀다.

총각은 깊은 밤에 과부 방으로 들어가자 과부가 옷을 벗은 채 누워

추파를 보내고 애교 있는 말과 고운 웃음으로 총각의 손을 잡고 옷을

벗기며 함께 이불 속으로 들어가자 총각은 처음 당하는 일이라

겁나고, 또 음양의 일을 몰라 과부가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는 데,

끌어안고 눕게 되자 비로소 운우(雲雨)의 극치에 다달았다.

그때 생쥐가 발악하여 있는 힘을 다해 총각의 양물(陽物) 끝을 깨물었다.

총각은 크게 놀라 소리를 지르면서 그 아픔을 참지 못하여 과부 품에서

떨어져 나가고 생쥐도 또한 그 구멍으로부터 뛰쳐나왔다.

그 이후 총각이 항상 중얼거렸다.

"여자 뱃속에는 반드시 깨무는 쥐가 있으니 조심하자."

 

제64화 염려 마시오(勿憂)

어떤 벼슬아치가 있었는데 그는 기생집 출입을 몹시 즐겼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질투가 극악한 아내 때문에 걱정이었다.

어느 날 그는 자라 목 하나를 소매 안에 숨기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아내가 강짜를 부리자 그는 일부러 크게 화를 내면서,

"모름지기 아내의 투기는 모두 가랑이 사이의 이 물건 때문이다.

이것이 없다면 투기를 당하지도 않겠지!"

하고는 작은칼을 꺼내어 그 물건을 베는 척 하고는 자라목을 꺼내어

마당으로 던져 버렸다. 이에 놀란 아내가,

"내 아무리 질투가 심하다고 하여도 이게 무슨 일인가?"하며 통곡했다.

이 때 마침 유모가 뜰을 지나다 그가 던진 물건을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크게 염려하지 말아요. 던져진 물건은 눈이 둘이고 색깔이 얼룩이 있으니

양두가 아니라오." 말하니 아내는 크게 안도하고 다시는 질투하지 않았다.

 

제65화 그 사내에 그 여자(厥漢厥女)

한 사내가 해가 높도록 이불을 끼고 누워 있는데

조개젓을 파는 여인이 "조개젓 사이소."하고 집 마당으로 들어왔다.

사내가 창 사이로 내다보니 조개젓 장수의 외모가 반반하였다.

그래서 거짓으로 앓는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내가 병들어 누워 일어나지 못하니 조금도 꺼림칙하게 여기지 말고

이 방으로 들어와 이 그릇에 조개젓 두푼어치만 담아 오시오."

여인은 그 말을 믿고 방으로 그릇을 가지러 들어가니

사내가 이불을 들치고 벌거벗은 몸으로 신(腎)을 뻗쳐들고 덤벼들었다.

여인이 "이게 무슨 짓이오? 흉악해라. 흉악해라!" 하는 데

그 흥이 극치에 달하자 "흉악 ! 흉악 !" 소리만 계속 나왔다.

그녀가 일을 마친 후 조개젓 통을 이고 그 집 문을 나서며 외쳤다.

"흉악젓 사이소!"

 

제66화 신랑이 이제야 제대로 구멍을 찾았도다(郎復得穴)

어떤 어리석은 신랑이 아내를 맞이하였다.

처가에서 첫날밤을 맞아 신부가 방으로 들어오자 캄캄한 방에서

신부의 몸을 더듬어 만지면서 가슴을 등으로 알고, 두 유방을

혹으로 알고, 또 엉덩이를 만져보면서 구멍이 없다고 하는 등

크게 화를 내더니 그날 밤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신부의 집에서는 크게 놀라 그 연유를 딸에게 묻자 그 딸이

시를 써서 읊었다.

“첫날 밤 촛불 끄고 향기가 사라져 가는 데(花房燭滅篆香消)

우습다, 바보같은 낭군 달아났네.(堪笑癡郞底事逃)

참맛이야 당연히 앞을 따라 얻는 것인 데(眞境宜從山面得)

산등만 찾고 헛되이 땀만 흘리다니(枉尋山背太煩勞)“

신부의 집에서 이 시를 신랑의 아버지에게 보내자,

그는 짐작되는 바가 있어 아들을 보고는 꾸짖었다.

"너 다시 가보라!"

신랑이 다시 가서 과연 제대로 구멍을 찾자 그날 밤부터 즐겨하며

돌아갈 줄 몰랐다. 이를 본 이웃사람들이 말했다..

"신랑이 처음에는 실혈(失穴)을 하여 야밤에 달아났지만,

이번에는 다시 득혈(得血)을 하여 돌아가지 않는구나."

 

제67화 아내 자랑 싱겁도다(良妻無常)

옛날 봄놀이 하던 여러 선비가 산사(山寺)에 모였는 데,

우연히 아내 자랑을 늘어 놓게 되었다.

곁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한 노승이 한참만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여러 높으신 선비님들은 말씀들을 거두시고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소승은 옛날에는 한다 하는 한량이었소. 처가 죽은 후 재취 하였더니

어뗳게 고운지 차마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다정하게 지내게 되엇지요.

그런데 마침 되놈들이 쳐들어와 재물을 노략질하는 데 소승이 사랑하는

아내에 빠져 싸우지 못하고 아내와 도망쳤다가 끝내 되놈에게 붙잡혔소..

되놈 장수가 아내의 아름다움을 보자 소승을 장막 밑에 붙잡아 묶어놓고

아내를 이끌고 장막 안으로 들어가 자는 데 깃대와 북이 자주 접하여

운우(雲雨)가 여러번 무르익어 아내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아내가 되놈 장수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겠소.

"남편이 곁에 있어 편안치 않으니 죽여 없애는 것이 어떻소?"

"네 말이 옳다. 좋다. 좋아."

그 순간 소승이 그 음란함에 분통이 터져 있는 힘을 다해서 팔을 펴

묶은 오라를 끊고 장막 안으로 뛰어들어 청룡도를 찾아 남녀를 베어버리고

몸을 피해 도망한 후 머리를 깎고는 지금까지 구차하게 생명을 보존하고

있소이다. 그러니 선비님들 아내 자랑을 어찌 믿을 수 있겠소?"

이 말을 들은 선비들은 묵연히 술만 마셨다.

 

제68화 끝내 허사로다(終無入葬)

어떤 늙은 나그네가 지방 친구 현감의 서재에서 묵게 되었는 데

하루는 깊은 밤에 소동(小童)을 시켜 예쁜 기생을 불러다 함께 잤다.

그런데 닭이 울고 날이 샐 때까지 기생을 품고 있었는 데도

양물(陽物)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기생이 짜증스럽게 말하였다.

"소녀의 음호(陰戶)가 생원님 댁의 산소인가요 ? 밤이 새도록 시체를 메고

아래 위를 헤맬 뿐 끝내 입장(入葬)을 하지 못하시니 말씀입니다."

그러자 나그네는 부끄러워 얼굴만을 붉히고 감히 기생을 꾸짖지 못했다.

 

제69화 아버지 등에서 자겠어요(伏宿於父之背上)

부부가 밤에 교합(交合)을 하는데 새벽 달빛이 창에 가득 비쳤다.

곁에서 자고 있던 어린 아들이 문득 깨는지라 남편은 가만히 아내 위에

그대로 엎드려 있었다.

어린 아들이 이를 보고 괴상하게 여기며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 ! 왜 엄마 배 위에 엎드려 있어요?"

아버지는 대답할 말을 찾다가 속여 말했다.

"벼룩이 깨물어서 여기 피해 왔느니라."

그러자 아들이

"아버지 그럼 나도 벼룩이 깨물면 안되니 아버지 등에 엎드려 자겠어요."

하고 기어 올라갔다.

 

제70화 늙은 도적의 속임수(老賊之術)

기축년(己丑年)에 국상(國喪)을 맞아 이원(梨園, 기생집)을 혁파하자

진주기생 여러명이 고향으로 돌아가다가 안포역에서 묵게 되었다.

이때 김해(金海) 땅에 허생(許生)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또한 고향으로

가다가 같은 역에서 묵게 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허생이 기생들에게 말하기를,

"이곳은 산이 깊고 마을이 드무니 옛날부터 도적이 잘 드나드는 곳이다.

이전에 내가 우후(虞侯) 벼슬로 합포(合浦)에 부임하다가 우연히 여기서

묵게 되었는 데, 강도 수십명이 몰려와 창으로 위협하여 당해낼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그 도둑의 괴수를 죽이자 무리들이 드디어 흩어져 갔다.

여기는 도둑 아니면 호랑이 먹이가 될 염려가 많은 곳이며, 요즈음 와서

그 살아남은 도적들이 번창하여 행인은 몸을 보전하기 어려우니

오늘 어디서 죽게 될지 모르겠다." 하니 기생들이 모두 크게 놀랐다.

밤 이경(二更, 21시경)에 허생이 하인으로 하여금 어지럽게 대문을 두드려

치게 하여 도적이 약탈하러 온 것처럼 하자 여러 기생들이 급히 달려들어

허생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기고 혹은 만류하는데, 허생이 말하기를,

"옛부터 대장부가 쉽사리 아녀자 때문에 몸을 망치는 일이 많다.

너희들이 나를 망치려고 하느냐 ! 그러나 이른바 장부 된 이유는

능히 사람의 급한 일을 선뜻 도와주고 사람의 재난을 막아주는 것이다.

늙은 내가 아직 죽지 않았으니 너희들은 너무 걱정하지 말라."하고

여러 기생들을 방마다 따로 숨게하고 뜰 가운데 나가 큰 소리로

"나는 옛날에 너희들의 괴수놈을 한 칼에 죽인 허장군이시다.

지난해에는 동으로 이시애(李施愛)를 쳐서 공이 제일이요,

겨울에 또한 서쪽으로 쳐 나가 이만주(李萬柱)를 베었으니

또한 공이 일급이라. 벼슬도 올라 첨지중추(僉知中樞)를 받았다.

너희들 쥐와 같은 무리를 어찌 이빨틈에 끼워 두겠는가. 적대하려면

 

감히 와서 싸울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물러가라 !" 하고 일갈하니

하인이 얼마 후 "도적들이 황급히 물러갔습니다." 하는 것이었다.

이에 허생이 말하기를

"도적의 꾀는 예측하기 어려우니 밤새워 경계를 철저히 하라."

이에 기생들이 몸을 숨긴채 감히 나와서 소리를 내지 못하였다.

그제야 허생이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두루두루 하나도 빠짐없이

기생들을 품어 안다보니 그 사이에 날이 밝았다.

이 때에 여러 기생들이 허생이 떠나는 모양을 보니 야윈 말 위에

말고삐잡이 하인 하나에 허생머리는 백발인데다 몰골은 수척하였다.

기생들이 놀라 서로 돌아보면서 탄식하였다.

"우리들이 바로 저 늙은 도적의 속임수에 빠졌지 뭐냐!"

 

 

'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금소총91-100화  (0) 2021.09.25
고금소총 71-80화  (0) 2021.09.25
고금소총51-60화  (0) 2021.09.25
고금소총 41-50화  (0) 2021.09.25
고금소총21-30화  (0)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