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금소총101-110화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2

고금소총101-110화

제101화 생강장수의 한탄(薑商恨歎)

커다란 배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생강(生薑)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낙동강을 오르다

경상도 선산(善山)의 월파정(月波亭)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色鄕)으로 이름난 이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 수야 없는 일이지..."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 배의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동전 한 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지내는 동안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마는 다만 소원이 한 가지 있다.

너의 그 옥문(玉門)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 배를 다 먹어치웠는지

보고 싶구나. 밝은 대낮에 한번 보여 줄 수 없겠느냐?"

이 말을 들은 기생은 웃으면서 생강 상인에게,

"그런 소원이라면 열 번도 들어드릴 수가 있습니다."

하고는 옷을 모두 벗고 번듯이 드러누워 무릎을 세우고 옥문을 보여 주었다.

이에 상인은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본 다음

시를 한 수 짓고는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창황히 떠나갔다.

- 멀리서 바라볼 땐 늙은 말의 힘없이 감기는 눈알 같더니,

- 가까이 들여다보매 고름 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

- 양쪽에 나온 입술 안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齒牙)가 없는데,

- 어떻게 한 배에 가득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다 먹어치웠는고?

 

제102화 우둔한 남편(愚男)

한 양반 집에 부부 종이 있었는데,

아내인 여종은 매우 곱고 예뻤으며 또한 영리했다.

그러나 그 여종의 남편은 우둔하고 미련해 주책이 없었다.

이 집주인이 그 여종 남편 몰래 여종과 정을 통하고 있었는데

여종 역시 매우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밤낮 가리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만나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하루는 낮에 주인이 여종을 데리고 후원 나무숲 사이에 가서

옷을 벗기고 눕힌 다음 그 위에 엎드려 즐기고 있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열정이 한창 무르녹고 있을 때,

저쪽에서 여종의 남편이 일을 마치고 이리로 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주인남자는 얼른 몸을 일으켜 여종이 벗어 놓은 치마로

누워 있는 여종의 얼굴을 덮었다.

그리고는 그 여종의 남편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이리 오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여종의 남편은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반대쪽으로 멀리 피해 갔다.

곧 주인남자는 다시 덮었던 치마를 걷고 끝나지 않은 놀이를 계속하여

흡족하게 정을 나누었다.

낮에 이와 같이 여종과 즐거움을 나눈 주인은

저녁때 사랑방에 나와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낮에 관계를 가졌던 그 여종의 남편이 와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 어른! 아까 낮에 주인 어른이 어떤 여자와 재미를 보고 계실 때,

소인이 눈치를 채고 알아서 잘 피했지요 ? 헤헤헤."

하고 눈치 있게 미리 알아서 잘 피해 준 것을 자랑하듯이

이렇게 말하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에 주인 남자는 기특하다고 칭찬하며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 매우 고마웠다.

아마 그때 나하고 있던 그 여자도 네가 눈치채고 알아서

피해 주었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할 거야."

이 말에 여종의 남편은 큰일을 잘 해낸 듯이

너무나 흐뭇해하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여종의 남편은 그 길로 자기 아내에게 가서

낮에 있었던 얘기를 자랑스럽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주인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았다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 얘기를 들은 여종은 남편에게 다음과 같은 말로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여보! 주인 어른에 대한 일은 누구에게도 소문내면 안 되어요.

만약 소문내면 큰 죄가 되니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아요. 알겠지요?"

"아무렴, 내가 뭐 세 살 먹은 어린아인가?

그런 것을 남에게 얘기하게. 내가 눈치껏 알아서할 테니 걱정하지 마."

라고 대답하고 나서 여종의 남편은 스스로 대견해하며 기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제103화 살꽁지 터진다(肉尾破裂)

옛날에 어느 작은 마을에 처녀 총각이 살았다.

하루는 총각이 나무하러 산에 가보니 마침 처녀도 나물 캐러 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딱 둘뿐이었다.

총각은 엉큼한 생각이 들어서 수작을 꾸미기 시작했다.

"너 나물 다 캤니?"

", 너 나무 다 했어?"

", 그러면 우리 점심이나 먹자."

둘은 자연스럽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서

가지고 온 점심 보자기를 풀었다.

그런데 총각은 무얼 좀 알았던 모양이나 처녀는 맹한 구석이 있어

남녀의 일에 관해 전혀 몰랐다.총각이 넌지시 말했다.

"저 옹달샘에 가서 물을 좀 마시려고 하는데 나를 좀 붙잡아 줄래?"

"그래."

총각 녀석은 그 대답을 듣더니만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여 알몸이 되었다.

"물먹는데 옷은 왜 벗어?"

처녀가 묻자 총각이 둘러댔다.

"혹시라도 물에 빠져서 이 옷을 적시면 어떻게 입어 ?

그러니까 미리 벗는거야."

", 그렇구나."

총각은 넙죽 엎드려 물을 마시다가 뒤를 향해 처녀에게 소리쳤다.

"물 마시기가 힘이 들어. 내 다리 사이에 살꽁지가 하나 달려 있지 ?

그걸 꼭 잡아다오. 그렇지 않으면 물을 못 마시겠다."

처녀는 멋도 모르고 그 문제의 살꽁지를 잡았는데

처음에는 한 손으로 잡았지만 살꽁지가 자꾸

굵어지니까 두 손으로 잡았는데도 점점 굵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처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살꽁지 터진다. 물 좀 그만 먹어라. 살꽁지 터진다. 살꽁지 터져."

"그래 꼭 잡아라, 터지기 전에 꼭 잡아라. 잘못하면 빠지니까."

 

제104화 누가 먼저?(何人先行)

한 노파의 이웃집에 매우 젊고 예쁜 부인이 살고 있었다.

이 노파가 가만히 살펴보니 그 젊은 부인은 남편이 없는 사이에

건너 마을에 사는 노총각과 정을 통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확실한 증거가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노파가 그 부인 집에 가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슬쩍 거짓말로 부인을 떠보았다.

"저 건너에 사는 노총각 김씨가 며칠 전 나에게 자랑삼아 살짝 얘기하던데

어느 날 이 집 앞을 지나가니 부인이 억지로 끌어들여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바지를 벗기며 즐기자고 해서 할 수 없이 한번 재미있게 해주었다고 하더군 그래.

부인 ! 그 노총각의 말이 사실인거여 ?

그 말이 사실이라면 조금은 자존심이 상하는 행동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했어 ? 그 총각은 그것을 자랑으로 여기던데....."

이렇게 완전히 이야기를 꾸며서 슬쩍 물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얼굴이 새파래지면서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뭐요? 내가 언제 자기를 끌어들였다고

그런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소리를 해요?

어림도 없는 소릴랑 하지 말라고 해요.

사실은 내가 우연히 그 집 앞을 지나가는 데

그 노총각이 갑자기 나를 억지로 끌고 들어가서

내가 할 수 없이 한번 당했을 뿐인 데,

어찌 그런 수치스러운 말을 할 수가 있단 말이예요?

아이고, 원통하고 분해라 !"

 

제105화 참을성이 없으니 가난하게 살지(勿忍貧賤)

안성장 하면 팔도에서도 손꼽히는 큰 장이다.

바로 그 안성장터 부근에 천성이 너무 좋아 천치 취급을 받는

한 농부가 살고 있었다.

장날이 되면 백여 리쯤 떨어진 절에 있는 젊은 중이

나귀를 타고 장을 보러 와서는 이 농부 집에서 묵는다.

그러나 말로는 묵는다지만, 장거리에서 밥을 사먹고 마굿간에서

자기가 타고 온 당나귀와 같이 잠을 자는 것이다.

농부의 아내가 몇 번이고 집안에서 자라고 권유했으나

중은 도무지 말을 듣지 않았다.

"난 마굿간이면 족합니다. 짚더미 속에서 자는 것이 좋아서요.

그리고 사실은 나는 당나귀로 예쁜 여자를 만들어서

심심찮게 재미를 본다오."

농부의 아내는 깜짝 놀라서,

"어머나, 그럼 대사님은 여자를 당나귀로 만드실 수도 있으신가요 ?"

", 물론 할 수 있고 말고요.

나는 무엇이든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농부의 아내는 돈버는 수를 생각해 냈다. 그리고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대사님께 부탁하여 당나귀가 되면

임자가 장에 데리고 가서 좋은 값으로 팔구려.

그러면 내가 틈을 보아서 그전대로 사람 모습이 되어 가지고 되돌아 올 테니까."

듣고 보니 그럴듯하여 서방도 입맛이 당겨 마굿간으로 중을 부르러갔다.

이윽고 중은 주인집 아내를 홀랑 발가벗긴 다음 네 발로 땅바닥을 기게 하고

목덜미를 만지며 "훌륭한 갈기털이 되어라 !"

다음엔 가슴을 실컷 주무르면서 "아름다운 가슴팍이 되어라."

다음은 다리를 부드럽게 여러 번 위아래로 쓰다듬으며

"힘있는 다리가 되어라." 하였다.

남편은 얼굴이 벌개진 채 중이 하는 모습을 인내를 갖고 보고 있었다.

다음은 팔 엉덩이 등을 차례로 그러하였는데,

아내가 갑자기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나, 대사님 ! 꼬리를 잊어버리고 계시네요.

꼬리가 없으면 이상하잖아요."

", 그렇군. 꼬리를 잊어버렸구나. 좋아, 그럼 이리하여 주지요..."

중은 천연덕스럽게 가사 자락을 쳐들더니 바지를 내리고

잔뜩 부푼 물건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그 남편이 깜짝 놀라서 손을 내저었다.

"대사님, 그건 절대로 안되오. 그만 두시오. 아무리 뭣해도....."

아내는 그 말에 화가 잔뜩 나서 남편을 쏘아보며,

"아이구, 이 등신아, 그 따위로 참을성이 없으니까

사시사철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지! "

 

제106화 저걸 깔아뭉갤까(美女轢戱)

어느 한 귀공자가 나그네 되어 남방에 놀적에 동문수학하던 벗이

수령으로 있는 유명한 어느 고을에 당도한 즉,

홍분(紅粉 ; 기녀)이 만좌(滿座)한 가운데

진수(珍羞)가 그들먹하게 차려진 잔치상을 대접받게 되었다.

그러나 마침 그 날이 그 부친의 기일(忌日)인지라

굳이 사양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는 데,

수청기생이 들어와 옆에 앉거늘 촛불아래서 바라보니

그 아름다움이 이루 형용할 수 없었다.

귀공자가 속으로 은근히 생각하되,

"기일이고 무엇이고 저것을 깔아뭉갤까 ?"

"아니면 윤리에 어긋나니 그만두랴 ?"

하고 밤이 깊도록 생각하며 결정치 못하다가,

밤중에 드디어 이불 속으로 수청 기생을 끌어들여

양물(陽物)을 음호에 꽂았다가 곧 빼며 가만히 소근거리되,

"오늘 이같이 일을 치르다가 그만두는 것은 선친(先親)의 기일 때문인 데,

그대는 이 법을 아느냐 모르느냐?"

하고 묻자, 기생이 옷을 떨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르되,

"도둑이 이미 집에 들어왔다가 물건을 훔치지 못하고 도망간다고

능히 도둑의 이름을 면할 수 있으리오" 하고 꾸짖었다.

 

제107화 처첩이 한방에 살다(妻妾同房)

기자헌이 일찍이 임진왜란 피난시 여염집에 살았는데

오성 이항복이 그를 찾았을 때에 기자헌이 말하기를,

"사는 집이 매우 좁아 아내와 첩이 같은 방에 사니 매우 구차하다." 고 하였다.

이에 오성이 한 수의 시를 지어 그에게 주었는 데,

그 시에서 왈()

덥지도 춥지도 않은 2월의 날씨에(不熱不寒二月天)

아내 하나 첩하나, 정녕 사랑스러움을 이기기 어렵겠구나 (一妻一妾正堪憐)

원앙 베개 위에는 세 개의 머리가 나란하고 (鴛鴦枕上三頭幷)

비취 이불 속에서는 여섯 개의 팔이 이어 있고 (翡翠衾中譬連)

입을 열어 웃을 때는 서로 섞이어 품()자와 비슷하고 (開口笑時渾似品)

(* ; 세 사람의 입이 3개이므로 자와 같다는 말임)

몸을 기울여 누운 곳은 흡사 내천()자와 같고 (側身臥處恰如川)

겨우 동쪽 변방()의 일을 홀연히 끝내고 나면 (然忽破東邊事)

또 서변()을 쳐서 일격을 가해야 하겠구나. (又被西邊打一擊)

※주 ; 기자헌(奇自獻)(1562-1624) : 조선 선조 때 등용되었으며,

광해군을 즉위시키는 데 공헌하여 영의정이 되었으나

이괄의 난때 반란군과 내응할 우려가 있다하여 사사(賜死).

후에 이원익 등의 상소로 복권 됨.

※주 ; 오성 이항복(.鰲城 恒福) (1556-1618) :

호는 백사(白沙), 오성부원군 이항복은 임진왜란 때 선조를 의주로

잘 호송한 공로로 봉군(封君)이 되었으며 임진란 뒤의 수습에도

큰 공을 세웠음. 임진왜란때 5번의 병조판서를 역임하고 영의정에 이름.

 

제108화 그 글은 어느 책에 있습니까?(厥書何在)

옛날에 한 신랑이 방사(房事)의 이치를 깨우치지 못하매

신부 아버지인 장인이 그것을 민망히 여기니

신부 아버지의 생질이 외삼촌인 신부 아버지에게 일러 말하기를,

"제가 신랑에게 방사의 방법을 가르쳐 주어도 좋겠습니까?"

하고 여쭈니 신부 아버지가 반가워 하며 이를 허락했다.

이윽고 그 생질이 신랑에게 말하기를,

"내게 화촉동방편(華燭洞房篇)이 적힌 책이 있는데

밤중에 창밖에서 그것을 읽을 터이니 자네는 그에 따라 시행하게."

하니 신랑은 그 말에 따라 방 안에 있고,

생질은 큰 소리로 창밖에서 읽어 가로되,

"옷을 벗어라" 하니 신랑이 따라 하였다.

(脫衣新郞依其言)

또 소리치기를 "요에 눕혀라" 하고,

(又呼臥褥)

또 소리치기를 "두 다리를 들어라" 하고,

(又呼擧)

"음혈에 양물을 넣어라" 한즉

(又呼陰穴納陽物)

신랑이 그 말 뜻을 몰라 가만히 물어 가로되,

(新郞不知其言暗問曰)

"음혈이 어느 곳이요" 하니,

(陰穴何處耶)

생질이 웃으며 말하기를 "배꼽아래 세치(三寸)에 이르되,

(甥笑曰臍下至三寸)

항문에는 아직 이르지 아니한 곳에,

(未至糞門)

도끼로 찍은듯한 구멍이 있으니 그곳에 양물을 넣어라" 하니,

(有斧打穴陽納焉)

신랑이 그 말과 같이 한 후 신부의 음혈을 어루만지며,

(新郞如其言撫中孔)

또 묻기를 "양물을 넣은 후 또 다른 가르침이 있습니까?" 하거늘,

(又問曰納陽後果有敎乎)

생질이 말하기를 "양물의 나아가고 물러감에 절도가 있게 하라" 한즉,

(甥又呼曰進退有節)

한참 후 신랑이 크게 즐거워하며 말하기를, (郞大)

"이제는 번거롭게 읽지 마세요. 드디어 묘리를 깨달았습니다"(

頻煩讀吾覺妙理矣)

이윽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 신랑이 생질에게

"그 화촉동방편이라는 글은 도대체 어느 책에 있습니까?"하고 물었다.

 

제109화 장농속에 갇힌 목사(籠禁牧使)

옛날에 원주에 유명한 기생이 있어 원주로 부임하는 목사(牧使)들마다

기생의 수완에 몸이 녹아 업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였다.

한때 이를 심히 못마땅해하는 중앙의 관리가 있었는데,

여자에게 정신을 빼앗기는 자는 바보라고 무시하고 멸시하였다.

마침내 이 관리가 원주목사로 부임해 가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벼르고 있었다.

관리가 원주에 도착하기 전에 이방이 그 기생을 불러 꾀를 묻자 기생은,

"어려운 일이 아니니 사또를 몸뚱이 채로

옷장에 넣어 관아에 바치겠다" 고 큰 소리쳤다.

관리가 원주에 도착하고 며칠이 지나자 기생은 일부러

말을 원주관아 내에 풀어화단과 마당 근처의 꽃과 화초를 다 뜯어먹게 만들었다.

화가 난 신임 원주목사가 말 주인을 데려오라고 하자

기생이 과부인 척 소복을 입고 나타났다.

목사의 추궁에 과부로 분장한 기생은 남편이 집에 없어

말의 관리가 소홀했음을 인정하면서 자못 설움에 복받친 듯

눈물을 찍어누르는 데 목사가 내려다보니 그 자태가 절색인지라

한눈에 반했지만 짐짓 아닌 척 하였다.

그리고 과부의 사정을 감안하여 죄를 묻지 않고 방면하였다.

며칠이 지나 과부로 분장한 기생이 은혜에 보답코자 한다는 명분으로

주안(酒案)을 갖추어 원주목사의 처소를 방문하자

목사는 과부와 밤늦도록 수작하다가 마침내 정을 통하였다.

이리하여 밤마다 몰래 정을 통하더니 하루는 여인이 목사에게

자신의 집으로 오기를 청하였다.

마침내 목사는 남의 눈을 피해 밤중에 몰래 과부의 집에 들었다.

그리고 옷을 벗고 여인과 즐기는데 바깥에서

갑자기 우렁찬 사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내는 지금까지 베풀어 준 자신을 배신한 여자를 용서치 않겠다며

화난 음성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니 놀란 목사는 피할 곳을 찾다가

창졸간에 여인의 장농 속으로 피했다.

방문을 성큼 열고 들어선 사내는 자신을 능욕한 여인을 벌주겠다며

그 증거로 장농을 들고 가 관아에서 죄를 묻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기생은 거짓으로 그것만은 안 된다고 매달렸다.

그러나 사내가 강제로 옷장을 짊어지고 나가

원주 관아의 앞마당에 내려놓고 장문을 여니

장농 속에서 발가벗은 원주목사가 나오매

후일 모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제110화 강남까지 가려면(江南欲行)

시골에 사는 한 노파가 귀엽게 기른 외동딸을 혼인시키고,

첫날밤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랑 신부가 잠자는 방문 앞에 앉아서

얘기를 엿들으며 방안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신랑 신부는 들여놓은 술과 음식을 먹은 다음 불을 끄고 이불 속으로 들었다.

곧 신랑의 조종에 따라 딸이 호응을 하는 데,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지금까지 느껴 보지 못했던

그 황홀하고 신비스러운 감동에 젖어

가벼운 신음 소리도 내면서 어찌 할 줄을 몰라했다.

한참 그러다가 딸이 신랑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서방님! 너무 좋네요. 이런 감동이라면 곧바로 쉬지 않고

멀리 강남(江南)땅 까지도 단숨에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신랑은 이렇게 응수하는 것이었다.

"아니 여보 ! 강남이 얼마나 먼데 ?

강남까지 쉬지 않고 가려면 배가 고파 어쩌려고?

아마 그 먼 강남까지 가려면 배가 많이 고플걸?"

딸은 신음 소리를 멈추고는 이렇게 받았다.

"서방님! 배고픈 것은 걱정 없습니다.

아주 좋은 수가 있으니까요.

우리 어머니에게 광주리에 밥을 담아 이고 뒤따라오시라고 하면 되거든요."

이렇게 속삭이는 딸의 정감이 서린 목소리를 듣고 노파는 매우 흐뭇해했다.

이윽고 이튿날 아침 노파가 딸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평소와는 달리 밥을 두 그릇 먹는 것이었다.

이를 본 딸이 놀라면서,

"엄마 ! 왜 갑자기 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어?

배아프면 어쩌려고 그래? 난 몰라 엄마 !"

하고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노파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얘야! 네가 신랑하고 누워서 쉬지 않고 강남까지 갈 때 말이다.

밥 광주리를 이고 뒤따라 가려면 힘에 부쳐 어찌 견디겠니?

그래서 미리 밥을 두 그릇씩 먹어 두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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