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금소총121-130화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2

고금소총121-130화

제121화 어느 포구면 어떠하냐(何浦無關)

한 상인이 장사 길에 통영포구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루는 어떤 기생집을 찾아갔었다.

"너를 한번 품는 값은 얼마인가 ?"

"무풍(無風)이면 서른 냥, 폭풍(爆風)이면 쉰 냥, 태풍(颱風)이면 백 냥입니다."

"허허, 과연 포구다워서 계산법도 재미있구나."

두 남녀는 우선 무풍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생은 마치 나무등걸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이보게, 송장이 아닌 다음에야 좀 움직여줘야 할 게 아닌가."

상인이 불만스러운 투정을 부리자 기생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무풍은 이런 거예요. 그러니 무풍이지요."

"그럼 폭풍으로 하자."

그러자 기생이 몸을 심히 굽이치기 시작하므로 사내는 크게 흥이 나서 소리쳤다.

"그럼, 이번엔 태풍으로!"

순간 굉장한 진동이 일어나며 베개와 이불이 모두 천장으로 날아가 버리고

상인의 양물이 기생의 음문에서 빠졌다가 항문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때 갑자기 기생이 외쳤다.

"손님! 겨냥이 틀렸어요. 거기가 아니에요."

"시끄럽다. 태풍인데 아무 포구면 어떠하냐."

 

제122화 금방 탄로 날 일(今時綻露事)

어느 곳에 일찍이 상처를 하고 홀아비로 지내는 박진사가 있었다.

한번은 박진사가 친구의 생일 잔치에 초대되어

맛 좋은 새우요리를 한 번 먹어 보고는

늘 새우요리, 새우요리하며 입버릇처럼 타령을 하던 차에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마침 한 짓궂은 친구가 커다란 새우 열댓 마리를 선물로 사들고 가서

박진사의 몸종을 불러내어 새우 요리하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고는 장난삼아 말했다.

"이 새우를 삶으면 네년이 진사 어른과 그런 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당장 알게 된다."

"어떻게 그런 것을 알 수 있을까요 ?"

몸종은 깜짝놀라 물어보았다.

"즉 그런 사실이 있다면 이 새우는 빨갛게 된단다."

이 말을 듣고 몸종은 부엌 안으로 들어갔다.

친구와 박진사는 이야기꽃을 피우며 이제나 저제나 하고

새우 요리가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는데

한식경이 지나도록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박진사가 안에다 대고 소리쳤다.

"얘야, 새우 요리는 어찌 되었느냐 ?"

", 이제 곧 가지고 나갑니다."몸종이 부엌 쪽에서 대답했다.

그러나 그 다음에도 상당히 기다리게 한 뒤에야

겨우 몸종이 빨갛게 익어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새우요리 접시를 들고

나와서는 상위에 내려 놓더니, 얼굴이 새우보다 더 새빨개져서

박진사를 보고 말했다.

"그러기에 쇤네가 뭐라고 그랬사옵니까.

금방 탄로가 날거라고 여쭙지 않았사옵니까요."

 

제123화 여승이 되려 하오(出家削髮)

선비 김효성(金孝誠)은 많은 첩을 두었는데 부인은 질투가 매우 심한 편이었다.

하루는 김효성이 외출했다 돌아오니,

부인이 검정 색으로 곱게 물들인 모시를 한 필 준비해 놓고

대청마루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다.

"아니 여보, 왜 이러고 있소? 무슨 일이 있었소?"

김효성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부인 곁으로 가서 그 까닭을 물었다.

이에 부인은 엄숙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여보, 당신이 여러 첩에만 빠져 아내를 전혀 돌아보지 않으니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내 지금 머리를 깍고 저 검정 모시로 승복을 지어 입은 다음에 절을 찾아 떠날 테니,

당신은 첩들과 행복하게 잘사시오."

이와 같은 아내의 불평을 들은 김효성은 깜짝 놀라면서,

"여보! 나는 본래 여색을 좋아하여,

지금까지 기생들과 의녀(醫女), 그리고 양갓집 처자와

미천한 신분의 여자들, 여종까지 가리지 않고

모든 부류의 여자들과 잠자리를 하면서 놀아 보았소.

하지만 아직까지 검정 모시옷 입은 고운 여자 스님의 벗은 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한스러워하고 있었소.

그래서 여승의 몸을 껴안고 잠자리를 해보는 것이소원이었는데,

오늘 마침 당신이 머리를 깍고 여승이 된다고 하니,

내 이제 소원을 풀 기회가 왔는가보오. 어서 방으로 들어갑시다."

하며 웃고는 부인의 팔을 끌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남편의 이 천연스러운 행동에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준비했던 검정 모시를 마당으로 집어던져 버리고는

힘없이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제124화 남자가 두려워하는 세 가지(丈夫三畏之事)

선비 한윤(韓閏)은 자기가 거처할 집을 한 채 짓고는,

친분이 두터운 조()선비에게 그 집에

붙일 이름인 당호(堂號)를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조선비는 웃으면서,

"그러지. 내 평소 자네를 살펴보니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아 보였어

그러니 자네 새집의 당호는

'삼외당(三畏堂 ; 세 가지 두려움이 있는 집)'으로 하면 좋겠네."

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한윤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되물었다.

"아니, 나에게 세 가지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니 그게 무언가?

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데…."

이에 조선비는 크게 웃고 그 세 가지 두려움을 설명했다.

"그래? 내 설명하지. 장차 아내가 늙고 병들어 때가 낀 얼굴에 주름진 손,

그리고 너풀너풀한 해진 옷을 입고 머리에 무명 수건을 두른 채,

멀리 또는 가까이에서 자네 있는 곳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이

떠오를 때가 첫째 두려움이 아닌가?"

"! 그건 맞는 말이야, 잘도 관찰했네."

"그리고 다음은,

장차 여름철 긴 장마에 양식과 땔나무가 모두 떨어졌을 때,

아내는 얼굴을 찡그리면서 말도 하지 않고 토라져 있고,

여종은 머리를 긁으면서 들락거리며 거북 등에 털을

깎듯 애를 태울 때를 상상할 때가 둘째 두려움이지. 그렇지 않은가?"

이 말에 한윤은 고개를 떨구고 말이 없었다.

"이 사람이 갑자기 우울해지네 그려.

마지막 세 번째는 무엇인고 하니, 달 없는 밤 기회를 보아

가만가만 걸어서 여종이 자는 방으로 가서

채 옷도 다 벗기기 전에 아내가 달려와 호통치며

자네를 끌어낼 때를 상상할 적에 이것이 세 번째 두려움일세. 어때? 내 말이 맞지?

그러니 자네는 '삼외 선생(三畏先生)'이 되네."

이윽고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한바탕 웃었다.

 

제125화 잘난 체 하는 기생(驕慢妓女)

잘난 체 하는 기생이 있었다.

하루는 어수룩해 보이는 젊은 나그네가 그 기생을 찾아갔는 데

기생은 이 나그네를 한껏 깔보고 대뜸 시험부터 해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선달님, 글 배우셨지요 ?"

"못 배웠네."

", 세상에도. 남자가 글을 모르면 얼마나 답답하시겠소.

그렇지만 손등이 하얀 걸 보니 무식장이 같이는 안 보이는데

제가 하나 물어볼 테니 대답을 해 봐요.

소나무는 왜 오래 사는지 아세요?"

"그럼 학이 잘 우는 까닭은 알아요?"

"그것도 모르지."

"원 저런! 그럼 길가에 있는 나무가 떡 버티고 선 이치도 모르세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기생은 나그네가 하나도 제대로 대답하는 것이 없으므로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니까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일러 드릴 테니 들어보시우.

소나무가 오래 사는 것은 그 속이 단단한 까닭이구요.

학이 잘 우는 것은 목이 긴 까닭이구요.

그리고 길가의 나무가 버티고 서있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는 까닭이에요. 아시겠수?"

나그네는 그제서야 정색을 하면서 물었다.

"하하, 그래 ? 소나무가 속이 단단해서 오래 사는 것이라면

대나무는 왜 속이 비었어도 오래 살며 사시사철 푸르기만 한가?

학은 목이 길어서 잘 운다지만 개구리는 목이 짧아도 울기만 잘하지 않는가?

그리고 자네 어머니가 길가에 잘 버티고 서더니만 그것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고 그러는 것인가 ?"

그때서야 코가 납작해진 기생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짧은 밤에 얘기만 하고 지내시렵니까?

어서 이불 속으로 드셔서 쇤네를 품어 주사이다."

 

제126화 몸에 좋은 누룽지(補身灼食)

어떤 총각 둘이서 친하게 지냈는데 한 친구가 어쩐 일인지

늘 다 죽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나 기운 없어 죽겠다."

"젊은 녀석이 만나기만 하면 그런 소리나 해대고, 안됐다. 대체 왜 그래?"

"너도 내 입장이 되어 봐라.

너야 부모님 밑에서 잘 먹고 지내지만 나야 어디 그러냐?

아버지 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형수 밑에서 얻어먹는데."

"형수가 굶기기라도 해?"

"굶기기야 하겠냐? 밥을 준다는 게 맨 날 눌은밥이야.

이젠 누룽지만 보면 신물이 난다."

그 말을 들은 친구는 가만히 생각하더니 좋은 꾀를 하나 궁리해 냈다.

"너 걱정하지 마라. 좋은 수가 있다."

"어떻게 하는 데?"

"아무 생각말고 내일 아침 내가 갈 테니까

미리 변소에 가서 쭈그리고 앉아 있기나 해라.

그리고 내가 묻는 말에 시키는 대로 대답이나 하면 돼."

친구는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이른 후 돌아갔다.

다음날 그 친구가 찾아왔다.

"아주머니, 안녕하십니까 ? 그런데 얘는 어디 갔습니까?"

"도련님은 변소에 가셨는데 좀 기다리시죠."

"아닙니다. 제가 볼 일이 좀 급해서요.

거기 가서 이야기하면 되겠네요."

친구는 변소 앞에 가서 큰 소리로 이야기했다.

", 너 물건 한번 되게 크다. 요새 무얼 먹는데 그래?"

"맨 날 누룽지지 뭐,"

"야 너 눌은밥 한 해 먹고 이렇게 커졌으니,

한 해만 더 먹으면 방망이만 하겠다."

형수는 부엌에서 밥하다 말고 이 소리를 다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다시는 시동생에게 누룽지를 주지 않았다.

그 좋은 누룽지는 매일 매일 형님 차지가 되고 말았다.

 

제127화 물 맛이 서로 다르다(水味相異)

부인 : "서방님께선 요즘 웬 일로 우물가에 얼씬도 않으시는지요 ?"

남편 : "임자 우물이 너무 깊어 그렇소이다."

부인 : "어머, 그게 어찌 소첩 우물 탓인가요. 서방님 두레박 끈이 짧은 탓이지…."

남편 : "우물이 깊기만 한 게 아니라 물도 메말랐더이다."

부인 : "그거야 서방님 두레박질이 시원찮아 그렇지요."

남편 : "그 뭔 섭섭한 소리요. 이웃 샘에선 물만 펑펑 솟더이다. 내 두레박질에."

부인 : "그렇담 서방님께선 옆집 샘을 이용하셨단 말인가요 ?"

남편 : "어쩔 수 없잖소 ? 임자 샘물이 메마르니 한번 이웃 샘을 이용했소이다."

부인 : "그런데 서방님, 참으로 이상한 일이옵니다. 이웃 두레박은 이 샘물이 달고

시원타고 벌써 몇 달째 애용 중이니 말입니다."

남편 : "……."

 

제128화 대패밥을 다시 찾다(木片復願)

어떤 한 선비가 나이 서른 살이 가깝도록 장가를 들지 못하다가

마침 내 적당한 혼처가 있어 사주를 교환하고 혼인날까지 잡아 놓게 되었다.

그런데 이 선비가 은근히 처녀를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에서 볼 일이 있어 지나던 길이라 핑계하고

처가가 될 집에 들리게 되었다.

석양 무렵, 선비는 색시의 방이 있음직한 뒤뜰로 나가

처녀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서성거리고 있자니까

과연 얼마 후에 처녀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지라

선비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돌아서서 소변을 보는 척하였다.

처녀 또한 장차 낭군 될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하여 궁금하던 차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힐끗 사나이의 등에 눈길을 주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석양에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통해 처녀는

선비의 양물(陽物) 크기를 보았던 것이다.

처녀는 깜짝 놀라 곧 어머니의 방으로 뛰어들어가서는

"싫어, 어머니 난 절대로 시집을 안 갈 거예요."

"왜 이러니, 왜 이래? 어서 까닭을 말해봐라."

"글쎄 병신이 되고 싶진 않은걸 뭐"

"병신? 그건 또 무슨 소리냐 ?"

처녀는 방금 바라본 선비의 우람한 양물 그림자 이야기를 하였다.

딸의 이야기를 들으니 과연 사위의 양물이 그리 우람하다면

딸이 병신이 될 것 같은 의심도 드는지라 어머니는 그 날 밤

사랑채로 나가 장차 사위가 될 선비에게 털어놓고 이야기 한 즉,

선비는 픽 웃으면서,

"이거 원! 아니 장모님, 왜 그런 이야기를 믿습니까.

걱정이 되시면 보여 드릴 테니 잘 보십시오."

처녀의 어머니는 지체 있는 여자였으나

원체 딸이 병신이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중대한

문제였으므로 자세히 검사하였다.

이윽고 안심이 되어 딸에게로 돌아가,

"네 낭군이 양물을 대패로 깍아 낼 터이니까 염려 말라고 하더라. "

처녀는 안심하게 되었고,

드디어 첫날밤에 신랑과 신부가 운우지정(雲雨之情)을 몇 번 되풀이

한 뒤 신부가 하는 말이,

"서방님, 지난번에 밀어버린 대팻밥을 조금만 다시 찾아올 수 없나요? "

 

제129화 양물을 매우 쳐라(陽物重打)

옛날 어떤 점잖은 한 선비가 상()을 당하여

()을 쓰고 길을 떠났다가 그만 도중에 비를 만나 주막에서 묵게 되었다.

마침 그 날 사당패가 이 주막이 들었는데

여사당 하나가 방에 들어가 보니 이미 손님이 들어 있었다.

아래쪽에는 상제가 벽을 향해 누워 있고 윗쪽에는 보부상이 자고 있었다.

피로가 몰려오던 여사당은 개의치 않고 그 윗목에서 태연스럽게 잠을 청했다.

그런데 한밤중에 누가 와서 몸을 건드리는 것이 아닌가.

여사당은 어둠 속에서 손으로 더듬어 보니 건을 쓴 사람이었다.

몸을 허락하고 난 후 다음날 새벽이 되니 상제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서둘러 나가려고 했다.

"이보세요 ! 재미를 보았으면 값을 치러야할 게 아니오?"

"값을 치르다니?"

상제가 모르는 일이라고 부정하면 할수록

그녀는 더욱 기세를 올려 옷자락을 움켜쥐고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그녀가 요구하는 대로

몸값 서른 냥을 내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선비는 창피를 당한 것이 분하고 억울하여

절치부심 하는 바람에 몸이 수척해졌다.

이를 살핀 아들이 어느 날 연유를 묻자

선비는 봉변당한 일을 들려주며 침통하게 한숨을 쉬었다.

"부모님 상중이라 몸을 삼가고 있었는데 이런 망신을 당했으니

어찌 낯을 들고 살 수 있겠느냐."

아들도 억울한 생각이 들어 아버지의 결백을 증명할 요량으로

수소문하여 그 날 한 방에서 자고 간 보부상을 찾아 관가에 고발했다.

그러나 여사당이 자기를 범한 사람이 분명 건을 쓴 상제였다고

주장하기에 사또는 참으로 난처하기 짝이 없었다.

사또는 며칠 동안 깊이 생각하다가 마침내 좋은 묘안이

떠올랐는지 모두를 동헌으로 불러 내었다.

이윽고 동헌에서는 기상천외한 재판이 벌어졌다.

사또는 근엄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나쁜 짓을 한 사람의 양물만 보면

바로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갖고 있다.

이제 본관이 그 물건을 조사할 터이니

옆에 쳐놓은 홑이불 뒤로 가서 뚫린 구멍으로 양물을 내밀렷다."

마침내 두 사람은 한쪽에 쳐 놓은 홑이불 뒤로 돌아가서

뚫려있는 구멍으로 자신들의 양물을 내놓았다.

그러나 홑이불에 가려 있으므로 어느 것이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사또는 잠시 살펴보는 듯하더니 갑자기 불호령이 떨어졌다.

"어험! 이 놈이렷다! 이쪽 양물을 매우 쳐라!"

순간, 둘 중의 놀란 한 물건이 구멍 밖으로 쏙 빠져나갔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보부상의 물건이었다.

보부상이 지레 겁을 먹고 순간적으로 물건을 뺀 것이다.

사또가 보부상을 뜰 아래 꿇어앉히고 따져 묻자

여자가 말을 안들을 것 같아서 상제의 건을

슬며시 벗겨 쓰고 그랬노라고 자복 하였다.

 

제130화 근심이 쌓이다(憂患累積)

어느 생원 집 막내딸이 시집을 간지 한 달만에 친정을 찾아왔다.

그런데 그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보자

시집살이가 고된 게 아닌가 하고 걱정하여

어머니가 물었다.

"아가 시집살이가 고된 거냐 ?"

"아아니요."

"그럼 이서방이 속이라도 썩히느냐 ?"

"아아니요."

"그럼 시어머니가 너무 까다로운 모양이구나."

"아아니요."

"그럼 어디 몸이라도 아픈 거냐 ?"

"아아니요, 아프지는 않은데 아랫배에 뭐가 쌓여 있는 것 같아서

항상 마음이 께름직해요."

", 그럼 잉태를 한 것이냐 ?"

"아아니요. 그냥 아랫배 속이…."

아무래도 괴이하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의원을 불러

딸을 진맥해 보았으나 잉태도 아니고 병도 아니었다.

"아가, 의원의 말씀에도 잉태도 아니고 병도 아니라는데

넌 왜 아랫배가 이상하다는 거냐?

에미한테 숨길 게 무엇이 있느냐, 어서 네가 걱정하는 걸 말해 봐라."

그제야 딸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돌리며 한다는 말이,

"그럴 리가 없어요. 의원이 시원찮은 거예요.

이서방이 밤에 잠자리에서 내 몸에 들어올 때면

꼭 커다란 무우 만한 것을 갖고 들어오는데 나갈 때는

고추 만한 것을 갖고 나가지 뭐예요.

그 줄어든 몫이 내 뱃속에 자꾸자꾸 쌓이면

어떻게 되나 해서 걱정이 된단 말이예요"

'야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금소총141-150화  (0) 2021.09.25
고금소총131-140화  (0) 2021.09.25
고금소총111-120화  (0) 2021.09.25
고금소총101-110화  (0) 2021.09.25
고금소총 제81화~90화  (0)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