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성삼문의 詩文능력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4

성삼문의 詩文능력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실 때 집현전 학자들을

자주 중국에 보내어 음운을 연구하게 하였다.

그런 까닭에 명나라 문신들이 조선 집현전학자들의

실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성삼문이 시문에 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음운 연구차 중국에 갔을 때 그의 실력을 테스트할 겸

골려줄 계략을 꾸몄다.

여럿이 모인 문신 중에서 한 사람이 성삼문에게 백로를 두고

시를 지어달라고 부탁하였다.

성삼문은 첫째 연을 다음과 같이 써 내려갔다.

雪作衣裳玉作肢(설작의상옥작지)

깃털은 백설 같고 다리는 옥과 같은데
窺魚蘆渚幾多時(규어노저기다시)

갈대 늪 물고기를 얼마나 엿보았던고.

여기까지 써 내려가자 그 문신은 족자 하나를 펴 보이면서

이 그림의 화제(畵題)를 지금 쓰고 있는 첫째 연에 이어서

지어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족자에는 새까만 흑로(黑鷺)가 그려져 있지 않는가!

문신들은 성삼문이 백로의 깃털이 백설 같다고 시를 지어가고

있는데 족자에는 깃털이 새까만 흑로 그림을 내놓았으니

당황하여 쩔쩔맬 것으로 생각하고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성삼문은 그 그림을 흘낏 보더니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둘째 연을 다음과 같이 일필휘지로 쓰는 것이었다.

偶然飛過山陰野(우연비과산음야)

우연히 산음현의 들녘을 날아 지나가다가
誤落喜之洗硯池(오락희지세연지)

잘못 왕희지가 벼루 씻은 못에 떨어졌구나.

이 얼마나 절묘하고도 기발한 발상이며 임기응변인가!

주위에 둘러앉아서 이 시를 쓰는 것을 보고 있던

명나라 문신들은‘과연 성삼문의 실력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로구나!’하며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조선의 정치 지도자들은 대개가 일세를 풍미한 문장의 대가들이었다.

그들은 시문(詩文)으로 과거에 급제하였기에

누구나 중국의 명시를 즐겨 감상하였고,

자신의 시상을 가다듬었으며, 또 자신이 살았던 시대의 맥을

짚는 수상(隨想)을 글로 써서 남겼다.

윗글에서 보듯 당시 성삼문의 시문능력을 보고

중국 명나라 명신들이 이름이 헛되이 전하여지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것을 현장에서 목격하고 혀를

내둘렀다는 실화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어찌 성삼문만을 보고 그러겠는가.

조선왕조실록에서 보듯 조선왕조가 5백 년이라는

장구한 세월 동안 문(文)이 무(武)를 지배하는

단일 왕조의 기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예치(禮治)의 나라를 지향했던 탓으로 국가 기강이

무너지지 않았고, 선비 정신의 표상인 젊은 사관(史官)들의

직언과 용기가 역사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지난 달 25~26일 안동 농암 이현보 고택에서 일박하면서

읽은 '새내기 사관(史官) 농암 이현보는 무오사화 후

감히 연산군에게 아뢰다' 의 감히 간 큰 소신대로의

임금에게 간하는 글을 읽고 천하의 대도(大道)임을 알았고,

무오, 갑자, 기묘, 을사년에 있었던 4차례의 사화 가운데에도

연산군에게 직언을 한 사초가 빌미가 되어 장형을 받고

귀향을 보내어졌지만 그의 초심의 소신대로 행하면서도

중용의 도를 그대로 실천한 선비 중의 선비 농암의

일대기가 생각난다.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원로가 원로의 구실을 하고, 지식인들의 참 목소리가 울려야

역사는 옳은 방향으로 발전해 간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모두가 자라 모가지들이다.

조선 오 백년의 역사를 보면서 '禮로써 가르친다면

나라가 평온해지고 法과 知識으로만 가르치면

나라 어지러워 진다' 는 명언이 작금 가정에서 사회에서

이어 국가 전체에 만연되고 있는 현실이 아닌가.

어릴 때부터 최소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에까지 禮를 가르치고 배우는 정말 나라가

바로 서는 나라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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