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금소총151-160화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3

고금소총151-160화

제151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다(一言千兩債蕩減)

시골에 사는 아느 영감이 돈을 많이 벌어 말년에 1만금 부자가 되었는 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기한이 되면 종을 보내

철저히 독촉해 받아 오도록 했다.

하루는 새벽에 종이 돈 천냥을 받으러 가니,

부부가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있었다.

그래서 종은 할 수 없이 문밖에 서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는 데,

부부는 언제 잠을 깼는지 어느새 아침 정사(情事)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종이 호기심에 가만히 들창 밑으로 가서 방안을 넘어다보니,

남자가 한창 열을 올려 행사를 하는데

부인이 남자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어리광 부리듯 말하길,

"여보! 우리 이럴 때 너무 좋지요?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요.

몸이 둥둥 떠서 하늘로 올라가는 것 같아요."

부인의 이 말에 남편은 계속하던 허리 운동을 멈추고 한숨을 내쉬면서 힘없이,

"여보, 당신은 그렇게 좋아? 그렇다면 다행이네.

나는 큰 걱정이 있어 별로 좋은 줄 모르겠어."

"여보! 평소엔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오늘은 이상하네요. 왜 좋지 않다고 해요?"

이에 남편은 양물이 말을 듣지 않는 듯

옆으로 내려와 번듯이 누우면서 힘없는 목소리로,

"오늘이 그 영감 집에서 천냥 빚을 받으러 오는 날이거든.

아직 돈이 마련되지 않았으니 그 무서운 종에게

시달릴 일을 생각을 하면 너무나 걱정이 되어 하나도 좋은 줄 모르겠어."

이런 광경을 본 종은 빚 독촉을 할 생각이 나지 않아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인에게 그 부부의 얘기를 들려주면서 아뢰길,

"어르신 ! 소인 비록 종놈이지만 이런 정황에서

아무리 인정사정 모르는 놈일지라도 어떻게 차마

들어가서 돈을 내놓으라고 빚 독촉을 하겠습니까?

그래 그냥 돌아와 버렸습니다."

종의 얘기를 들은 영감은 무릎을 치면서 한탄한 후

한참 동안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가,

궤짝 문을 열고는 모든 빚 문서를 꺼내 불태우면서 왈,

"대저, 남녀의 잠자리는 인간 최고의 향락이거늘,

내 어찌 돈 때문에 여인들의 그 즐거워하는

행복을 빼앗아서야 되겠느냐 ?

여인들이 원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데,

내 그동안 여인들의 원망을 많이 샀도다. 여봐라 !

다시는 빚 받는 일을 하지 않겠으니

모두들 마음껏 잠자리를 즐기라고 널리 알려라."

이러고 영감은 부인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서

무엇을 하는지 문을 닫고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이 일로 하여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 라는

속담이 연유하게 되었다.

 

제152화 엎드려 잠을 잔 것이 유죄(伏眠有罪)

한 노인이 죄를 짓고 감옥에 들어갔는 데 한 젊은이가

먼저 들어와 갇혀 있기에 노인이 물었다.

"대장부가 젊었을 때 감옥에 한 번쯤 들어오는 것은 보통 있을 수 있는 일인 데,

젊은이는 무슨 죄로 들어왔소 ?"

하자 젊은이는 빙긋이 웃으면서,

"엎드려 잠을 잔 것이 죄가 되었답니다.

헌데 노인장께서는 무슨 일로 그 연세에 감옥에

들어오게 되셨습니까?"하니,

"! 나는 말일세, 길가에 놓여있는 새끼 한 토막을

주워 온 것이 죄가 되어 이리 되었네."

하고 노인이 답하므로 둘은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노인이 다시 묻기를,

"여보게 젊은이, 엎드려 잠을 잤다고 해서 감옥에

가두는 그런 법도 다 있나? 이상도 하네 그려."

"노인장 들어 보십시오. 아 글쎄 제가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데,

그 때 제 배 밑에 어떤 부인이 옷을 홀랑 벗고 가랑이를 벌리고

반듯이 누워있는 것을 미쳐 몰랐지 뭡니까?"

이에 노인도,

"여보게 내 얘기도 한 번 들어보게나.

내 길을 가는데 길가에 새끼 한 토막이 놓여있지 않겠나?

그래서 그 새끼 토막을 집어들고 집에 돌아왔는 데,

아니 하필이면 그 새끼 끝에 소 한 마리가

매여져 따라오고 있는 줄을 누가 알았겠나?"

하였으니 젊은이는 유부녀 간통죄요,

노인은 남의 소를 훔친 절도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제153화 어리석은 남편과 음탕한 아내(愚夫淫妻)

어리석은 남편과 음탕한 아내가 여행을 하다가 어느 산길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 젊은이가 암말을 세워놓고 음란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남편은 젊은이의 행동에 궁금증이 일었고,

아내는 젊은이의 큰 물건에 마음이 혹했다.

남편이 무엇을 하는 것이냐고 묻자, 젊은이는

"말이 복통이 나서 약초를 넣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부인은 짐짓 말에서 떨어지는

시늉을 하며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젊은이에게 부탁하여

복통을 치료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인적이 드문 산길이라 의원을 부를 수 없는 상황인지라

남편은 젊은이에게 부탁을 했다.

젊은이는 이런 증세는 손으로 안 되고 직접 남자의

성기를 넣어야 한다면서 난처한 척 하였다.

배를 움켜잡고 소리를 지르고 옆으로 구르며

복통을 호소하는 부인을 바라보다 다급해진 남편은

그렇게라도 해달라며 권하였다.

젊은이는 못이기는 척 고환을 묶은 노끈을 남편에게 쥐어주며

멀찍이 서 있기를 요구하고 함부로 잡아당기면 생명의 위험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젊은이와 아내가 일을 시작하였는데,

아내는 배가 낳아ㅣ진다며 더 깊이 할 것을 요구하였다.

어리석은 남편이 멀리서 바라보다가 모양이 이상하다고

얘기를 하자 젊은이는 불쾌한 척하며 그만두려 하였다.

그러자 부인이 화를 심하게 내므로 남편은 젊은이에게 잘못을 사과하였다.

부인은 일이 끝나자 복통이 나았다면서 신통함을 칭찬하며

젊은이에게 거듭 감사하였다.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자기가 쥐고 있던 끈을 잡아당겼다면

청년이 죽었을 것이라고 얘기하자,

부인은 그런 살인 누명을 쓸만한 이야기는 절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며

남편에게 그 일에 대하여 장차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말기를 욱박지르며 당부했다.

 

제154화 잠시화복(暫時禍福)

호남에 체류중인 나그네가 있었는데 9월이 되자

수심이 자못 심란하여 밤에도 전전반측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주인집 할머니가 그런 그를 보고 위로하며 말하였다.

"내 알고 있는 옛날 이야기가 하나 있으니 들어보시겠소 ?"

"한번 이야기해서 나의 근심을 없애 주시오."

"저는 본래 서울 사대부가의 계집종이었죠.

부모 형제와 멀리 떨어져 서울에서 종살이하였는 데,

제 나이 17세 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날아갈 수 없는 것을 한스럽게 여기고는 남장을 하고서

도망쳐 돌아가는 중이었지요.

동작진에 이르렀는 데 어떤 스님이 저를 뒤쫓아와

'수재(秀才)께서는 어디에 사시며 어디를 가시는 중이냐' 고 물었습니다.

저는 '호남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이라'고 대답했지요.

스님은 '우연히 서로 만났는 데, 마침 제가 원하던 분이구료.

저 역시 그곳으로 돌아가는 중이니 동행하는 것이 어떻겠소?"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그 스님의 용모를 보니 수려한데다 청춘이므로

곧바로 사모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머나먼 남쪽 노정을

여자 혼자서 가는 것 또한 켕기므로 더불어 동행하는 벗이 되었습니다.

저녁에 갈산(葛山)땅의 한 여각()에 들어갔는데

마침 다른 나그네는 없고 우리 두사람만이 한 방에서 동숙하게 되었습니다.

한밤중이 되자 스님이 저를 끌어당겨 일을 벌이려 하였는데

저 역시 정욕에 동요되였던지라 다리를 벌리고

그를 따뜻한 제 몸 속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스님은 풍류의 혈()을 난생 처음 맛보았던지라

그 즐거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부지불식중

큰 소리로 외쳤답니다.

'! 이곳이 어느 곳이오?'

그때 마침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각에서 일하는 사람이

몽롱하게 졸음에 빠져 있던 참에 그 소리를 여각에 찾아온

과객의 소리로만 알았지요. 그래 깜짝 놀라 일어나 급히 응대하였죠.

'이 곳은 갈산의 여각입니다. 방은 따뜻하고 이나 벼룩은 없습니다.

들어와 머물다 가십시오.'

이 어찌 포복절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 스님이 바로 파계환속하신 저희 서방님이지요."

속담에 '하늘에는 예측하지 못할 비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잠깐 사이에 화복이 엇갈린다'

하였으니 이 같은 일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제155화 서로 팔고 마시다(相互賣買飮)

한양에 파락호(破落戶 ; 부랑자) 주오(朱伍)와 김삼(金三)이라는 자가 있었는 데,

먼저 주오가 말하였다.

"우리 나이가 40이 다 되어 가는 데도 아직 생업이 없으니

실로 세상사람들에게 부끄럽네.

술을 한 번 팔아봄이 어떠한가?

그리고 우리 둘 사이일지라도 맹세코 외상을 주지 말 것이며

외상 주는 것을 악귀 보듯 하는 것이 어떻겠는가 ?"

"좋네."

이내 주오와 김삼은 각자 술 한 동이씩을 마련해서 길가에 전을 벌이고 앉았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술손님이 들지 않던 차에,

마침 김삼에게 엽전 세 닢이 있는지라

그것을 주오에게 건네주고 술 한 잔을 사 마시니,

이윽고 한참 있다 주오 또한 그 돈을 김삼에게

주고 술 한 잔을 사 마셔, 이를 반복하며 술을 팔고 마셨다.

저물녘이 되자 주오가 말하였다.

"비록 너와 나 사이일지라도 외상으로 술을 준 적이 없었는 데,

술은 이미 바닥나고 돈은 겨우 엽전 세 닢일 뿐이니

어떤 놈이 우리 돈을 훔쳐갔는지 모르겠네."

둘은 이내 홧김에 술동이를 깨고 술에 잔뜩 취한 채로 집으로 돌아와버렸다.

 

제156화 하룻밤을 못 봤다고 눈물까지 흘리느냐(一夜不見落淚)

아는 부부가 있었는 데 아내는 베를 짜고

남편은 장에 나가 베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어느 날 베를 판돈으로 술을 사 마셔버린 남편은

아내에게 야단 맞을 것을 고민하다가 급기야 한 가지 잔꾀를 냈다.

그래서 양물(陽物)을 뒤로 젖혀 전대로 꼭 옭아 매 없어 진 것처럼

하고 귀가했다.

술 취한 남편이 요 위에 눕자 남편의 사타구니를 만지던 아내는

깜짝 놀라 양물이 없어진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남편은,

"술을 마시다가 돈이 모자라 양물을 술집에 잡혀 놓고 왔소."

하고 대답했다.

아내는 밤새 베를 짠 뒤 아침이 되자마자 베를 내주며

당장 양물을 되찾아 오라고 성화였다.

남편은 옳다구나 하고 장에 나가 베를 팔아 또 술을 사 마시고는

전대를 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남편을 눕혀 놓고 옷을 벗긴 뒤 확인을 한 다음,

"이렇게 좋은 것을 술값에 잡히다니 !"

하며 양물을 한참 쓰다듬고 만지고 하였다.

그러자 남편의 발기한 양물이 그만 사정(射精)을 하게 되고 이를 본 아내는,

"하룻밤 좀 못 봤다고 이렇게 반가워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꺼덕 꺼덕 인사까지 하는구나 !"하고 감격하였더라 한다.

 

제157화 사위를 보쌈해 오다(襁褓壻拉)

어느 한 마을에 자식들과 함께 사는 홀아비가 있었다.

큰딸이 이제 열여섯 나이라 곧 시집을 보내고 나면

집안 일을 돌볼 사람이 없어 재혼을 하려 해도 홀아비의 나이가

많아 마땅한 재혼처를 구할 수는 없었으므로 과부를 하나 보쌈하여 업어올

작심을 하였는데 마침 아랫마을에 젊은 과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랫마을 과부는 도처에서 노리는 보쌈꾼들에 대비하여

밤이면 식칼을 베개 밑에다 놓고 자다가 남자들이 들어오면

칼을 휘두르기도 했고, 때로는 고추가루 주머니를 해놓고

기다렸다가 방문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면상에 뿌려 눈을 뜰 수 없게 하고

재채기만 하며 되돌아가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닌 사나운 여인이었다.

과부는 이렇듯 방비를 하였으나 피로하여 매일같이 이리 할 수는 없는지라,

어느 날 꾀를 내어 친정에서 스무 살이 되었어도 가세가 빈한하여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한 남동생을 집에 데려다가

자기 방에 재우고 과부는 뒷방에서 안심하고 잠을 자게 되었다.

이를 모르는 홀아비는 마을 청년 몇을 청하여 술을 먹이고

그 과부를 보쌈해오게 하였는 데 청년들은 과부집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과부에게 큰 이불 홋청을 둘러씌워 둘둘 말아

업어와서 홀아비의 집 안방에 내려놓고 돌아갔다.

홀아비가 불을 끄고 보쌈을 풀어 과부를 끌어내어 옷을 벗기려 하자

과부의 남동생은 힘을 주어 달려드는 홀아비를 걷어 차버렸다.

홀아비는 과부가 아마 첫날이어서 분이 안 풀린 모양이려니

생각하고 큰딸을 불러 업어온 새어머니와 같이 자면서 위로하고

안심시키라 이르고 사랑방으로 건너갔다.

큰딸은 아버지가 과부를 업어 왔으리라 여기고

안방으로 들어가 깍듯이 예를 갖추어,

"어머님, 노여워하지 마시고 오늘밤은 소녀와 함께 주무시지요."

하고서 치마 저고리를 벗고 과부의 남동생이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홀아비가 사랑방에서 큰딸이 들어간 안방 쪽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벌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잠잠하므로 흡족해 하면서

다음날 날이 밝으면 과부를 달래기로 하였다.

한편 안방에서는 나이가 스물이 넘도록 장가를 못 든

과부 남동생이 처녀가 치마 저고리를 벗고

자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데 가만 놓아 둘 리 없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큰딸이 부엌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란 홀아비가 물었다.

"왜 그러고 먼 산만 바라보고 서 있느냐?"

"아버지 방에 들어가 보셔요. 업어 온 사람은 과부가 아니예요."

홀아비가 놀라서 안방으로 가보니 안방에는

과부가 아닌 건장한 총각이 앉아 있었다.

다시 놀란 홀아비가,

"너는 누구냐?'

"? 저 말입니까? 저는 어젯밤 보쌈으로 업혀온 이 집 사위옵니다."

 

제158화 내 병 다 나았다(吾病完治)

옛날에 한 늙은 내외가 두 아들과 며느리를 두었는 데 모두 효자 효부였다.

그런데 할멈이 병이 나서 아무리 약을 써도 안 낫는 것이었다.

이때 이웃마을의 용한 의원이 약을 지어주면서

"조모가지(조이삭)"를 넣고 오래 달이라 하였다.

그런데 식구들이 이를 남자의 양물(좆모가지)

잘못 알아들어 큰 사단이 일어났다.

큰아들이 자기 양물을 자르겠다고 하자

이를 들은 큰며느리가 제사 모실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핑계를 대며 펄쩍 뛰었다.

다시 작은아들이 자기 양물을 자르겠다고 하자

작은며느리가 시집 온 지 몇 달밖에 안되었는 데

그것 없으면 못산다면서 말리는 것이었다.

이에 화가 난 영감이 자기 것을 베어서 넣고 약을 달이겠다고 하자

깜짝 놀란 할멈이 병석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 내 병 다 나았소.”하고 외쳤다.

 

제159화 이왕이면 새것하고(同價新物)

길 가던 나그네가 어느 날 날은 저물고 비가 내려

외딴 오두막집에서 하룻밤 묵게됐다.

그런데 단칸방뿐인 그 집에는 시집 안 간 시누이와

과부올케 두 여자만 살고 있었다.

방이 하나여서 처음엔 부엌 바닥에 재워 주는 것만도

고마웠으나 춥기도 하고 해서

나그네는 차츰 생각이 달라졌다.

나그네는 꾀를 내 자꾸 큰기침을 해대며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시누이가,

"성님, 저 나그네가 딱하니 방에 들어오게 해서

윗목에서 재우도록 하지요."

하고 청하여 올케가 나그네를 방으로 들였다.

나그네는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차리며 그냥 들어오지 않고

짚신을 가지고 들어와 입에 물고

윗목에 눕는지라 이를 괴이쩍게 여긴 시누이가 연유를 묻자 나그네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잠꼬대가 심해서 다들 잠을 못 주무실 것입니다."

하고 대답한 후 피로한 듯 금새 코를 골며 잠에 곯아 떨어졌다.

그러자 궁금해진 시누이와 올케가 나그네의 입에서

살그머니 짚신을 빼어낸 후 아랫목으로

재빨리 내려와 이불을 덮고 눕는 순간 나그네가 갑자기,

", . 저 년 좀 데리고 잤으면 좋겠다.

아이구, 한 번 데리고 잤으면 좋겠다"

하고 반복해 잠꼬대를 하며 두 여자의 마음을 떠본다.

그러자 올케도 그 말을 받아 자는 척하며,

"어이구, 데리고 자고 싶으면 데리고 자세요."라고 화답한다.

드디어 나그네가 잠꼬대를 하는 척 아래쪽으로 굴러와

올케와 관계를 하자 아랫목에 누워있던

시누이가 분기가 탱천하여 가로되,

"헛참, 기왕 할거면 새것하고 하지 헌 것하고 해?

원 제기랄 나 같으면 새것하고 하겠네"

 

제160화 소낙비가 맺어준 연분(豪雨結緣)

어느 여름날 가세가 기울어 서른이 넘도록 장가를 못 든

노총각과 청상과부가 각자 자기네들 밭에 나가 김을 매다

갑자기 억수같은 소낙비를 피헤 가까운 정자로 같이 뛰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노총각이 가만히 살펴보니 청상과부의 얇은 모시옷이

소낙비에 젖어 살에 착 달라붙어 속살이 아른아른 비쳐 보이는데

자태가 심히 요염하여 노총각의 애간장을 녹여 태우게 되었다.

참을 수 없는 욕정의 불길이 치밀자 노총각은,

"에라, 나도 모르겠다"하면서 청상과부를 끌어안고 엎드렸다.

깜짝 놀란 청상과부가,

", 이런 짓을 하고서 하늘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요!"

하니 노총각이,

"그러니까 이렇게 나는 엎드려 땅을 보고,

아주머니는 하늘을 못 보게 내가 가려주지 않소."

그리하여 마침내 노총각과 청상과부간에 불이 붙고 말았다.

그 후 서로 나이가 엇비슷한 두남녀는 살림을 합쳐 자식을 낳고

해로하였는데 사람들은 이들을 소낙비가 맺어 준 연분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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