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64)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中)

우현 띵호와 2021. 9. 30. 23:07

방랑시인 김삿갓 (164)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中)

그러면서 훈장이 하는 말이,
"마누라 ! 좋은 수가 있네. 임자가 내게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임자 불구덩이 양쪽에 그림을 하나씩 그려 놓기로 하세.
그렇게만 해놓으면 임자가 아무리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그림이 지워질까 봐 바람을 못 피우게 될게 아닌가? "
고작 생각해 낸 묘방은 기상천외 한 것이었다.
"뭐든지 좋으니,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마누라는 의심 받는 것이 불쾌한 듯 즉석에서 승낙했다.

그리하여 훈장은 마누라를 자빠뜨려 놓고, 두 다리를 활짝 벌리게 한 뒤에,

옥문 좌우 언덕에 그림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림이란 것은 한쪽 언덕에는 조(栗)이삭을 하나 그리고, 반대편에는
누워있는 토끼를 한 마리 그려 놓는 것이었다.
이렇게 그림을 모두 그려 놓고 난 , 훈장 은, 안심하고 고향으로 떠나갔다.
훈장이 집을 떠나자, 평소에 훈장 마누라와 정을 통해 오던 놈팡이가

가만 있을 턱이 없었다.

놈팡이는 그날 밤으로 정부를 찾아와,
"그 늙은이가 고향길로 떠나갔다니, 이제야말로 우리세상일세그려.
오늘밤 부터 마음놓고 뿌리가 빠지도록 즐겨 보세." 하고 덤벼들었다.

그러나 훈장 마누라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일언지하에 거절해 버렸다.
그러자 잔뜩 열이 오른, 놈팡이는 화를 벌컥 내며,
"안 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 이제부터는 나를 가까이하지 않겠다는 말인가 ?"

"내가 왜 당신을 가까이하고 싶지 않겠어요.

당신 품에 안기고 싶은 마음은 당신보다도 내가 훨씬 더한데요."

"그런데 어째서 정을 나누려고 하지 않느냐 말이야 !"
"아무리 정을 나누고 싶어도 그것만은 . ...
당신을 가까이 했다가는, 나는 꼼짝없이 이 집에서 쫒겨나게 되는걸요."

"그동안 당신과 정을 무수히 나눠 왔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쫒겨날까 두렵다는 것은 무슨 소리야 ?
영감쟁이가 별안간 들이닥칠까 봐 무서워 그러나 ? "

"그런 건 아니에요. 볼일이 있어서 고향에 갔으니까, 그 점만은 안심이에요."
"그런데 어째서 정을 나누지 못하겠다는 말인가?

속시원히 모든 것을 "탁" 털어놓고 말해 보라구! "

그러자 훈장 마누라는 놈팡이에게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벌떡 뒤로 누워, 치마를 활짝 젖히고 양 다리를 활짝 벌려,

남편이 불구덩이 양쪽에 그려 놓은 그림을 직접 보여 주면서 이렇게 타일렀다.

"영감이 이렇게 방비를 해놓고 고향길로 떠났다오.

그러니, 우리가 만약 장난을 치면 그림이 지워져
버릴 게 아니겠어요 ?

그렇게 그림이 지워지는 날이면,

나는 이 집에서 쫒겨날밖에 없지 않아요 ? "
놈팡이는 그림을 바라보다가, 그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 그림은 한편에는 을 그려놓고 다른쪽에는 를 그려 놓았군그래.
이런 그림이라면 일단 지워져 버리더라도,

나중에 다시 그려 놓으면 될 게 아닌가."

놈팡이는 을 으로 잘못 보고 그렇게 말했던 것이다.
"어마 ! 당신 말을 듣고 보니, 그런 방법도 있었네요. 그렇다면, ,
어서, 마음놓고 일을 시작해요.

당신은 정력도 세지만 가 아~주, 비~상한 분이에요~"
사랑이 겨우면 마마 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 하던가.

훈장 마누라의 눈에는 정부가 잘나 보이기만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날부터 밤 낮을 가리지 않고 집안에 숨어들어

정을 나눠 오다가 훈장이 돌아올 날이 되자,

놈팡이로 하여금 불구덩이 입구에 그림을 감쪽같이 그려 놓게 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서 완전 범죄가 되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훈장 황서랑은 예정된 날짜에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마누라는 남편 부재중에 못 된 짓을 저지른지라,

죄책감에 유난스럽게 반색을 하며 말했다.
"잘 다녀오셨어요 ? 당신이 집에 계시지 않아 얼마나 쓸쓸했는지 몰라요. ..."
그러나 훈장은 어쩐지 마누라의 말이 미덥지 않아,

"그동안에 아무 일도 없었는가 ? ... "
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 물어 보았다.
그러자 마누라는 눈을 흘겨보며 남편을 이렇게 나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