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黃昏)이어라
요양병원 근무하는 어떤 의사가 쓴 글이다.
요양병원에 면회 와서 서 있는 가족들의
위치를 보면 대충 촌수가 딱 나온다.
침대 옆에 바싹 붙어 눈물 콧물 흘리면서
이것저것 챙기는 여자는 딸이다.
그옆에 뻘쭘하게 서 있는 남자는 사위이다.
중간쯤에 서서 먼 산 보고 있는 사내는 아들이다.
복도에서 휴대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여자는 며느리다.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고 있는 부모들을 이따금씩 찾아와서
살뜰히 보살피며 준비해 온 밥이며 반찬이며 죽이라도
떠먹이는 자식은 딸이다.
대개 아들놈들은 침대 모서리에 잠시 걸터앉아
사다놓은 음료수 하나 까 처먹고 이내 사라진다.
아들이 무슨 신주단지라도 되듯이 아들 아들 원하며
금지옥엽 키워 놓은 벌을 늙어서 받는 것이다.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은 세상인 것을 그때는 왜 몰랐던가?
요양병원 요양원은 앞으로 늙어 우리들 미래이다.
수많은 입원환자들이 창살 없는 감옥에서
의미 없는 삶을 연명하며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들도 자신들이 그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로 믿고 싶겠지만,
그것은 천만의 희망사항일뿐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어쩌랴,
건강해서 내 정신 가지고 사는 동안에라도 돈 아끼지 말고
먹고 싶은 것 먹고, 가고 싶은 곳 가 보고, 보고 싶은 것 보고,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좋은 친구들과 즐겁게 재미있게 살다 가야지.
조금이라도 남은 인생 최선을 다해 살아야지
헛되이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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