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입립신고(粒粒辛苦)

우현 띵호와 2022. 9. 11. 19:45

입립신고(粒粒辛苦)

낟알마다 고생이 어리다, 곡식의 소중함
[낟알 립(米/5) 낟알 립(米/5) 매울 신(辛/0) 쓸 고(艹/5)] 
 
2000년 전부터 재배해 온 우리의 귀중한 주식 쌀은

5∼6세기경까지만 해도 귀족식품으로,

고려시대엔 물가의 기준이요 봉급의 대상으로 할

정도로 귀중한 존재였다.

오늘날은 소비량이 줄어 고심하지만 쌀을 생산하는

농민의 노력은 여전하다. 흔히 쌀 米(미)를 破字(파자)하여

‘八十八(팔십팔)’이 되는 것은 쌀이 만들어지기까지

벼농사에 여든여덟 가지의 작업이 따르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꼭 그 숫자가 아니라도 그만큼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이겠다.

같은 뜻으로 낟알 하나하나(粒粒)가 모두 농부의 피땀이 어린

결정체(辛苦)라는 이 성어는 그만큼 곡식의 소중함을 이르는 말이다.

거기에 더하여 관리들의 수탈과 착취를 견뎌야 하는

농부의 고충을 말하기도 하고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고심하여 애씀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도 된다. 
 
唐(당)나라 李紳(이신, 780~846)은 白居易(백거이),

元稹(원진, 稹은 빽빽할 진) 등과 신악부 운동을 제창한 시인이다.

그의 대표작이 고생하는 농민을 가엾게 여긴다는

‘憫農(민농)’인데 여기에 이 말이 나온다.

2수이지만 간단하여 모두를 소개한다.

‘봄에 한 톨의 곡식을 심어 가을이면 많은 곡식을 거두네,

온 세상에 놀리는 밭은 없지만 농부들은 오히려 굶어 죽는다네

(春種一粒粟 秋收萬顆子 四海無閑田 農夫猶餓死/

춘종일립속 추수만과자 사해무한전 농부유아사).’ 
 
다음 둘째 수.

‘김매는데 해는 한낮 땀방울이 곡식 아래로 떨어지네,

밥상에 담긴 밥을 누가 알랴 알알이 모두 다 괴로움임을

(鋤禾日當午 汗滴禾下土 誰知盤中餐 粒粒皆辛苦

(서화일당오 한적화하토 수지반중찬 입립개신고).’

粟은 조 속, 顆는 낟알 과, 鋤는 호미 서, 禾는 벼 화.

이신은 놀리는 땅이없이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관에 바치고 나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심지어

죽게 된다는 사회 모순을 농민의 노고와 함께 고발한다. 
 
고려시대 문호 李奎報(이규보, 1168~1241)의 시

‘新穀行(신곡행)’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한알 한알을 어찌 가볍게 여기겠나

사람의 생사와 빈부가 달렸는데,

나는 농부를 부처처럼 존경하건만

부처도 굶주린 사람은 살리기 어려우리

(一粒一粒安可輕 係人生死與富貧 我敬農夫如敬佛
佛猶難活已飢人/ 일립일립안가경 계인생사여부빈

아경농부여경불 불유난활이기인).’ 
 
태풍으로 가슴을 졸였던 올해 농촌에서는 그래도

가을 햇살 아래 황금빛으로 물든 벼를 보기만 해도 뿌듯하다.

조생종 벼는 벌써 수확에 있고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걷이에 들어갈 터다.

하지만 벼 생산량이 벼 재배면적 감소와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걱정도 따른다.

아무리 줄어들어도 주식을 차지하는 쌀, 추석 차례상에

햅쌀로 메를 지어 차례를 지내며 농민의 노고를

다시금 생각해야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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