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

우현 띵호와 2022. 10. 9. 21:35

화발다풍우(花發多風雨)

꽃이 필 때는 비바람이 많다, 고난을 이겨내야 화락이 온다.
[꽃 화(艹/4) 필 발(癶/7) 많을 다(夕/3) 바람 풍(風/0) 비 우(雨/0)]

꽃은 침묵의 언어를 가지고 사랑을 말하고 꿈을 말하며

인간의 마음을 아름답게 해 준다는 멋진 표현이 있다.

계절에 따라 아름답게 피는 꽃에 사람마다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봄꽃놀이, 단풍놀이를 즐긴다.

꽃이 피기 위해 수많은 나날을 보낸 뒤 활짝 핀 모습은

오래도록 간직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자연의 이치다. 

‘봄꽃도 한 때’, ‘열흘 붉은 꽃이 없다’란 말과 똑같은 

花無十日紅(화무십일홍)이 잘 나타낸다. 

때가 지나면 반드시 쇠한다는 이 말과 비슷한 어감의

 꽃이 활짝 피면(花發) 비바람이 많은 법(多風雨)이란 성어도 좋다. 

꽃이 아름다움을 뽐내는 것은 필연적으로 따르는 바람의 

시샘을 이겨낸 결과인 것이다.

시가 만개했던 중국 唐(당)나라 후기의 시인 于武陵(우무릉)의 

‘勸酒(권주)’에서 나온 한 구절이다. 

그는 초기 진사 시험에 낙방한 뒤 각지를 방랑하며 

五律(오율)에 뛰어난 시를 남겨 ‘全唐詩(전당시)’에 실려 있다. 

이 책은 淸(청)나라 康熙帝(강희제)의 명으로 시인 2200명의 

작품 4만8900편의 시를 900권에 모았다는 방대한 규모다. 

 

1권으로 편집된 우무릉의 잘 알려진 시 전문을 보자.

‘그대에게 금빛 술잔 권하니, 가득 채운 술 사양 마시게

(勸君金屈卮 / 권군금굴치 만작불수사), 꽃 피면 비바람 많은 법이고,

세상살이 이별로 가득 차 있네(花發多風雨 人生足離別/

화발다풍우 인생족리별).’ 卮는 잔 치. 

화려한 꽃은 비바람의 고난을 잘 이겨낸 결과인 만큼

사삼의 인생살이도 좌절과 시련은 늘 따라다닌다는 의미를 지닌다.

우무릉의 시를 연상하는 우리의 좋은 시도 있다.

조선 宣祖(선조)때의 宋翰弼(송한필)의 ‘偶吟(우음)’을 보자. 

‘어젯밤 비에 꽃이 피더니, 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지네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화개작야우 화락금조풍).

슬프다 봄의 한 가지 일도, 바람과 비에 왔다가는구나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가련일춘사 왕래풍우중).’

세상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스스로의 인생을 서글퍼하는

심정을 노래했다.

경북 醴泉(예천)의 선비로 알려져 있는 조선 후기의

崔成原(최성원)도 같은 심정이다.

‘세상에는 부귀를 오로지 누리는 일이 없고,

비바람은 꽃 필 때에 많다네

(世無專富貴 風雨多花時/ 세무전부귀 풍우다화시),

어제까지 붉은 꽃이 나무에 가득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절반이나 빈 가지로구나

(日昨紅滿樹 朝來半空枝/ 일작홍만수 조래반공지).’ 

겨우내 꽃을 피우기 위해 애태우던 꽃이 필 때는 꽃샘바람이 따른다.

활짝 핀 후에도 비바람을 이겨내듯이 사람의 한 평생도

喜怒哀樂(희로애락)이 없을 수 없다.

나에게만 고난이 따른다고 한탄만 한다면 꽃피는 시절은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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