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武陵桃源)
무릉의 어부가 찾은 복사꽃 세계, 도연명이 그려낸 이상향
[호반 무(止/4) 언덕 릉(阝/8) 복숭아 도(木/6) 근원 원(氵/10)]
아무런 걱정이 없고,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조건의
완전한 사회가 理想鄕(이상향)이다.
이런 세상은 예부터 많이 꿈꾸어왔고 나타내는 말도 많다.
토머스 모어(Sir Thomas More)가 그린 이 세상에 없는 곳이지만
가장 좋은 곳이란 뜻의 유토피아(Utopia)가 대표적이다.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이 창안한 샹그릴라(shangrila)는
히말라야 산록의 사원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서 별세계로 대표적인 곳은 許筠(허균)의 洪吉童傳(홍길동전)에
나오는 栗島國(율도국)이다.
수평선 너머 바다 한 가운데 있는 신비의 섬나라로 嫡庶(적서)차별이나
탐관오리의 횡포가 없는 이상사회였다.
중국에서는 선인이 사는 항아리 속의 세계 壺中之天(호중지천)과,
인위적인 그 무엇도 있지 않은 곳이라는 뜻으로 莊子(장자)가 창안한
無何有之鄕(무하유지향)이 있지만 桃源境(도원경)이 아무래도 귀에 익다.
東晋(동진) 말기에서 宋(송)나라 초기의 시인으로 歸去來辭(귀거래사)로
유명한 陶淵明(도연명, 365~427)의 ‘桃花源記(도화원기)’에 나오는
이상사회다.
湖南(호남)의 武陵(무릉)이란 곳에서 사는 한 어부가 뱃길을 잃고
찾아간 곳이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桃源)이라 이렇게 불렸다.
어부가 배를 저어가다 길이 다하자 복사꽃이 핀 숲을 만났다.
숲을 걸어가니 산이 나왔고 그곳에는 한 사람이 통과할 수 있는
작은 굴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갑자기 앞이 확 틔면서 밝아졌다. 토지는 평평하고 넓으며
집들이 잘 정돈되어 있고,
‘기름진 논밭과 아름다운 연못, 뽕나무와 대나무들이
있었다(有良田美池桑竹之屬/ 유량전미지상죽지속)’.
논밭에서 일하는 남녀의 옷차림은 밖의 세상과 같았고
‘노인과 아이들도 모두 유쾌한 모습으로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黃髮垂髫 並怡然自樂/ 황발수초 병이연자악)’.
髫는 늘어뜨린머리 초, 머리를 땋은 아이를 가리킨다.
이런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이전에 난리를 피해와 살고 있었다.
어부는 여기에서 잘 대접 받고 살던 곳으로 가면서 도중에 표시를
해 두었으나 고을 태수와 함께 다시 찾았을 때는 어디에서도 모습이 없었다.
정치 사회의 암흑기에 그려본 이상사회를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는 없다.
예전 인터넷 여론조작 혐의로 실체를 드러냈던 모 사건도 황당한
이상사회를 꿈꾸던 것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