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약무화(儉約無華)
검소하고 절약하여 사치함이 없다.
[검소할 검(亻/13)] 맺을 약(糸/3) 없을 무(灬/8) 빛날 화(艹/8)]
사치하지 않고 수수하며 아껴 쓰는 儉約(검약)은
예부터 사람들이 지켜야 할 덕목이었다.
모든 것이 풍족하지 않아서였는지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衣食住(의식주)만 해결할 수 있으면
그 이상은 욕심내지 말라며 安貧樂道(안빈낙도)를 가르쳤다.
하지만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유유자적할 수 있는성현들이나
가능할까 보통 사람들은 욕심을 제어하기 어렵다.
재산이 많을수록 욕심이 더 생긴다는
‘아흔아홉 섬 가진 사람이 한 섬 가진 사람의 것을 마저 빼앗으려 한다’는
속담이 잘 표현한다. 일반인들이야 그렇다고 해도 나라의 재물은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이 검약하고 사치하지 않아야 한다
(無華)는 이 가르침이다.
조선 후기의 뛰어난 經學者(경학자)이자 실학의 최고봉인
丁若鏞(정약용, 1762~1836)의 경책이라며 한학자 황종택의 성어집
‘고전, 당신의 행동을 바꾼다(신온고지신)’에서 소개한다.
여기서 茶山(다산)은 ‘검소하고 절약하여 사치함이 없고,
관청에 있을 때도 내 집에 있는 것처럼 아껴야 한다
(儉約無華 處官如家/ 검약무화 처관여가)’는 말과 함께
‘안과 밖의 구별을 엄격히 하고 공사의 한계를 명확히 하라
(嚴內外之別 明公私之界/ 엄내외지별 명공사지계)’고 강조한다.
백성을 다스릴 벼슬아치 牧民(목민)이 지켜야 할 도리를
조목조목 밝혀 공직자의 필독서가 된 牧民心書(목민심서)에는
똑 같은 표현이 아니라도 몸가짐,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관청의 재물을 아껴야 한다는 말이 곳곳에 들어있다.
나라의 재물이야 국민 모두가 낸 세금이니 당연히 검약이 필수인데
약간 이색적인 말도 있다.
검약만을 강조하다가 누추해서는 안 된다는 儉而不陋(검이불루)가 그것이다.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을 정도의 華而不侈(화이불치)와 함께
金富軾(김부식)의 三國史記(삼국사기)에 나오는 말이다.
百濟(백제)의 시조 溫祚王(온조왕)이 새 궁궐을 지었을 때
그 자태를 평하면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절제미가
있다는 것을 잘 표현했다.
갑자기 큰돈을 벌어 재력을 과시한다며 덕지덕지 온갖 치장을 한
호화건물을 짓는다고 건축미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다.
예술미의 은은한 절제가 다른 어떤 화려함을 압도한다.
아끼는 것을 권장하고 미덕이라고 해도 지나치게 인색하면 욕먹는다.
밥을 할 때 쌀알을 하나하나 세어서 짓는 數米而炊(수미이취)나
지방의 종이가 절 정도로 오래 쓰고, 생선을 만져 맛을 내는
玼吝考妣(자린고비, 玼는 옥티 자) 등은 유명하다.
이를 경계하며 菜根譚(채근담)에 좋은 말을 남겼다.
‘검약은 미덕이지만 지나치면 인색하고 비루해져 도리어 정도를 손상시킨다
(儉美德也 過則爲慳吝 爲鄙嗇/ 검미덕야 과즉위간린 위비색).’
慳은 아낄 간. 필요하지 않은 곳에 펑펑 낭비하는 것이나 쓸 데
쓰지 않는 인색이나 마찬가지로 욕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