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벌등안(捨筏登岸)
뗏목은 버리고 언덕을 오르다.
[버릴 사(扌/8]) 뗏목 벌(竹/6) 오를 등(癶/7) 언덕 안(山/5)]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기슭에 닿고 난 뒤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맙게 잘 타고 왔더라도 남은 일은
언덕을 오르는 일인데 거추장스럽다.
물고기를 잡은 뒤에는 유용했던 통발이
요리를 해서 먹을 때는 필요 없어 잊어버린다는
得魚忘筌(득어망전)을 소개했다.
이 말은 목적을 달성하고 난 뒤에 도움을 받은 것을
깡그리 잊는 배신의 뜻이 강한 반면,
뗏목은 메고 언덕을 오를 수 없으니
잊어야 다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두고 가면 뒤의 사람이 다시 강을 건너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제자 須菩提(수보리)에게 설법한
‘金剛般若波羅蜜經(금강반야바라밀경)’에서
이 성어가 나왔다.
간단히 金剛經(금강경)이라고 하는 이 경전은
불교를 신봉하는 동양에서 주석서만 600여 종에
이르는 대표적인 것이라 한다.
해당되는 부분이 나오는 6장 正信稀有分
(정신희유분)의 마지막은 이렇다.
부처님이 마땅히 법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내 설법을 뗏목의 비유로 알아야 한다.
법도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인데 하물며 법이 아닌 것이랴
(汝等比丘 知我說法 如筏喩者 法尙應捨 何況非法/
여등비구 지아설법 여벌유자 법상응사 하황비법).’
강을 건너려면 뗏목이 필요하지만
이 세상에서 저세상 彼岸(피안)에 이른 뒤에는 버려야 한다.
즉 깨달음을 얻은 뒤에는 배운 말과
글에 집착하지 말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함석헌 선생이 ‘열두 바구니’에서 한 말도 의미가 상통한다.
골리앗을 때려 넘겼기로서니 조약돌을 비단에 싸서
제단에 둘 필요는 없다.
다윗이 위대하지 돌은 흔하다.
조약돌을 섬기는 자가 어찌 그리 많은고!
골리앗이 죽었는데
다음 싸움은 돌로 못하니 마땅히 버려야 한다.
정민 교수의 ‘조심’에서 요지를 인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