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

당신 큰 며느리 덕분에 내가 오늘 잘 먹고 가네..

우현 띵호와 2023. 10. 29. 22:18

口傳설화
당신 큰 며느리 덕분에 내가 오늘 잘 먹고 가네..

옛날 어느 집에 아들 삼형제가 있었는데
모두 장가를 들여서 며느리 셋을 봐가지고 

세간을 내지 않고 한 집에 데리고 살고 있었습니다.

첫째 며느리는 

병약하여 아직 손자를 낳지 못하고 있으나 

둘째와 세째 며느리는 모두 건강하여 

벌써 손자들을 한둘씩 낳았습니다.
하루는 해가 저물어 날이 어둑어둑해질 무렵에 

과객이 한 사람 찾아 들었습니다.

"주인 계시오."
"예-, 그 누구시오?"
"길 가는 나그넨데 하룻밤만 쉬어갈 수 없겠습니까?"
"예, 들어 오시오." 
주인의 호의로 과객은 사랑에서 주인과 함께

하룻밤을 편안하게 자게 되었습니다.

저녁상을 물리고 두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밤이 깊어서  함께 잠이 들었습니다.
초저녁잠에 취해서 깜빡 잠이 들었던 주인이 

밤이 이슥한 녁에 오줌이 마려워서 잠이 깼습니다.

설풋 눈을 떠보니, 함께 자던 과객이 자지 않고 

일어나서 윗목에 다가 정화수 한 그릇을 떠다 놓고 

무릎을 꿇고 앉아 정성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자는 척하고 한참 지켜보던 주인이 과객에게 

사정을 물어보았습니다.

"벌써 밤이 이슥한데, 잠을 안 주무시고 

일어나서 뭘 하십니까?"

"예, 오늘 저녁이 저희 어머님 제사 드는 날인데, 

집도 절도 없이 돌아댕기(돌아다니)는 나그네 처지라, 

밥도 한 술 못 지어드리고 정화수라도 

한 그릇 떠놓고 공을 드립니다.
날짜나 안 잊어버리려고 그럽니다. 

개의치 마시고 주무십시오."

"아, 그러시오. 그러시다면 진작 말씀을 안 하시고서......"
주인영감이 생각해 보니 처지가 참 딱했습니다.
이왕 자기 집에서 머무는 과객인데 밥 한 그릇만 

새로 지어주면  제삿밥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았으나, 

자는 며느리를 깨우기가 민망했습니다.

특히 맏며느리는 병약하여 자식도 못 낳는 처지라 

우선 둘째 며느리방을 찾아갔습니다.
둘째 며느리 방문 밖에 가서
"얘야, 둘째야! 자느냐?"
"예, 아버님 왜 그러십니까?"
"오늘 저녁에 온 손님이 자기 어머니 제삿날이라고

저렇게 공을 드리고 있는데 그 밥 한 술을

지어주면 좋겠다."
"아이고 아버님,

지금 제가 애기 젖을 먹이고 있는 중입니다."

"아, 그러면 안 되지."
막내 며느리가 자는 방으로 갔습니다.
"얘, 막내야! 자나?"
"예, 아버님 안 잡니다."
"저 손님이 오늘 자기 어머니 제사드는 날이라고

혼자서 공을 드리는데 밥 한 술만 지어주면 안 좋겠나?"

"아이고 아버님, 배가 살살 아픕니다. "
"거, 그러면 안 되지." 
며느리들 한테 제사밥을 짓도록 시키러 나갔다

못시키고  사랑으로 돌아오다가 생각해 보니까

아무래도 나그네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아하! 이거 밥 한 그릇만 지어줬으면 

저 손님이 오늘 모친 제사를 잘 올릴 터인데.'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병석에 누워 있지만 

그래도 맏며느리한테 한번 부탁을 해보아야겠다고

 맏며느리 자는 방문 밖에 갔습니다.

"얘야, 며늘아! 자니?"
"예, 아버님 아직 안 잡니다. 무슨 일이세요?"
"그 이만저만하고 이런 일이 있는데,

귀찮지만 너 밥 한 술 지어주면 안좋겠나?"
"예, 그럼요, 밥을 지어드려야지요!" 
맏며느리는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하고는

부엌으로 나갔습니다.
영감은 사랑으로 돌아와서 나그네에게, 

제사밥을 짓고 있으니 잠깐 기다렸다가 

모친 제사를 제대로 올리도록 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잠시 후에 맏며느리가 사랑 문밖에 와서 여쭈었습니다.
"아버님, 손님 제사가 바깥제사랍니까, 안제사랍니까?"
"저, 안제사란다."
"그러면 우리 안방에 와서 제사를 모시지요?" 
옛날에는 내외하는 풍속이 있었으므로,

돌아가신 귀신이라도 남의 집 사랑에 와서

제사를 얻어 먹으려면 불편할 것이라 생각한

며느리는 자기 집 안방에다가 제사상을 차려 놓았습니다.
나그네는 맏며느리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그 사이에 제사 밥을 하얀 이밥(쌀밥)으로

 잘 지어놓고 도라지와 고사리나물을 삶아 무치고 

각종 반찬을 한 상 떡 벌어지게 잘 차려 두었습니다.
그래서 나그네는 거기서 어머니 제사를 잘 올렸습니다.

절을 올리면서도 주인댁 며느리에 대한

 고마움이 가슴에 사무쳐 목이 메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사를 마치자, 이 며느리는 제사상에서 물린 밥과 나물로 

시어른과 손님에게 제삿밥을 차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시어머니 자는 방에 가서,
"어머님 일어나서 제삿밥 드세요."
하고, 시어머니를 깨웠습니다.

그제야 잠을 퍼뜩 깬 시어머니는
"제사 밥이라니? 이 밤중에 웬 난데없는 제사 밥이냐?"
"예, 여차 저차 하여 손님 모친의

제사상을 차려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냐? 그래서 꿈이 그렇게 희한했구나!"
"어머님 그 사이 무슨 꿈을 꾸셨어요? 아직 초저녁인데......"
"글쎄 말이다. 그 참 꿈이 희한하더구나.

내 꿈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라. 
내가 혼자 집을 보고 있는데 웬 머리가 

허연 할머니 한 분이 찾아와서는

 '당신 큰며느리 덕분에 내가 오늘 잘 먹고 갑니다'

하고 몇 번이고 인사를 하면서, 

'이 가문에 앞으로 손자 둘을 보실 터인데.. 

첫째를 낳으면 이름을 대산(大山)이라고 짓고 

둘째를 낳으면 이름을 소산(小山)이라고 지으시오.'

 하고 이름까지 가르쳐주고 가더라고 

이게 도대체 어쩐 일이냐?"
"예, 그러나 저러나 안방으로 가셔서

제삿밥이나 잡수세요."

"오늘 네가 사랑에 묵어가는 손님에게 

모친 제사상을 차려주었다니

틀림없는 태몽꿈을 꾼게로구나!"

그래 안방으로 가서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나그네의 제삿밥을 먹게 된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며느리의 고마운 제사밥 차림 덕분에

 나그네의 모친이 감응하여 손주를 

점지해줄 것만 같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나그네는 길을 떠나면서 

주인영감에게 백배 치사를 하였습니다.

"주인어른 덕분에 몇 해만에 처음으로 

모친 제사를 제대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 은혜를 무엇으로 갚아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별소릴 다 하시오.

 나야 뭐 며느리를 깨운 일밖에 더 있소? 

우리 큰며느리가 잠깐 귀찮았을 따름이오."

 나그네는 맏며느리에게 고맙다는 말을 

거듭 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골골하며 늘 앓고 지내던 

며느리 얼굴에 화색이 돌아오고 점점 건강이

좋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에는 아기까지 배게 되었습니다.
열 달이 지나서 튼튼하고 잘 생긴 아들을 낳았습니다.
손주를 보지 못해 안타까워하던 터라 

집안에는 큰 경사가 났습니다.

시어머니 꿈에 나타나서 일러준 할머니의 말대로 

아기 이름을 대산이라고 지었습니다.
다시 3년 뒤에 아들 하나를 더 낳았습니다. 

이번에는 또 소산이라고 이름을 지었습니다.
대산과 소산은 어릴 적부터 착실하게 

공부를 잘 하였습니다.

서당에서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알고 

둘을 가르치면 넷을 아는 재주꾼이었습니다.
뒤에 과거에 급제를 하여 형제가 나란히

큰 인물이 되었다고 합니다.

'설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바지 탄생 비화  (0) 2023.10.24
근대 한국어·중국어 중 단어 75%가 일본어다  (0) 2023.08.09
報恩 (보은)  (0) 2023.05.04
보은 [報恩]  (0)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