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구십춘광(九十春光)

우현 띵호와 2024. 3. 3. 22:32

구십춘광(九十春光) 

봄의 석 달, 화창한 봄 날씨,

노인의 마음이 젊음을 이르는 말
[아홉 구(乙/1) 열 십(十/0) 봄 춘(日/5) 빛 광(儿/4)] 
 
요즈음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져 언제 온듯하면

바로 여름이나 겨울 날씨로 이어지곤 한다.

그렇다고 해도 말까지는 바꾸지 못해

일 년 열두 달을 四季(사계)로 나누면 석 달씩이 된다.

이렇게 보면 봄은 3, 4, 5월인 孟春(맹춘),

仲春(중춘), 季春(계춘)의 석 달이다.
날수로 구십 일이 되어(九十) 이 동안의 봄철의 볕.

또는 봄철의 경치(春光)를 화창한 봄 날씨를 나타낸다.

九春(구춘)이라 해도 같다.

여기서 뜻이 확장되어 노인의 마음이 의욕이나

기력은 청년처럼 젊음을 나타내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쇠잔해지는 것을 서러워하는 뜻이 깊다. 
 
이 성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중국 唐(당)나라 시인

陳陶(진도, 812~888)의 시 ‘봄이 가네(春歸去/ 춘귀거)’를 꼽는다.

처음 두 행을 보자. 덧없이 흐르는 세월을 한탄한다.

‘구십춘광은 이제 어디 있느뇨,

옛 사람 지금 사람 모두 머물지 못하네

(九十春光在何處 古人今人留不住/ 구십춘광재하처

고인금인류부주).’ 이후 淸(청)나라의

吳錫麒(오석기, 1746~1814) 시인의

‘봄을 보내며(送春/ 송춘)’란 시는 자주 인용되는데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인생의 무상함이 더 또렷하다. 
 
전문을 보자.

‘낙화 떨어지고 솜 날리며 안개 물 속에 가득한데,

구십 일 봄빛은 베틀 북처럼 지나는구나

(落花飛絮滿煙波 九十春光去如梭 /

낙화비서만연파 구십춘광거여사),

그 자취 해마다 어디서 찾을지,

해마다 흰 머리만 늘어나는구나

(蹤跡年年何處覓 一回白髮一回多/

종적연년하처멱 일회백발일회다).’

絮는 솜 서, 梭는 베틀북 사, 蹤은 발자취 종. 
 
우리나라의 가사나 가요에도 자주 등장한다.

황해도 지방의 민요 ‘사설난봉가’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만산홍록 요염한데 벌 나비는 춤을 추고,

황금 같은 꾀꼬리는 구십춘광 자아내고,

버들 새로 왕래하며 벗을 불러 노래할 제,

만단 시름 다 버리고 삼춘흥을 풀어 볼거나.’

1940년대에 활약했던 가수 옥잠화(본명 김복남)가 부른

제목이 ‘九十春光(구십춘광)’이란 노래도 전한다.

‘도화강변 배를 띄워 흘러를 갈 때,

끝없이 들리는 갈대피리 그 소리,

듣고 나면 열아홉의 웃음 품은 아가씨,

가슴에 꽃이 핀다 구비 구비 구십리.’ 
 
한 송이 꽃이 피었다고 호들갑떨지 말고

‘온갖 꽃이 만발해야 봄이 왔다

(百花齊放春滿園/ 백화제방춘만원)’며

느긋이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했지만

봄꿈을 깨기도 전에 잎을 떨어뜨리는 가을이 온다.

세월을 느긋하게 즐기면 뜻을 이루기 전에

후딱 지나가는 법이니 시간을 아껴 쓸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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