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비도 오는데 막걸리 한잔하세!
오늘처럼
토닥토닥 빗줄기
땅바닥 두드리는 날에는
왠지 막걸리 한잔이 간절하게 생각난다
여기저기
찌그러진 볼품없는 양은그릇에
막걸리 한잔 가득 부어
목구멍으로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다
비가 내리는 날에는 왜
영락없이 막걸리에
지글지글 노릇한
부침개가 생각나는지
작은 잔에 마셔도
쓰디쓴 소주보다
하얀 거품이 넘실거리는
시원한 맥주보다도
뽀오얀
막걸리 한 사발이
유난히 입안 가득 댕긴다
울긋불긋 못생긴
양은그릇에 한잔 가득 부어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젖어 마시고
김치한 조각 집어 먹은들 어떠하리
세상 근심
막걸리에 담아 마시고 나면
이 세상이 다 내 것이거늘
하늘이 술을 내리니 천주요
땅이 술을 권하니 지주라
내가 술을 알고 마시고
술 또한 나를 따르니
내 어찌 이 한잔 술을 마다하리오
친구야
오늘처럼 비 내리는 날
부침개 한 점 너의 입에 넣어주고
막걸리 한 잔 함께 마실 수 있다면
그보다 뿌듯한 즐거움이 어디 또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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