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시자조슬(視子蚤蝨)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5

시자조슬(視子蚤蝨)

그대가 벼룩이나 이로 보이오,
큰 인물을 본 뒤 작은 인물을 보면 하찮게 느껴진다

[볼 시(見/5) 아들 자(子/0) 벼룩 조(虫/4) 이 슬(虫/9)]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서진영이 대립하던
冷戰(냉전)시대에 소련과 동구권의 폐쇄성을 비유한
말이 ‘鐵(철)의 帳幕(장막)’이다. 毛澤東(모택동)의
중국은 장벽이 약간 덜한 ‘竹(죽)의 장막’이라
했다. 여기 비해 ‘人(인)의 장막’이란 것도
파생되었는데 우리 언론에서 먼저 사용했다고 한다.

이것은 人海戰術(인해전술)과 같이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여 방어하는 것을 말할 수도 있겠지만 실은
지도자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중간에서 대화통로를
막고 자신들이 좌지우지하려는 행위를 가리켰다.
용어는 뒤늦게 나타났을지라도 이런 행위는
옛날부터 성행하여 드러난 예는 숱하다.

큰 인물을 보고 난 뒤에 작은 인물을 보게 되면(視子)
해충 벼룩이나 이처럼 작게 느껴진다(蚤蝨)는 이
성어는 훌륭한 인재를 발탁되지 않게 중간에서
가로막은 것을 나타낸다. 중국 法家(법가)의 대표
저작인 ‘韓非子(한비자)’에는 說林(설림)상편에서
군주를 위한 각종 제언과 예화를 모아 놓았다.

春秋時代(춘추시대) 宋(송)나라의 대부인 子圉(자어,
圉는 마부 어)가 재상 벼슬에 해당하는
太宰(태재)에게 孔子(공자)를 소개했다. 공자가
돌아간 뒤 자어가 태재에게 만난 소감을 물었다.
태재가 답한다. ‘내가 공자를 만나고 나니 그대가
이나 벼룩 같은 소인배로 보이오(吾已見孔子
則視子猶 蚤蝨之細者也/ 오이견공자 즉시자유
조슬지세자야).’

공자를 임금에게 뵙도록 하겠다는 말을 들은 자어는
자기 지위가 흔들릴까 두려워 태재에게 말한다.
‘임금이 공자를 뵙게 되면 당신 또한 이나 벼룩처럼
하찮게 여길 것입니다(君已見孔子
亦將視子猶蚤虱也/ 군이견공자
역장시자유조슬야).’ 이 말을 듣고 태재는 공자를
만나지 않고 임금 뵙는 것도 주선하지 않았다.
공자가 자신의 뜻을 펼쳐보지 못한 것도 이런
사람들이 친 장막 때문이라 볼 수 있다.

荀子(순자)의 밑에서 동문수학한 李斯(이사)가
秦(진)나라에서 먼저 중용된 뒤 韓非(한비)를
견제하기 위해 秦始皇(진시황)에게 참언하여
자살하게 했다. 이사 또한 간신 趙高(조고)와
결탁하여 세력을 떨치다 그에 밀려 장터에서
참살됐다. 임금에 총애 받을 것을 가로막다 자신도
모두 불행한 최후를 맞게 된 것이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세력을 규합하여 임금을
둘러싸고 훌륭한 인물을 배척한 간신들은 옛날
역사나 사극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다. 합법적인
근대조직에서도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파당을
이뤄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 붙이는 일은 허다하다.

이념에 따라 다른 의견은 듣지도 않고 잘못이
드러났을 때도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인다. 전체
국민을 위한 일은 언제나 미래를 보고 정책을 펼쳐야
마땅하다. 돌이킬 수 없을 때까지 가고선 뒤늦게
후회하는 전철을 밟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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