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애(冬日可愛)
겨울 해는 더욱 사랑스럽다.
11월의 기온이 포근했다가 연말에 접어드니
서서히 추위가 기력을 떨친다.
‘높은 뜻을 지닌 지도자처럼,
나라를 다스리는 대왕처럼 태양이 군림(칼라일)‘
하여 여름철엔 모두들 경원했다가
‘태양이 빛나는 한 희망도 또한 빛난다(실러)’
며 다가서기 바쁘다.
하늘의 태양은 변함이 없건만 인간들에 의해
여름엔 배척받고 추울 땐 모두 찾으니
그 변덕에 불편하겠다.
여름 해가 좋을까, 겨울 해가 좋을까 하는
물음은 직접 설명을 하기보다는 사람의 성품을
비교하며 사용한 것에서 유래했다.
겨울날의 해는 온화하고 자애로운 성품을
지닌 사람을 뜻했다.
左丘明(좌구명)의 春秋(춘추) 해석서
‘左傳(좌전)’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晉文公(진문공)이 태자 때 부왕의 미움을 받아
망명생활을 하던 19년 동안 도운 공신으로
趙衰(조쇠)가 있다.
재능 있는 정치가이자 모사로 문공을 춘추
五霸(오패)의 한 사람이 되도록
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조쇠의 아들 趙盾(조돈, 盾은 방패 순, 사람이름 돈)도
문공의 사후 襄公(양공)때 재상으로 있으면서
국정을 잘 보좌했다.
대를 이어 진나라에 충성을 다하며 많은 치적을 쌓았다.
그런데 양공이 죽자 일부 대신들이 일곱 살 난 공자를
임금으로 세우려했고 조돈은 너무 어리다며 반대했다.
세에 밀려 어린 공자가 왕위에 올랐으니 靈公(영공)이다.
염려한대로 영공은 유치한데다가 무능하고 방자했다.
조돈은 몇 번이나 간언을 했으나 듣지 않고
오히려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당시 사람들은 조쇠와 조돈 부자를 진나라의
공신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성격은
판이하게 달랐다.
어떤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 두 사람 중 누가 더 어진
사람인가 하고 물었을 때 중신 賈季(가계)가 답했다.
‘조쇠는 겨울날의 해와 같고, 조돈은 여름날의 해와 같다
(趙衰 冬日之日也 趙盾 夏日之日也/ 조쇠
동일지일야 조돈 하일지일야).
’ 문공 7년 조에 실린 대로 본래 표현은 冬日之日
(동일지일)인데 杜預(두예)
라는 학자가 주석을 달면서 ‘겨울 해는 좋지만
여름 해는 무섭다
(冬日可愛 夏日可畏/ 동일가애 하일가외)’라고 표현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살림살이에 찌든 서민들은 더 걱정이다.
정치권이 따스한 겨울해가 되어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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