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글

이런 며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우현 띵호와 2022. 6. 24. 17:05

이런 며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지방에 사시는 시어머니가 올라오셨다.

결혼 한지 5년이 되었지만, 우리 집에

오신 것은 결혼초 한번을 빼면 처음이다.

청상과부이신 시어머니는 아들 둘 모두

남의 밭일 논 일을 하며 키우셨고,

농한기 에는 읍내 식당 일을 해가며

악착같이 돈을 버셨다 고 한다.

평생 그렇게 일만하시던 시어머니는

아들 둘다 대학졸업 시키신 후에야 일을

줄이셨다고 한다.

결혼 전 처음 시댁에 인사차 갔을 때

어머니가 그러셨었다.

"고생도 안해 본 서울 아가씨가

이런 집에 와보니 얼마나 심란할꼬.

집이라 말하기 민망하고 가진 거 없는

우리 아랑 결혼해 준다고 해서 고맙다."

장남인 남편과 시동생은 지방에서도

알아주는 국립대를 나왔고, 군대 시절을

빼고는 내내 과외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등록금을 보태고 용돈을 썼다고 했다.

주말이나 방학에는 어머니를 도와서

농사일을 하느라 연애는 커녕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렇지만 주변에 좋다는 친구들 후배들이

줄줄 따랐고 둘다 대학 졸업 후에 남편은

서울로 취업해서 회사에서 나를 만났다.

나는 서글서글한 외모에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이 좋았으며 건강하고 밝은 성격에

회사에서도 그는 늘 사람들 사이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으며

내가 먼저 고백했다.

그는 망설였으며 자기는 가진 것이 없는

몸뚱이 하나 뿐인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후였고,

삼고초려 끝에 그는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그의 집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그를 우리집에 데려갔으며 그의 외모와

직업에 우리 부모님은 그를 반겨주었다.

지방에서 어머니가 농사를 지으신다고

했을 때 엄마 얼굴이 어두워졌으며

당장 가진거라고는 월세 원룸 보증금과

얼마간의 저축이 전부다 했을때 아빠가

담배를 피우셨다.

그가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자랐지만, 허리 한번

못펴시고 우리 형제 위해 평생을 밭에서

엎어져 살아온 어머니께 배운 덕분으로

어디 가서도 영은이 굶겨죽이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공주처럼 고이 키우신 딸 고생문이 훤하다

걱정되시겠지만, 그래도 영은이에 대한 저의

사랑, 열심히 당당하게 살 각 오가 되어있는

제 결심만 높이 사주십시오.

우리는 그렇게 결혼했으며 친정아버지가

마련해주신 돈과 회사에서 받은 전세자금

대출로 신혼집을 마련하고, 그와 내가 모은

얼마간의 저축으로 혼수를 했으며

너무 행복했다.

결혼 후 처음으로 시댁으로 내려갔다.

마침 어버이날과 어머니 생신이 겹쳤다.

일부러 주말을 잡아 내려갔다.

시동생도 오고 어머니와 마당 평상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밭에서 상추를 뜯어다

먹는데 그맛이 세상에서 제일 맛 있는

삼겹살이었다.

그날 밤 작은 방에 예단으로 보내드렸던

이불이 깔려있었으며 어머니는 한번도

그 이불을 쓰시지 않으셨던 모양이고

우리더러 그 방에서 자라고 하신다.

싫다고 뿌리치는 어머니를 손목을 끌어

작은방에 모셔서 어머니하고 자고 싶어요.

신랑은 도련님하고 넓은 안방에서 자라고

할거에요. 어머니랑 자고 싶어요.

어머니는 목욕도 며칠 하지 못했고 옷도

못갈아 입었다고 이불 더럽혀지고 니가

불편해서 안 된다고 하셨다.

냄새나 안된다고 자꾸 도망가려 하셨으며

그런 어머니께 소주가 마시고 싶다고 함께

소주를 먹었으며 어머니가 찢어주신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소주를 홀랑 홀랑 비우고

취해 잠들어버렸다.

자다 목이말라 깨보니 나는 이불 한가운데

누워서 자고 있었고 어머니는 겨우 머리만

요에 얹으신 채로 방바닥에서 쪼그리고

주무시고 계셨다.

슬쩍 팔을 잡아 요위에 끌어드렸더니

야야~ 고운 이불 더럽혀 진다.

냄새 밴대이...

어머니에겐 정말 냄새가 났다.

울 엄마에게 나던 화장품 냄새를 닮은

엄마 냄새가 아닌, 뭐락 말할 수 없는

부뚜막 냄새 흙냄새 같은.. 

그 냄새가 좋아서 나는 내려갈 때마다

어머니와 잔다.

 

이제는 손주와 주무시고 싶다며 나를

밀쳐 내시지만 나는 악착같이 어머니

한쪽 옆자리는 나다.

어느날 어머니 옆에 누워 조잘거리던 내게

니는 꼭 딸 낳아라 하시며 이래서 사람들이

딸이 좋다고 하는 갑다. 니가 이래 해주니

니가 꼭 내 딸같다.

뒷집이고 옆집이고 도시 며느리 본 할망구들

나를 완젼 부러워 한다. 며느리들이 차갑고

불편해 해서 와도 눈치보기 바쁘다 하드라.

내도 니가 처을 인사 왔을 때 어찌나 니가

불편 하진 않을까 하고 싫다 하진 않을까

걱정을 했던지 말도 못해.

근데 당연한 거 아이가 그러니 딸이 좋다

카는거지...

나는 니가 이래 딸처럼 대해주니 뭐 딸없어도

되지만 니는 꼭 딸 낳아라...

진즉에 혼자 계시던 어머니가 걱정되었는데

결국 사단이 났다.

상을 들고 방에 들어가시다 넘어지셔서

가뜩이나 퇴행성 관절염이 심한 다리가

아예 부러지셨다 했다.

도련님이 있는 대구 병원에 입원을 하셨고

노인이라 뼈도 잘 안 붙는다고 철심도 박고

수술하고 3개월을 그렇게 병원에 계시다가

지난 주 퇴원을 하셨다.

어머니께서 뭐라거나 말거나 그 사이에 나는

내려가서 간단히 어머니 옷가지며 짐을 챙겨

우리 집에 어머니 방을 꾸렸다.

아들 녀석은 할머니가 오신다고 신이나 있고,

표현 할 줄 모르는 남편은 슬쩍슬쩍 그 방을

한 번씩 들여다 보며 웃는 것을 나도 안다.

당연히 우리 집에 곱게 오실리가 없다.

어머니! 저 둘째 가져서 너무 힘들어요!

우리 친정엄마 허구헌날 노래 교실에 뭐에

승민이도 잘 안 봐주시고 제가 회사일에

임신과 육아에 너무나 힘들어 죽겠어요!

어머니가 오셔서 저좀 도와주세요!

임신하니까 어머니 음식이 그렇게 땡겨서

죽겠단 말이에요! 어머니 김치 담아주세요.

그 말에 못이기는 척 어머니가 오셨다.

친구들이 말했다. 니가 모시고 살아봐야

힘든 줄을 알지. 착한 며느리 노릇 아무나

하는 줄 알아? 그래 맞다. 내가 안 해 봐서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머니와 살면서 힘든 일이 생기고 어쩌면

어머니가 미워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고 올린다.

여기 많은 분들이 이렇게 증인이니 혹여나

어머니가 미워지고 싫어져도 나는 이제

어쩔 수 없으며 그냥 이게 팔자려니 하고

열심히 지지고 볶으며 같이 사는 수밖에...

승민 아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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