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적신(厝火積薪)
불을 장작 쌓은 곳에 두다, 위험이나 재난이 숨어 있다는 비유
[둘 조(厂/8) 불 화(火/0) 쌓을 적(禾/11) 섶 신(艹/13)]
요즈음은 취사나 난방에도 가스나 유류를 쓰는 것이 일상화됐다.
통나무를 쪼갠 長斫(장작)이나 땔나무를 통틀어 말하는
섶이란 말은 생소할 것이다.
그래도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려 한다’란 속담은
앞뒤 잘 가려 위험한 일에 뛰어들지 않도록 주의시킬 때 많이 쓴다.
섶을 뜻하는 한자 薪(신)이 들어가는 성어는 상당히 많다.
속담과 비슷한 抱薪救火(포신구화)는 섶을 안고 불을 끄려다
더 큰 화를 부르는 경우이고, 원수를 잊지 않기 위해
섶에서 자고 쓴 쓸개를 핥는 臥薪嘗膽(와신상담)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재앙을 미리 방지하는 曲突徙薪(곡돌사신),
자식에 땔나무 캐오는 법을 가르친다는
敎子採薪(교자채신) 등 숱하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불을 놓아둘 때(厝火) 장작더미나
섶 쌓은 곳이라면(積薪) 바로 활활 탈 것이다.
따로 둘 때는 멀쩡해도 바로 불이 붙으니 매우 큰 위험이나
재난이 숨어있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둔다는 뜻의 厝는 措와 같아 措火積薪(조화적신),
또는 뒤집어 積薪措火(적신조화)로도 쓴다.
이 성어는 중국 西漢(서한)의 5대 文帝(문제) 때 비운의 문장가
賈誼(가의, 기원전 200~168)가 쓴 ‘治安策(치안책)’에서
처음 사용됐다.
가의는 어려서부터 재능이 뛰어나 불과 20세에 박사가 되고,
이어 황제의 고문이 됐다.
그러나 파격적 승진은 중신들의 시기를 받았고,
왕족 제후들의 권한도 커 곳곳서 모반이 일어나는 등 나라가 어지러웠다.
가의는 황제에게 올리는 글에서 천하가 태평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면서 이어간다.
‘지금의 형세는 마치 불을 땔감을 쌓아두는 곳의 아래에 두고
그 위에서 잠을 자며(夫抱火厝之積薪之下 而寢其上/
부포화조지적신지하 이침기상), 불이 아직 일어나지 않아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火未及燃 因謂之安/ 화미급연 인위지안).’
문제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제후국을 분할하고
세력을 약화시키는 등 황제의 권한을 강화했다.
가의는 자신이 가르치던 왕자가 말에서 떨어져 죽자
관직을 사퇴하고 얼마 안 있어 죽었다.
가의는 新書(신서)와 秦(진)의 쇠망한 원인을 밝힌
過秦論(과진론)을 남겼고, 이 내용은 ‘漢書(한서)’의
가의전에도 실려 있다.
중신의 건의를 잘 받아들여 세금을 감면하고
가혹한 형벌을 폐지하는 등 국력을 향상시켰다.
아들 景帝(경제)도 잘 이어받아 文景之治(문경지치)라 불렸다.
굴뚝 옆에 쌓아 둔 장작이 불이 붙어도 안에서는 잘 모른다.
위험은 주위에서 먼저 알아채기 마련이다.
한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그것을 알려줘도 괜찮다며 태평을 부릴 때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가계 빚과 나라의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 가는데도 외국에 비해서는 안심할 수준이라면서
고칠 생각이 없다.
집행하는 당국자는 느끼지 못하는 사이
외국서 신호를 보내고 다음 세대 어깨만 무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