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
– 사슴을 쫓는 사람은 산을 보지 못한다.
[쫓을 축(辶/7) 사슴 록(鹿/0) 놈 자(耂/5)
아닐 불(一/3) 볼 견(見/0) 메 산(山/0)]
사냥을 하면서 사슴을 쫓는 사람에게는
명산의 경치를 볼 여유가 없다.
이런 간단한 성어에 여러 가지 비유가 숨어 있다.
눈앞의 명예와 욕심에 눈이 멀어 사람된
도리를 저버린다,
이익에 눈이 팔려 자신에게 다가올 위험도 보지 못한다,
한 가지 일에 몰두해서 다른 일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등등의 경우에 쓸 수 있다.
돈을 움켜쥐기만 하면 다른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攫金者不見人(확금자불견인)과
함께 대구로 많이 사용되는 말이다.
南宋(남송)의 선승 虛堂(허당) 智愚
(지우, 1185~1269)의 법어를 기록한 책
‘虛堂錄 (허당록)’에서 비롯됐다.
같은 취지의 비슷한 쓰임으로는 ‘淮南子
(회남자)’에서다.
前漢(전한)의 7대 武帝(무제)때
淮南王(회남왕)이자 문학애호가였던
劉安(유안)이 빈객과 方術家(방술가)
수천 명의 도움을 받아서 편찬한 책이다.
說林訓(설림훈)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짐승을 쫓는 사람은 큰 산을 보지 못한다.
밖으로 즐기고 욕심내는 것이 드러나면
밝은 것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逐獸者目不見太山 嗜欲在外 則明所蔽矣/
축수자목불견태산 기욕재외 즉명소폐의).’
좀 더 가까운 뜻의 큰 사슴이란 말도 이어서 나온다.
‘사슴을 쫓는 사람은 작은 토끼를 돌보지 않고,
천금의 재물을 얻으려는 사람은 푼돈을 다투지 않는다
(逐鹿者不顧兎 決千金之貨者 不爭銖兩之價/
축록자불고토 결천금지화자 부쟁수량지가)’.
역시 큰일을 이루려는 사람은 작은 일에는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비유한다.
본뜻과는 약간 뜻을 달리 하지만
사슴을 뒤쫓는다는 逐鹿(축록)만을 떼어서 사용하면
제위나 정권 따위를 얻으려고 다투는 일을 가리킨다.
이 말에는 高祖(고조) 劉邦(유방)을 도와
통일에 큰 공을 세운 韓信(한신)의 책사
蒯通(괴통, 蒯는 황모 괴)이 등장한다.
한신이 모반의 혐의를 받고 呂后(여후)의 꾐에 빠져
죽을 때 괴통의 책략을 쓰지 않은 것이 한이라고 했다.
유방이 괴통을 잡아들여 추달하자
秦(진)나라가 잃은 사슴을 모든 사람이 쫓았을 때
자신은 한신을 위했을 뿐 고조는 몰랐다고 했다.
통일제국 진나라가 잃은 것이 사슴이란 정권이었다.
정권을 잡기 위한 중원의 사슴몰이가 한바탕
큰 바람을 일으켰다.
굳이 정권만이 아니라 앞날의 목표를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 사람은 눈앞의 욕심만 쫓지 않고
큰 그림의 미래를 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새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