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인(老人)들의 단시(短詩)
일본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짧은 글 당선작.
(천묘.단시, 川柳. 短詩)
2024년 1월 19일 발표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전구 다 쓸 때까지도
남지않은 나의 수명.
종이랑 펜 찾는 사이에
쓸 말 다 까먹네.
세 시간이나 기다렸다
들은 병명은 "노환 입니다"
일어나긴 했는데 잘 때까지
딱히 할 일이 없다.
자명종 울리려면
멀었나 일어나서 기다린다.
연명치료 필요없다 써놓고
매일 병원 다닌다.
만보기 숫자 절반 이상이
물건 찾기.
몇 가닥 없지만 전액
다 내야 하는 이발료.
눈에는 모기를,
귀에는 매미를 기르고 산다.
쓰는 돈이 술값에서
약값으로 변하는 나이
젊게 차려 입은 옷, 자리를
양보받아 허사임을 알다
이봐 할멈!
입고 있는 팬티 내 것일세.
일어섰다가 용건을 까먹어
다시 앉는다.
분위기 보고 노망난 척하고
위기 넘긴다.
무농약에 집착하면서
먹는 내복약에 쩔어산다.
자동응답기에 대고
천천히 말하라며
고함치는 아버지.
전에도 몇 번이나
분명히 말했을 터인데
"처음 듣는다! " 고.
할멈 !
개한테 주는 사랑
나한테도 좀 주구려.
심각한 건 정보유출 보다
오줌 유출.
정년이다.
지금부턴 아닌건
아니라고 말해야지.
안약을 넣는데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린다.
비상금 둔 곳 까먹어
아내에게 묻는다.
경치보다 화장실이
신경 쓰이는 관광지
손을 잡는다.
옛날에는 데이트,
지금은 부축.
이 나이쯤 되니 재채기
한 번에도 목숨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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