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51

고금소총151-160화

고금소총151-160화 제151화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다(一言千兩債蕩減) 시골에 사는 아느 영감이 돈을 많이 벌어 말년에 1만금 부자가 되었는 데,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주고 기한이 되면 종을 보내 철저히 독촉해 받아 오도록 했다. 하루는 새벽에 종이 돈 천냥을 받으러 가니, 부부가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있었다. 그래서 종은 할 수 없이 문밖에 서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는 데, 부부는 언제 잠을 깼는지 어느새 아침 정사(情事)를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종이 호기심에 가만히 들창 밑으로 가서 방안을 넘어다보니, 남자가 한창 열을 올려 행사를 하는데 부인이 남자의 허리를 껴안으면서 어리광 부리듯 말하길, "여보! 우리 이럴 때 너무 좋지요?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요. 몸이 둥둥 ..

야설 2021.09.25

고금소총141-150화

고금소총141-150화 제141화 한밤중의 말 소동(深夜馬擾) 영남에 사는 한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갈 때 암말을 타고 갔다. 가던 도중 어떤 상민이 숫말에 젊은 아내를 태우고 가는 데 그 자색이 매우 고와 단번에 마음을 두게 되었다. 선비가 은근히 상민을 불러, "무슨 일이 있기에 어디까지 가는 길인고?" "소인의 처가 서울 재상가의 종이옵니다." "그래서?" "말미를 얻어 가지고 고향에 왔다가 기한이 차서 다시 서울로 가는 길이옵니다." "그럼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유숙하겠는가?" "해가 질 때까지 가다가 거기서 자겠습니다." "나 또한 서울로 가는 길인데 적적하니 같이 가다 한집에서 유숙하는 게 어떻겠는가?" "그리 합지요." 그 날 저녁 이들은 같은 주막에 묵게 되었는데 마굿간엔 그들의..

야설 2021.09.25

고금소총131-140화

고금소총131-140화 제131화 노처녀 정력 센 총각을 선택하다(處女擇强精郎) 옛날에 한 처녀가 신랑감을 지나치게 가리다가 그만 혼기를 놓쳐 노처녀가 되었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중매가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시집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루는 중매쟁이가 찾아왔는 데, 처녀가 신랑감을 워낙 가린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아예 네 사람의 신랑감의 단자를 가지고 온 것이었다. "낭자, 들어 보구려. 한 총각은 공부를 많이 해 문장가로 알려진 선비라오. 그리고 다음은 말타기와 활쏘기를 잘하여 소문이 난 씩씩한 무인이랍니다." (중매쟁이 여기까지 설명을 하며 살피니 처녀의 눈치는 별로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다음은 물이 항상 고여 있는 저수지 아래 비옥한 농토를 많이 가진 부잣집 아들입니다. 아무리 날이 가물어도..

야설 2021.09.25

고금소총121-130화

고금소총121-130화 제121화 어느 포구면 어떠하냐(何浦無關) 한 상인이 장사 길에 통영포구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하루는 어떤 기생집을 찾아갔었다. "너를 한번 품는 값은 얼마인가 ?" "무풍(無風)이면 서른 냥, 폭풍(爆風)이면 쉰 냥, 태풍(颱風)이면 백 냥입니다." "허허, 과연 포구다워서 계산법도 재미있구나." 두 남녀는 우선 무풍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생은 마치 나무등걸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이보게, 송장이 아닌 다음에야 좀 움직여줘야 할 게 아닌가." 상인이 불만스러운 투정을 부리자 기생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무풍은 이런 거예요. 그러니 무풍이지요." "그럼 폭풍으로 하자." 그러자 기생이 몸을 심히 굽이치기 시작하므로 사내는 크게 흥이 나서 소리쳤다..

야설 2021.09.25

고금소총111-120화

고금소총111-120화 제111화 부처님의 버선(佛陀布靴) 어떤 늙은 중이 농부의 아내와 눈이 맞아서 수시로 농부가 없는 틈에 찾아와서는 재미를 보곤 하였다. 어느 날 농부가 늦게 돌아올 줄로 알고, 둘이서 이불 속에서 열기를 뿜고 있는 데, 뜻밖에도 농부가 들어와서 문을 꽝꽝 두드렸다. "여보, 문 열어 ! 뭣하고 있는 거야 ?" 중은 눈앞에 캄캄하여 허둥지둥 옷을 찾는 데 아무리 찾아도 버선 한 짝이 없는지라 급한 대로 한쪽 버선만 신고 뒷문으로 빠져나가고 여편네는 눈을 비비며 문을 열였다. "벌써부터 잤단 말야? 이봐 사내놈을 끌어들였지?" 농부는 구석구석 찾아보았으나 증거가 될만한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감기가 들었는지 추워서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일찍 드러누웠어요. 어서..

야설 2021.09.25

고금소총101-110화

고금소총101-110화 제101화 생강장수의 한탄(薑商恨歎) 커다란 배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이 생강(生薑)을 사서 한 배 가득 싣고 낙동강을 오르다 경상도 선산(善山)의 월파정(月波亭)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色鄕)으로 이름난 이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 수야 없는 일이지..."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한 기생을 사귀어 그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 배의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동전 한 푼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지내는 동안 생강 한 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마는 다만 소원이 한 가지 있다. 너의 그 옥문(玉門)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

야설 2021.09.25

고금소총 제81화~90화

고금소총 제81화~90화 제81화 간부(姦夫) 줄행랑치다(姦夫逃走) 어떤 음탕한 부인(淫婦)이 남편 출타 중에 샛서방(姦夫)과 함께 문간방에서 동침을 하였는 데, 동녘 하늘이 이미 밝아진 것을 모르고 있었다. 안채에서는 시부모, 시누이들이 잤는 데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나, 시누이가 이미 뜰 아래 나와 있어 샛서방을 내보낼 길이 없었다. 그래서 음녀가 샛서방에게 이르기를,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하면 곧 그 틈에 나가시오." 하고는 살금살금 소리 없이 시누이 뒤로 걸어가서 양손으로 시누이의 두 눈을 가리고, "내가 누군지 알아 맞춰 봐요 !" 하고 묻자, "잘 알고 말고요, 언니 아니예요 ?" 하고 시누이가 대답하였는데 그 사이에 샛서방은 줄행랑을 치게 되었다. 제82화 그 글자를 잘 ..

야설 2021.09.25

고금소총91-100화

고금소총91-100화 제91화 어린이답지 않은 어린이(非其兒行) 어떤 사람이 옛친구를 찾아갔으나 집에 없었다. 동자(童子)에게 "너의 아버지는 어디 갔느냐?" 하고 묻자, "간 곳으로 가셨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그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하여 다시 물었다. "너의 나이는 몇 살인고?" "네, 저 건너 마을의 석래란 놈과 동갑입니다." "석래의 나이는 몇 살인고?" "저와 동갑입니다." "너는 어찌 그리 어른을 놀리는고? 내 마땅히 너의 불알을 까먹겠다." "다 큰 아이의 불알도 마구 까먹는 수가 있습니까?" "어찌 없겠는가?" 그러자 동자는, "어쩐지 많이 까 잡수신 모양입니다. 턱에 음모(陰毛)가 많이도 나 있습니다." 하고 대꾸하였다. 제92화 미모와 재주를 겸한 처녀(才貌無雙) 옛날 서울에 어떤 ..

야설 2021.09.25

고금소총 71-80화

고금소총 71-80화 제71화 장인이 아니면 고칠 수 없다(非岳丈不可能醫) 옛날 어떤 재상의 처가에 동비(童婢 ; 어린 여종)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향월(向月)이었다. 향월의 나이 18세가 되자 용모가 꽃처럼 피어나는지라, 재상은 한번 품어보고 싶은 데 기회가 닿지를 않았다. 그러는 동안 향월이 학질에 걸려 앓게 되었다. 이때 재상은 약을 다루는 내국제조(內局提調)를 보고 있었다. 하루는 처가의 장모가, "나의 동비 향월이 학질에 걸려 이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데, 내국(內局)에 반드시 좋은 약이 있을 것이니 고쳐주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고 찾아와 청하였다. "어느 날 어느 때부터 아프기 시작하였습니까?" 재상이 이렇게 묻자, "내일 또 아플 차례이네." 하고 장모가 대답하였다. 그러자 재상은, "그..

야설 2021.09.25

고금소총 61-70화

고금소총 61-70화 제61화 진작 그걸 알았더라면(若知如此) 어떤 신부가 음양의 이치를 모르는 코흘리개 신랑과 결혼하여 신혼의 첫날을 지냈다. 신랑신부가 시댁으로 와서 시어머니에게 폐백을 드리는 데 그때 갑자기 산기(産氣)가 있어 그 자리에서 아기를 낳았다. 시어머니는 여러 사람 앞에서 어떻게 할 바를 모르고 급히 신부 앞으로 가서 아기를 받아내어 치마에 싸서 안방으로 가 눕힌 후 다시 돌아오자 신부가 시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님께서 이렇게 손자를 사랑하시는 줄 알았더라면 작년에 낳은 아이도 데리고 와서 함께 뵙지 못한 것이 한이옵니다." 제62화 본즉 별것 아니더라(吾已見之不足也) 어떤 나그네가 먼 길을 가다가 어느 산골 마을에 투숙하였다. 그 집 여주인을 보니 용모가 매우 아름다웠다. 마침 남자 ..

야설 2021.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