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52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 월천(越川)꾼 -

조주청의 사랑방 이야기 - 월천(越川)꾼 - 조령고을 외나무다리가 서너해 전 큰 장마에 떠내려가고 나서 가장 답답해 해야 할 억 쇠네는 새 다리를 놓지 않았다. 노모를 모시고 갈평천가에 살며 산비탈 화전 밭뙈기 농사에 매달리던 열아홉 총각 억쇠는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다. 허구한 날 손가락이 닳도록 일해 봐야 두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워 새로운 돈벌이를 생각해 낸 것이다. 바로 ‘월천꾼’(사람을 업어서 내를 건네주는 일을 직업으로 하던 사람)이었다. 덩치 큰 총각 억쇠는 매일 아침이면 갈평천 냇가로 출근한다. 원하는 사람을 업어 건네주고 오전씩 받아 챙기는 돈도 쏠쏠하지만 더 큰 재미는 다른 데 있었다. 어느 날, 마흔쯤 되어 보이는 대갓집 마나님이 몸종을 데리고 갈평천 냇가에 다다랐다. 억쇠가 냇가에 ..

야설 2021.07.19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夜話) / 움켜쥔 단추

조주청의 사랑방 야화(夜話) / 움켜쥔 단추 강원도의 정선땅 첩첩산중 담비골에는 단 두 집이 살고 있는데 윗집엔 심마니 부부가 살고 아랫집엔 사냥꾼 부부가 살며 그들은 마치 친형제처럼 내것 네것이 없이 서로 사이좋게 살았다. 어느날 산삼을 캐러간 심마니 남편이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아, 부인이 쪽마루에 걸터앉아 남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랫집 사냥꾼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레벌떡 뛰어왔다. ​“형수님, 우리 집사람 여기 안 왔습니까?” ​ 심마니와 사냥꾼 마누라가 서로 눈이 맞아 도망을 쳤으며, 심마니 부인이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자 사냥꾼은 연놈들을 찾으러 간다며, 대처로 갔다가 3일 만에 헛걸음을 치고 돌아왔다. ​“형수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일어나세요." ​아랫집 사냥꾼이 음식을 가져와..

야설 2021.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