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모(饌母)의 눈물 이대감댁 하인(下人) 하녀(下女)들은 주인(主人) 내외(內外)를 하늘처럼 섬긴다. 주인의 인품(人品)이 훌륭해 잘못한 일이 있어도 눈감아 주거나 곱게 타이르지 고함(高喊) 한번 치지 않았다. 하인·하녀들이 짝지을 나이가 되면 이리저리 중매(仲媒)해서 혼인(婚姻)을 성사(成事)시켜 넓은 안마당에 차양막(遮陽幕)을 치고 번듯하게 혼례식(婚禮式)을 올려 준다. 허나 이대감(李大監) 내외가 가슴 아파하는 것이 하나 있었으니, 열두살 때 이 집에 들어와 이십년(二十年)이 넘게 부엌일을 하는 찬모(饌母)를 서른셋이 되도록 시집을 못 보낸 것이다. 박박 얽은 곰보 자국 때문이다. 얌전하고 일 잘하고 입 무거운 찬모는 얼굴 빼고선 모자람이 없는 색시감이건만 장가 오겠다는 총각(總角)이 없었다. 독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