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인의 재치 과거에 낙방하고 말을 타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박도령은 한숨을 쉬는 대신 휘파람을 불어댔다. 처음 본 과거 시험이었고 조금만 더 공부를 하면 내년엔 거뜬히 붙을 것 같은데다 천성이 원래 낙천적이다. 꽃피고 새우는 춘삼월 호시절에 산들바람은 목덜미를 간질러 대고 만산에는 진달래가 붉게 타오르며 나비는 청산 가자 너울너울 춤을 추었다. 게으른 숫말은 책찍질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걸음을 재촉했다. 산허리를 돌자 박도령은 고개 끄덕이며 빙긋이 웃었다. 엉덩이가 빵빵한 암말이 꼬리를 흔들며 앞서 가고 있었다. 암말 위에는 초로의 영감님이 첩인 듯한 젊은 여인을 뒤에서 껴안은 채 산천경개 구경하며 한가로이 가고 있었다. 박도령의 숫말이 재바른 걸음으로 암말 사타구니 가까이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