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90) *관촉사(灌燭寺) 미륵석불

방랑시인 김삿갓 (190) *관촉사(灌燭寺) 미륵석불 (彌勒石佛: 은진미륵)에 얽힌 유사. 이윽고 황포돛이 바람을 품고 강심(江心)으로 두둥실 떠나가기 시작하자 뱃사공들은 갑판위에 술상을 차려 놓고 김삿갓을 불렀다. "출발 전에 고사를 지낸 술이 좀 남아 있으니 형씨도 우리와 함께 흠향(歆響) 합시다." 어떤 술이라도 사양할 김삿갓이 아니다. 김삿갓은 뱃꾼들과 함께 술잔을 나누며, 원근 풍경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배는 순풍에 돛을 달고 강물을 좌우로 가르며 앞으로 앞으로 미끄러져 나가고 있었다. 저 멀리 강가에는 갈매기와 백로들이 삼삼오오 너훌너훌 춤을 추듯 날아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해는 저물기 시작하여 서녘 하늘에는 노을이 짙어왔다. 그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워, 김삿갓은 신용개(申用漑)의 시가 자기..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9) *몽중몽 주모 , 연월과의 이별.

방랑시인 김삿갓 (189) *몽중몽 주모 , 연월과의 이별. 연월은 한번 관계를 맺고 나자, 김삿갓을 더없이 좋아하였다. 그리고 돈은 한 푼도 필요치 않으니, 얼마든지 오래만 있어 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돈보다도 참된 인정이 그리웠던 것이었다. 그러나 김삿갓은 누구에게나 오랫동안 폐를 끼칠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애정과 원한은 서로 엇갈려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정에 이끌려 오래 머물다 보면 그 애정이 모르는 사이에 원한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었다. 에서 열흘 가까이 편히 쉬고 난 김삿갓은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행장을 꾸리고 나섰다. 연월은 김삿갓의 마음을 대뜸 알아 본 듯, 서글픈 얼굴로 물었다. "저희 집을 떠나려고 하십니까. 불편하신 일이 많으셨던 모양이지요 ?" "무슨 소리..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8) *몽중몽 주모 연월이 .. (하편)

방랑시인 김삿갓 (188) *몽중몽 주모 연월이 .. (하편) 김삿갓은 술을 마셔가며 연월에게 우스개소리를 하였다. "시를 잘 짓는 여자는 공교롭게도 자네처럼 이름에 자가 들어간다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 " "시를 잘 짓는 기생중에 개성 기생 명월(明月)이가 있었고 평양 기생 계월(桂月)이가 있다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강계에서 시를 잘 짓는 추월(秋月)이라는 기생을 만난 일이 있었는데, 지금 자네도 이란 이름으로 시를 잘 짓고 있으니, 이름 자에 달 월(月) 자가 들어 있는 기생은 시를 잘 짓는다고 봐야 할 게 아닌가 ? " "아이, 선생님두! 명월과 계월은 소문난 시인이었지요. 저 같은게 어찌 감히 그들 속에 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강계에서는 이라는 기생을 직접 만나셨던 모양..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7) *몽중몽 주모 연월이.. (상편)

방랑시인 김삿갓 (187) *몽중몽 주모 연월이.. (상편) "그 어른은 5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셨답니다." "저런 ...5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구 ? 그렇다면 자네에게 술집을 차릴수 있는 돈을 내어주신 그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그 노인이 돌아가셨을때, 상(喪)을 입어 드리는 도리였을 텐데 자네는 어찌하였나 ?" "그야 물론이죠. 그 어른은 양기가 워낙 신통치 않으셔서, 우리가 육체 관계를 가진 것은 단 한 번 뿐이었지요. 그러나 제게는 바깥 어른이나 다름없는 어른이셨기 때문에 돌아가신 뒤에는 3년상을 치르느라고 저는 술장사도 하지 않았답니다." 화류계 여성으로 일을 하면서도 노인에 대한 은혜와 도리를 생각해 3년 동안이나 절개를 지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음, 요즘 세상에 자네처..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6) *술집

방랑시인 김삿갓 (186) *술집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와 함께, 자욱한 물안개를 뚫고 나룻배가 나루터에 도착하자, 김삿갓은 이라는 술집을 찾아 나섰다. 퇴물 기생이 운영한다는 몽중몽이라는 술집은 노인산(老人山) 기슭에 있었다. 뜰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고 주위에는 복숭이나무도 몇그루 있어서, 제법 운치가 있는 술집이었다. 40 가까이 되어 보이는 주모는 성품이 서글서글 하여서 김삿갓에게 술을 따라 주며 익살까지 부렸다. "옛날부터 는 속담이 있는데 손님은 멀쩡한 양반이 어째서 삿갓을 쓰고다니신다오 ? " 그러자 김삿갓은 술을 마셔가며 주모를 이렇게 나무라 주었다. "이 사람아 ! 이 삿갓은 내게는 둘도 없는 소중한 물건이네. 그러니 남의 삿갓을 함부로 깔보지 말..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5) *백마강에 얽힌 전설.

방랑시인 김삿갓 (185) *백마강에 얽힌 전설. 낙화암에서 비탈길을 북쪽으로 걸어 내려오면, 강물이 눈앞에 굽어 보이는 곳에 절벽을 배경으로 한, 고란사(皐蘭寺)라는 절이 있다. 백쩨 때에 창건된 절로서 원래는 라고 불렀는데, 절 뒤에 절벽 바위 틈에 가 있다고 해서 절의 이름이 숫제 로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고란초는 난초의 일종이나 잎이 적은 기이한 난초이다. 포자(胞子)가 1년에 하나밖에 생겨나지 않아, 번식하기가 매우 어려운 음화(陰花) 식물이라는 것이다. 양지도 음지도 아닌 바위 틈의 습지에서만 자라는데 우리나라 에서는 오직 고란사 뒤의 절벽에서만 있다는 것이다. 김삿갓은 고란사 주지 스님으로 부터 이와 같은 설명을 듣고, "그렇다면 고란초는 삼천궁녀의 원한이 식물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4) *홍성 땅을 떠나며

방랑시인 김삿갓 (184) *홍성 땅을 떠나며. 김삿갓은 외가댁에는 찾아가지도 않고, 날마다 객줏집에서 술만 마시고 있었다. 외가에 가지도 않을 것이라면 차라리 홍성 땅을 떠나는 편이 좋으련만, 무엇인가 마음을 끌어 당기는 것이 있어 홍성 땅을 쉽게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로부터 4,5일을 보낸 뒤, 김삿갓은 취중에 문득,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홍성을 떠나기 전에 어머니 무덤이라도 한번 찾아보고 떠나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어느 날 술을 한 병 들고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 나섰다. 고암리의 공동묘지를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묘지기에게 물어 보니, "이길원 노인의 누님 무덤은 바로 이 무덤이라오." 하고 말하며, 산기슭에 있는 조그만 무덤을 가르켜 주었다. 아직 흙도 마르지 않은..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3)

방랑시인 김삿갓 (183) *만사개유정 부생공자망 (萬事皆有定 浮生空自忙 : 세상만사는 정해져 있는데, 부질없는 인생은 바쁘기만 하구나.) 김삿갓은 독로강을 건너자, 홍성으로 홍성으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 뵙고 용서를 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꿈을 꾸기 전까지는 어머니를 완전히 잊고 있었던 김삿갓이었다. 영월에서 어머니께 작별을 고하고 다시 방랑의 길을 오른지가 어언, 20 년이 다되었다. 그런 어머니가 꿈속에 소복차림을 나타나고 하였으니 제아무리 몰인정한 김삿갓도 이번만은 어머니를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전에는 꿈에 나타나는 일이 한 번도 없었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하필, 소복을 입고 나를 만나자고 하셨을까 ? )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불길하기 짝이 없는 꿈..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82) *추월과의 이별.

방랑시인 김삿갓 (182) 추월과의 이별. 추월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김삿갓에게 헤어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김삿갓은 이치에 어긋나는 맹세를 할 수는 없었기에, 얼른 이렇게 둘러댔다. "이 사람아 ! 말로 맹세한다고 모든 일이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닐세. 옛글에 는 말이 있지 않은가. 는 뜻이지. 그런 것처럼 우리가 비록 떨어져 있다 하기로, 마음만 통하면 얼마든지 즐거울 게 아닌가. 천명(天命)을 깨닫고 거기에 안주하면, 봉별(逢別) 같은 것은 문제가 아닐 걸세." 추월은 그 말을 듣고서야 마음이 놓이는 듯, 다시 품에 안기며 말했다. "귀하신 그 말씀, 가슴 깊이 새겨 두겠사옵니다." 백세지후 귀간기거(百歲之後 歸干其居)라는 말이 있다. 한 사람의 아내가 된 여인은 죽은지 백 년..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9) *천지자만물지역여..

방랑시인 김삿갓 (179) *천지자만물지역여....(하늘과 땅은 만물의 객줏집 같다) 김삿갓은 추월의 거문고 솜씨도 대단했지만, 시를 그렇게까지 잘 지을 줄은 몰랐다. "허어 ! 강계 같은 벽촌에 자네와 같은 훌륭한 시인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 ! 과연, 자네의 실력은 허난설헌(許蘭雪軒)이 무색할 지경이네그려." "과찬의 말씀이시옵니다. 실은 외람되게도 제가 먼저 시를 읊은 것은, 선생께서 손수 지으신 시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디 한 수 들려 주시옵소서." 시를 읊게 하려는 수법이 교묘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하하, 자네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솜씨가 기막히군그래 ! 그럼, 자네가 나의 시름을 라는 시로 달래 주었으니 나는 그 운자(韻字)로 화답을 해야되겠군그래." 그러자 추월은 고개를 설레..

야화 김삿갓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