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01- (23) *차일피적 적막강산 금백년 ..

방랑시인 김삿갓 01- (23) *차일피적 적막강산 금백년 .. (이핑게 저핑게 하는 사이 쓸쓸한 강산은 어느덧 백년이 되고 말것이오.) "저는 바람처럼 거침없고,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인생을 살고 있지요." 여인은 고개를 끄덕해 보였다. 김삿갓은 정색을하고 물었다. "주막에 주모도 없고 심부름 하는 머슴도 없는 모양인데 무슨 곡절이라도 있습니까 ? " "곡절은 무슨 곡절이 있겠습니까. 그저 세상만사 모두가 귀찮아 잠시 문을 닫은 것 뿐입니다." "그래요 ?" 그러나 김삿갓은 어딘지 석연치 않은 기미를 느꼈다. 그는 묵묵히 밥을 모두 먹었다. " 잘 먹었습니다." 여인은 무슨 말을 할듯 하다가 단념한듯 상을 들고 나가려 한다. "잠깐만 ! " 김삿갓은 여인을 불러 세웠다. "제가 보기에 부인에게는 필시..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22)

방랑시인 김삿갓 01-(22) *김삿갓의 수작 아침을 거르고 나선 길이라 오전이 지나니 몹시 시장기가 들었다. 게다가 날씨마저 춥고보니 따듯한 불기운이 더욱 그리웠다. 하늘과 땅을 번갈아 보며 시름없이 걷고있는데 삼거리가 나타났다. 오른쪽 길 저만치에 주막이 보였다. 김삿갓은 반가운 마음에 그쪽으로 행했다. 사실 , 수중에는 엽전 한 닢 없지만 그곳으로 가면 무엇인가 생길것 같았다. 주막은 마당도 넓고 마루도 넓었다. 한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반쯤 열려있는 사립문으로 성큼 들어섰다. "게 아무도 없소 ? " 비록 가진 돈은 없었지만 우선 호기롭게 주모를 찾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는 다시 한번 주모를 불렀다. 잠시후 안쪽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여인 하나가 나타났다. 삼십이 넘었을까, 아니면 조..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20)* " 眼中七子 皆为盜"

●방랑시인 김삿갓 01-(20) * " 眼中七子 皆为盜" 김삿갓은 외금강에 이르러 바다와 접한 금강산의 또다른 풍치를 마음껏 감상했다. 이제 계절은 중추(仲秋)로 접어들어 산중의 바람은 얇은 베옷을 헤집고 들어와 오한을 느끼게 한다. 그는 마침내 발길을 북쪽으로 돌렸다. 망망한 바다를 보니 막혔던 속이 확 트이는것 같으면서도 시름은 파도를 타고 더욱 간절하게 밀려오고 있었다. 외금강에서 함경도 땅으로 가는 길은 바다와 육지가 숨박꼭질을 하는 길이었다. 바다를 끼고 나란히 길을 걷다가도 고개를 하나 넘으면 바다는 갑자기 먼곳에 있었다. 이렇게 해금강이라 일컬어지는 외금강을 지나 북으로 발길을 계속하자 강원도 땅이 다하고 함경도 경내로 들어서게 되었다. 처음으로 들어선 큰 읍내는 통천(通川) 이었다. 통천은..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19)

●방랑시인 김삿갓 01-(19) * 구름따라 발길따라 立石峰을 떠난 김삿갓은 한동안 시냇가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떠나오긴 했으나 막상 갈 곳을 정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짜증이 날법도 했지만 그는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언제 다시 올줄 모르는 금강산이니 내금강 구경을 마치고 외금강으로 나가 바다 경치나 구경하자. 그 길로 북상하면 함경도 땅이 나오겠지." 내금강 곳곳을 돌아다니고 나니 어느새 구월 초순이 되었다. 산속에 가을은 빨리와서 벌써 나뭇잎이 다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도 눈에 띄었다. 김삿갓은 먹고 자는데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골마다 암자요. 절이 있었다. 간간히 풍류를 즐기는 시객도 있어 그는 술에 목마르지 않았고 밥 한 술에 배고프지 않았다. 내금강 구경을 마치고 외금강으로 ..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17)

●방랑시인 김삿갓 01-(17) * 두견새야 너는 어찌 그리도 박정해서, 봄날 지는 꽃만을 울어주느냐.* "대사님 , 갑자기 술 이야기는 어째서 하십니까 ? " 사실 술 생각이 나지 않는 바는 아니었지만 입석암을 훌쩍 떠나고 싶지 않아서 참고 있었던 그였다. 그런데 돌연 노승이 술 이야기를 꺼내자 마치 잊고 있었던 정든 여인의 이름을 듣는것 같아았다. 그러나 어째서 갑자기 술 이야기를 거내 놓는지 노승의 마음이 궁금했다. "허허허 , 난 자네의 마음 속을 환히 알고 있네. 중이 되어가지고 자네에게 술 대접을 할 수는 없는 일이고 마침 자네가 술을 실컷 마실 좋은 일이 생겼네." 김삿갓은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수 없었다. "입석봉 동쪽으로 조금 돌아가면 그럴듯한 절이 하나 있네. 내 지금 그 곁을 지나왔는..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16)

●방랑시인 김삿갓 01-(16) * 김삿갓의 고백 김삿갓 ,노승(허공)과의 문답으로 어느덧 밤이 깊었건만 두 사람의 부르고 쫒는 시 짓기는 그침이 없었다. 노승이 부르면 김삿갓이 즉석에서 받고, 삿갓이 받으면 노승이 이내 불렀다. 부르는데도 막힘이 없으려니와 쫒는데도 주저함이 없었다. 노승은 김삿갓의 뛰어난 실력에 내심 크게 탄복 하였다. 이것은 김삿갓도 다르지 않아 노승의 실력에 내심 찬사를 보냈다. 이렇듯 주거니 받거니를 계속 한다면 이 밤을 꼬박 새워도 부족할것 같았다. "어허 , 내 평생 가장 뛰어난 시재(诗才)를 만났구료. 더구나 젊은 나이에 이토록 무궁한 시상 (诗想)을 가지고 있다니 그저 탄복할 따름이오." 노승이 이렇게 먼저 말문을 열었다. "대사께서는 너무 과찬의 말씀을 하십니다. 소생 ..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15)

●방랑시인 김삿갓 01-(15) *诗僧과의 问答 노승 .. 조등입석 운생족 (朝登立石 云生足) 삿갓 .. 모음황천 월괘순 (暮飮黃泉 月掛脣) 노승 .. 간송남와 지북풍 (澗松南臥 知北风) 삿갓 .. 헌죽동경 각일서 (軒竹东頃 觉日西) 노승 .. 절벽수위 화소립 (絶壁雖危 花笑立) 삿갓 .. 양춘최호 조제귀 (阳春最好 鸟啼归) 노승 .. 천상백운 명일우 (天上白云 明日雨) 삿갓 .. 암간낙엽 거년추 (岩间落叶 去年秋) 노승 .. 양성작배 기유일 최길 (兩姓作配 己酉日 崔吉) 삿갓 .. 반야생손 해자시 난분 (半夜生孙 亥子时 难分) 노승 .. 영침녹수 의무습 (影侵綠水 衣无濕) 삿갓 .. 몽답청산 각불고 (夢踏靑山 脚不苦) 노승 .. 군아영리 천호가 (群鴉影裏 天戶家) 삿갓 .. 일안성중 사해추 (一雁声中 ..

야화 김삿갓 2021.09.26

●방랑시인 김삿갓 01-(14)

●방랑시인 김삿갓 01-(14) * 立石峰 仙僧 입석봉은 글자가 말해주듯 깎아지른 바위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우뚝우뚝 솟은 바위들은 짐승의 형상을 한것도 있지만 발돋움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상도 있었다. "가히 만물상이로군 " 김삿갓의 입에서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헌데 시승은 어디에 살고있단 말인가 ?" 그는 바위 천지인 봉우리 아래쪽을 훑어 보았다. 시선이 머무르는 한 곳이 있었는데, 둥그스런 큰 바위 아래로 노송 가지가 휘늘어진 밑에 초막같은 암자가 빼꼼히 보이는 것이다. 김삿갓은 지체없이 그쪽으로 바삐 걸었다. 길은 바위사이로 나있는 사람이 발로 밟은 자욱이 있는 구불구불 바위 사이 길로, 자칫 발을 잘못 디뎌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면 송곳 같은 바위끝에 뼈가 으스러질 판으로 보였다. ..

야화 김삿갓 202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