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78) *술 많이 마신다고 타박 말게, 지금은 부질없는 백발만 남았으니... (莫怪今多把酒頻 ,世上空留白髮身) ... 김삿갓은 시를 읽어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시는 조운(朝雲)이라는 기생이 남지정(南止亭)에게 보낸 시가 아니었던가 ? " "그러하옵니다. 저는 이 시를 유난히 좋아하여 하루에도 몇 차례 읽어 보며 혼자 즐거워하옵니다." "이런 시를 즐기는 것을 보니, 자네도 산수를 어지간히 좋아하는군그래." 김삿갓은 추월이 떠다바치는 대야물을 받고, 세수를 한 후 아랫목에 주저앉으니, 추월은 새옷 한 벌을 가지런히 갖다 놓으며 말하는데, "저녁을 드시기 전에 옷을 갈아입으시옵소서. 옷이 몸에 맞으실지 모르겠사옵니다." 김삿갓은 새 옷을 보고 적이 놀랐다. "아니, 자네 집에 웬 ..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7) *김삿갓을 찾아 온 여인은 ?

방랑시인 김삿갓 (177) *김삿갓을 찾아 온 여인은 ? 김삿갓은 심원사에서 십여 일을 더 지내다가, 동지가 가까워서야 읍내로 돌아왔다. 그 무렵, 강계의 추위는 살을 에이는 듯 맹렬하였다. 눈은 오는 대로 계속 쌓였고, 모진 칼바람은 날이 갈수록 기승을부려, 솜옷을 입고서도 밖을 나다니기가 어려웠다. 김삿갓은 싸구려 객줏집을 숙소로 정하고, 날마다 방구석에 들어앉아 술을 마셔가며 책이나 읽고 있었다. 이렇듯 생전 처음 겪는 북쪽의 추위로 인해, 날마다 침울하게 지내자니, 따듯한 남쪽이 그리웠다. (대동강도 우수경칩이 지나야 풀린다고 하는데, 그보다 훨씬 북쪽인 독로강의 얼음은 언제나 풀릴까?) 매일 방안에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궁상을 떨고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럽던 김삿갓, 문득, 날을 헤아려..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6) *강계 기생 추월이.

방랑시인 김삿갓 (176) *강계 기생 추월이. 김삿갓이 깜짝 놀란 이유는, 답장의 내용이 기가막혔기 때문이었다. ( 류자서한칙 거유 소세양지서한야 . 물위표절 .... 추월) 김삿갓은 답장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추월이라는 기생이 소세양과 황진이의 고사를 알고 있다는 일도 놀라운 일이거니와, 더구나 는 꾸지람을 보내온 데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음 --- 추월이라는 기생은 보통 기생이 아닌 모양이로구나 ! ) 이러다 보니, 김삿갓은 답장을 보내온 추월이라는 기생에게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니, 어젯밤 만호재 서당에서 아이들이 말 한 이라는 기생 이름을 들은바도 있거니와 만호재 훈장 변대성의 처제 이름도 이라고 말해 주지 않았던가 ? 그리고 추월은 노래도 잘하고..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5) *김삿갓이 주고 받은 편지의 의미.

방랑시인 김삿갓 (175) *김삿갓이 주고 받은 편지의 의미. 김삿갓이 놀란 눈으로 두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여인은 그제서야 등 뒤에서 누가 엿듣고 있음을 알았는지, 약간 당황하는 빛을 보이며, "산월아 날이 저물었으니 그만 돌아가자." 하고 부랴부랴 인풍루에서 내려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 김삿갓은 돌아서는 여인의 얼굴을 쳐다보니, 천하의 절색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치맛귀를 왼쪽으로 감싸 돌리지 있었다. 따라서 김삿갓은 그 여인이 기생임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 번 수작을 걸어 보아도 되겠군 ! ) 순간적으로 그렇게 결심한 김삿갓은 멀어져 가는 여인을 뒤 따르며 용기를 내어 큰 소리로 여인의 뒤를 따르는 계집아이를 불렀다. "애, 산월아 ! 이리 와, 나 좀 보고 가거라." ..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4) *인풍루에서 만난 여인.

방랑시인 김삿갓 (174) *인풍루에서 만난 여인. 김삿갓은 인풍루 누각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에 취해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그러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 보니, 인풍루 처마에는 석양빛이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어허 ! 시각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 주위를 둘러보니, 오늘따라 날씨가 따듯한 탓인지 인풍루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는데, 개중에는 아낙네들도 더러 섞여 있었다. 강계는 색향의 고을인지라, 오르락 내리락하는 아낙네들은 한결같이 미인이었다. (강계에는 미인 아닌 여인이 없다고 하더니, 과연 그 말이 틀림이 없구나.) 김삿갓은 미인이 아닌 여인을 찾아 보려고 하였지만, 짚더미에서 바늘을 찾기보다 어려울 것 같았다. 미인이란 참으로 좋은 것이다. 어떤 시인은 미인을 두고, 素顔發..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3) *인풍루(仁風樓)에서..

방랑시인 김삿갓 (173) *인풍루(仁風樓)에서.. 다음날, 아침을 얻어 먹은 김삿갓은 인풍루(仁風樓)를 구경하려고 훈장에게 작별 인사를 고하였다. 그러자 훈장은 가여운 시선으로 김삿갓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는 무슨 목적을 가지고 생소한 지방을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고 있는가 ?" "어떤 목적이 있어 그러는 것은 아니고, 명산대천을 두루 구경하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서죠." "예끼 이사람아 ! 못난 소리 그만 하게. 명산대천을 아무리 많이 구경한들, 거기서 돈이 나오는가, 계집이 나오는가 ? " 훈장은 그렇게 말하며 코웃음을 치고 나서, 다시 말을 하는데, "자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강계에는 기생이 많기로 소문난 고장일세.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자네도 돈 많은 기생이나 하나 꼬셔 가지고 엄동설한을 ..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2) *수수께끼 글자 풀이.

방랑시인 김삿갓 (172) *수수께끼 글자 풀이. 김삿갓은 웃으면서 말했다. "너희들의 소원이라면 그러자꾸나." 김삿갓은 옛날에 서당에서 글자풀이 장난을 많이 해보았기에 자신을 가지고 대답하였다. 한 아이가 물었다. "소가 외나무 다리를 건너가는 글자가 무슨 글자죠 ? " "그것은 자로다. 소 우(牛)자 밑에 외나무다리 하나가 가로질러 있으니, 날 생 (生)자가 아니겠느냐 ? " 아이들은 그 대답을 듣고 방안이 시끄럽도록 떠들어댔다. "아저씨는 보통 아저씨가 아니네요." 이번에는 다른 아이가 앞으로 나앉으며 물었다. "이번에는 내가 물어 볼게요. 새가 나뭇잎을 물고 날아가는 글자가 무슨 글자인지 아세요 ?" 김삿갓은 어렸을 때 서당에서 를 하도 많이 해 온 터이라, 아이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대답할 수 있..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1) *만호재(萬戶齊) 훈장 .

방랑시인 김삿갓 (171) *만호재(萬戶齊) 훈장 . 김삿갓은 나룻배를 타고 독로강을 건너며, 얼마전 강계에 오기 전에, 선천으로 향하던 어느 장거리에서 만난 점쟁이가 이라고 일러 주던 말이 문득 생각나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강계에서 미인을 만나면 결코 해롭지 않으리라고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읍내로 들어 온 김삿갓이 어두운 거리를 걷고 있노라니, 어디선가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가 들려 오고 있었다. (응 ..... ? 이 부근에 서당이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렇다면 오늘밤은 서당에서 신세를 지기로 할까 ? ) 김삿갓은 골목 안으로 들어가 서당을 찾았다. 아이들 글 읽는 소리가 들린 초가집 처마에는 라는 커다란 간판이 걸려 있어서, 서당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았다. 서당이름을 라고 한 것은, 고..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70)

방랑시인 김삿갓 (170) *강계의 지세(地勢)와 평안도 사람들의 인성(人性) 강계로 가려면 적유령 고개를 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고개가 얼마나 높은지, 가도가도 눈 앞에 보이는 길은 올려다 보이기만 하였다. 전국을 천하주유로 편답해 온 김삿갓의 발걸음조차 지치게 만든 적유령 고개, 숨이 턱에 차 오르니, 북쪽으로는 저 멀리 수많은 산으로 둘려싸여 있는 강계군의 광활한 고원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강계고을은 제주도의 세 배나 되는 광활한 지역으로 동쪽은 낭림 산맥, 남쪽은 묘향 산맥, 북쪽은 강남 산맥 등, 세 개의 산맥이 동북에서 서남으로 뻗어 나오며 광활한 고원 지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이런 강계 고을은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이라는 인상이 절실하였다. 산이 높고 물이 맑아, 옛날부터 강계 여자들은..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8)

방랑시인 김삿갓 (168) * "탁"하고 친 것도 아닌데, "억"하고 죽은 사연 ? "손님은 아직도 주무시지 않고 책을 읽고 계셨습니까 ? " "어서 들어 오세요. 잠이 오지 않아 책을 읽고 있던 중입니다. 주인 양반이야 말로 여태까지 잠을 자지않고 계셨소 ?" 김삿갓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인을 맞았다. "책을 읽으시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요 ? " 주인은 김삿갓 옆에 털썩 주저앉더니 담배를 한 대 권한다. "한밤중에 주무시지도 않고 책을 열심히 읽고 계시는 것을 보니 손님은 대단하신 선비인가 보군요?" "대단한 선비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요 .... 그런데 노형은 주무시지 않고 계셨소 ? " "걱정스러운 일이 있어 잠이 와야 말이지요." "걱정스러운 일이라뇨 ? 댁에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

야화 김삿갓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