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57) *김삿갓의 신수.

방랑시인 김삿갓 (157) *김삿갓의 신수. 점쟁이는 먼저 돈부터 챙겨 넣고 나서, 김삿갓의 생년 월 일을 물어 보며 말한다. "춘하추동 사계절 중에 봄은 이미 지나 갔으니, 여름부터 겨울까지 운수를 보아 드리겠소." 그리고 손가락을 이리저리 짚어 가며 입 속으로 무엇인가 한동안 중얼 거리더니, 여름쾌를 다음과 같이 적어 놓는다. 莫向西方 막향서방 서쪽 방향으로 가지마라 必逢害人 필연해인 반드시 해칠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 事事多魔 사사다마 사사건건 마가 끼어들어 必煩意亂 필번의난 마음이 번거롭고 뜻이 어지러우리로다. 점쟁이는 점쾌를 적은 종이를 들여다 보며, "댁은 지금 어디로 가시는 길이오 ? " 하고 새삼스럽게 가는 곳을 물어 보는 것이다. "나는 정주를 거쳐 선천으로 가는 길이라오." 점쟁이는 그 ..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56) *다시 보는 송아지 사주.

방랑시인 김삿갓 (156) *다시 보는 송아지 사주. 다시 길을 떠난 김삿갓이 선천 방향으로 반나절 쯤 걸어가다 보니 제법 큰 장거리가 나왔다. 가는날이 장날이라더니, 마침 그날이 장날이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장터를 분주하게 오가고있었다. 장터 이곳 저곳을 구경하던 김삿갓의 눈에, 어느 담장 앞에 돗자리를 펴고 앉은 늙수그레한 점쟁이가 눈에 띄었다. 담장 바람벽에는 이라고 쓴 선전문이 걸려 있었다. 김삿갓이 생각하건데, 이렇게 많은 상품을 두루 섭렵하려면 책은 물론 많이 읽었어야 할 것이고, 이나 같은 책은 통달 하고 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점쟁이의 행색을 살펴 보니, 늙은이는 땟국이 꾀죄죄 흐르는 옷을 입은데다가 쓰고 있는 갓 조차 낡고 허름 한 것이 아무리 보아도 곰팡내가 푹푹 풍기는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55) *김삿갓의 송아지 사주 풀이.

방랑시인 김삿갓 (155) *김삿갓의 송아지 사주 풀이. 김삿갓이 얼마를 가다 보니, 어느 농가의 마당 한쪽에 있는 외양간에서 중늙은이 하나가 부지런히 들락 거리는 것이 보였다. 까닭이 의아했던 김삿갓이 가던 발을 멈추고 한참을 쳐다 보다가 물었다. "소가 새끼를 낳으려는 모양이죠 ? " "아침부터 산고를 시작 했으니까, 아마 곧 낳게 될 것이오." "그래요 ? 참 잘 된 일이군요. 그런데 주인 양반은 소가 아들을 낳기를 바라시오, 딸을 낳기를 바라시오 ? " 하고 우스갯 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주인 늙은이도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 넘긴다. "그야 물론 딸보다는 아들을 낳기 바라지요. 암송아지 보다는 숫송아지 값이 더 하거든요." "그러면 나도 아들 낳아 주기를 빌어 드려야 하겠군요. 아무튼 생명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53)

방랑시인 김삿갓 (153) *두 늙은이가 서로 먼저 죽으라고 한 말은 , 다정한 말이었다. 순천 땅을 벗어난 김삿갓은 정주(定州),선천(宣川) 쪽으로 가보려고 발길을 서쪽으로 돌렸다. 선천은 김삿갓의 조부 김익순(金益淳)이 방어사(防禦使)로 있었던 고을로서 , 역적 홍경래(洪京來)가 야간 기습을 해오는 바람에, 어이없게 반란군에게 항복을 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김삿갓의 가문은 졸지에 풍비박산이 난 곳이었다. 때문에 역적의 후손으로 낙인찍혀 , 벼슬길로 나아가는 것은 원천 봉쇄 되었으며, 이런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김삿갓 자신이 조상의 죄를 생각하며 , 해를 보기가 부끄럽다 여기고 삿갓을 뒤집어 쓰고, 전국 방방곡곡을 떠돌아 다니며 유리걸식을 하게 된 것도 바로 선천 그곳의 사건 때문이 아니던가. 생각해..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52) *뜀박질만 시킨 이유.

방랑시인 김삿갓 (152) *뜀박질만 시킨 이유. 여인을 집으로 보낸 김삿갓은 노상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나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 훈장 노릇을 하겠다고 선금을 미리 받아내기는 하였으나, 탐관오리의 자식에게 글을 가르쳐 주고싶지는 않았다. 지금이라도 도망을 가려면 얼마든지 갈 수 있겠지만, 유 사또 같은 자에게 아무런 응징도 해 주지 않고 곱게 떠나 버리기에는 김삿갓의 심술이 허락하지 않았다. 매사에 돈밖에 모르는 유 사또만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골탕을 먹여 주고 싶었다. 그런 생각으로 동헌으로 다시 돌아오니, 유 사또는 크게 반가워하면서, "우리 아이가 지금 별당에서 자네를 기다리는 중이네, 보수는 넉넉히 줄 테니, 그애에게는 특별히 신경써서 글을 잘 가르쳐 주도록 하게 ! " 하며 아이를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51)

방랑시인 김삿갓 (151) *즐거움은 끝까지 누려서는 못쓴다(樂不可極 : 낙불가극) 순천 사또 류현진은 돈이면 안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 탓인지, 말끝마다 고 강조하기를 잊지 않는다. 김삿갓은 그때마다 형용하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꼈다. 선비를 돈으로 매수하려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 아니런가. (돈밖에 모르는 이런 놈을 어떡해야 골탕을 먹일 수 있을까.) 김삿갓은 지그시 눈을 감고, 속으로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김삿갓이 좀처럼 응낙할 기색을 보이지 않자, 사또는 초조한 모양인지, "여보게 ! 돈을 많이 준다는데, 무엇을 주저하는가 ? 어서 시원하게 대답하게나." 김삿갓은 탐관오리의 자식에게 글을 가르쳐 줄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나 이런 기회에 사또를 멋지게 곯려 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좋..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50) *함경 감사 유한준의 궤변.

방랑시인 김삿갓 (150) *함경 감사 유한준의 궤변. 김삿갓은 순천 사또 류현진(柳賢眞)이 라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김삿갓은 물론 유한준을 생전에 직접 만나 본 일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남달리 간지(奸智)에 능한 그는, 세상 사람들 사이에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인물로 알려져,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형조참판, 함경 감사, 호조판서 등의 권세를 한없이 누려온, 세도가 사이에서도 유명한 기회 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다. 유한준은 가는 곳마다 토색질이 어떻게나 심했던지, 한때에는 는 비난성의 말조차 떠돌 지경이었다. 그가 함경 감사로 있을 때에는 이런 일화가 있었다. 그는 함경 감사로 내려오기가 무섭게 인정사정 없이 토색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돈 많은..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9) *장사꾼의 본성 (本性).

방랑시인 김삿갓 (149) *장사꾼의 본성 (本性). 김삿갓은 시체 옆에 놓여 있는 말(斗)을 가르키며 말했다. "또 하나의 증거품은 바로 이 말이옵니다. 이 됫박은 전명헌이가 쌀가게에서 쓰던 됫박 입니다. 이 됫박은 밑바닥이 이중으로 되어있어서, 정규 됫박보다 쌀이 훨씬 적게 들어가게 되어 있을 것 이옵니다." "바닥이 이중으로 되어 있다니 ? 그게 무슨 소린가 ?" "제 말씀을 믿지 못하기겠거든, 이 자리에서 저 됫박을 해체해 보십시오. 저 됫박은 반드시 쌀이 적게 들어가는 장치로 되어 있을 것이옵니다." 김삿갓은 문제의 됫박을 직접 본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같은 장담을 할 수 있는 것은, 마을 사람들이 들려준 말이 결코 거짓이 아닐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또가 사람을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8) *드디어 풀리는 (하편)

방랑시인 김삿갓 (148) *드디어 풀리는 (하편) 다음날 아침, 김삿갓은 상금을 타기위해 객줏집 아낙네와 함께 읍네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인 아낙네는 동헌 바깥마당에 기다리게 하고, 자신은 선화당(宣化堂)으로 사또를 만나기 위해 찾아 들어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문지기들은 김삿갓의 앞을 가로맊으며, 밖으로 쫒아내려고 한다. 김삿갓은 화가 동해 문지기를 향해 호통을 질렀다. "이 사람들아 ! 나는 사또께서 살인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 , 상금을 걸고 널리 해답을 구하신다기에,찾아온 사람일쎄. 그러한 나를 우격다짐으로 쫒아내면, 중대한 살인 사건을 무슨 수로 해결하겠다는 말인가?" 문전에서 옥신각신하는 소리를 듣고, 사또가 몸소 마당으로 나오며 소리를 지른다. "무슨 일로 소란을 떠느냐 ? " 사또는 나이는 ..

야화 김삿갓 2021.09.29

방랑시인 김삿갓 (147) *드디어 풀리는 (상편)

방랑시인 김삿갓 (147) *드디어 풀리는 (상편) "쌀을 외상으로 사거나 현금으로 사거나 수량은 똑같아야 하는데, 전명헌이네 가게에서 외상으로 사온 쌀은 이상하게도 한 말을 사와도 집에 가져와 보면 아홉 되밖에 되지 않는 거에요. 게다가 쌀값에 대해서는 호되게 비싼 이자까지 꼬박꼬박 받아 먹었단 말이에요. 죽은 사람에게 이런 말은 안됬지만,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으며 살아온 사람이나 다름이 없었다구요." 시골 사람들은 인심이 순박해서 어지간 해서는 남을 비난하지 않건만, 전명헌이가 살해된 데 대해서는 누구도 동정하는 빛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전명헌이라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외상쌀을 주어가며 고리대금까지 겸해 오다가,누구에겐가 원한을 사서 죽게 된 모양이군요." "그거야 우린들..

야화 김삿갓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