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178

방랑시인 김삿갓 (167) *덧없이 지내 온 반생.

방랑시인 김삿갓 (167) *덧없이 지내 온 반생. 보현사의 늙은 스님은 김삿갓에게 서산대사의 이야기를 들려 주다가, 다음과 같은 말도 하였다. "만약 임진왜란 때에 서산대사와 같이 위대한 인물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그때 망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고 나면 불교가 어디 있으며, 우리 겨레가 목숨인들 어찌 보존할 수 있었겠소이까.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서산대사야말로 우리 겨레가 영원히 우러러 모셔야 할 거룩한 어른이시지요." 김삿갓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홍경래에게 어이없이 항복한 할아버지의 과거가 불현듯 떠올라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조상의 죄는 자손만대에 이른다는 불교의 섭리가 결코 헛 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김삿갓은 서산대사가 입적하기 직전까지..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6)

방랑시인 김삿갓 (166) *묘향산에서 만난 서산대사의 발자취. 김삿갓은 영변 약산을 돌아 보며, 약산이야 말로 천혜의 명산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또 약산동대는 옛날부터 진달래의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진달래꽃이 한창 피어날 때면, 산속을 거니는 사람들의 얼굴과 옷색깔이 진달래빛으로 붉게 물들어 ,마치 신선이 도원경(桃源境)을 거니는 것같이 보였다는 것이다. 김삿갓은 아쉽게도 봄철이 아닌 가을철에 왔기 때문에, 진달래의 절경을 구경하지 못하게 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약산성은 이조 태종 11년에 도절제사 (都節制使) 신유정(辛有定)이 왕명을 받들어 축조한 성으로, 높이가 두 길이나 되고, 둘레가 이십 리가 넘는 거대한 규모이다. 게다가 성안에는 곳간이 서른네 칸이나 있어, 여러 고을에서 모아들인 조..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5)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下)

방랑시인 김삿갓 (165)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下) "당신은 내 불구덩이에 그림을 그려 놓고, 고향에 다녀 오면서도, 그렇게나 내가 미덥지 않았어요 ? " "누가 임자를 의심한다고 했나 ? 내가 없는 동안에 별일 없었는가 물어 보았을 뿐인걸." 훈장은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해 버렸다. 그러나 고 했던가. 마누라쟁이는 암만해도 의심을 받는 것 같아, 내친김에 이렇게까지 말해 버렸다. "당신은 내가 의심스러워 불구덩이에 그림까지 그려 놓고 고향에 가시지 않았어요 ? 그런데도 고향에 다녀 와선, 의심을 거두지 않으니 웬 일이에요." 그러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가랑이를 활짝 벌려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러자 남편은 웃을밖에 없었다. "허허허 ....임자가 그렇게까지 말을 하니 그럼. 어디, 한..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4)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中)

방랑시인 김삿갓 (164)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中) 그러면서 훈장이 하는 말이, "마누라 ! 좋은 수가 있네. 임자가 내게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임자 불구덩이 양쪽에 그림을 하나씩 그려 놓기로 하세. 그렇게만 해놓으면 임자가 아무리 바람을 피우고 싶어도, 그림이 지워질까 봐 바람을 못 피우게 될게 아닌가? " 고작 생각해 낸 묘방은 기상천외 한 것이었다. "뭐든지 좋으니,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마누라는 의심 받는 것이 불쾌한 듯 즉석에서 승낙했다. 그리하여 훈장은 마누라를 자빠뜨려 놓고, 두 다리를 활짝 벌리게 한 뒤에, 옥문 좌우 언덕에 그림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하였다. 그림이란 것은 한쪽 언덕에는 조(栗)이삭을 하나 그리고, 반대편에는 누워있는 토끼를 한 마리 그려 놓는 것이었다. ..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3)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上)

방랑시인 김삿갓 (163) *불당골에서의 음담패설 (上) "자네들이 순천댁에게 맡겨 두었던 돈은 이자리에서 내가 돌려 주겠네. 자네들은 이 돈을 돌려 받거든 장사를 잘해 가지고 모두가 부자가 되도록 하게. 끝으로 자네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이번처럼 자네들 사이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의 원인은, 자네들이 서로간에 친구를 믿지 못한 데서 일어난 불상사였다고 나는 생각하네. 친구를 믿지 못한다는 것은 친구를 도둑놈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자네들 자신도 도둑놈이 될 수 있다는 말일세. 우정은 돈으로 살수 없는 귀한 것이네. 서로간에 믿고 살았으면 이번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니, 이제부터는 서로를 믿고 살아가도록 하게. 믿음이 없으면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인생은 부생공자망 (浮生空自忙: ..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2) *김삿갓의 생각 못 한 위기.

방랑시인 김삿갓 (162) *김삿갓의 생각 못 한 위기. 김삿갓은 잠시 뜸을 두었다가, "친구들의 돈을 가로채 가지고 도망간 놈은 물론 나쁜 사람이야. 그러나 그 사람도 자네들의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지 않은가 ? 한 번의 실수쯤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법, 세 사람이 힘을 모아 그 친구를 찾아내어 네 사람이 함께 와서, 맡긴 돈을 돌려 받을 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겠나 ? " 장사꾼들은 잠시 저희끼리 수군거리더니, 김삿갓에게 이렇게 반문한다. "우리 세 사람이 그 친구를 잡아오면, 당신은 우리들의 돈을 책임지고 돌려 줄수 있단 말이지요 ? " "물론이지. 네 사람이 함께 오기만 하면 돈을 돌려 주고말고 ! 그 점은 내가 책임을 지겠네. 그렇게 되면 친구도 살리고, 자네들도 돈을 돌려 받게 되니,..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1) *김삿갓이 해석하는 약속의 함정.

방랑시인 김삿갓 (161) *김삿갓이 해석하는 약속의 함정. "아니 ! .... 맡겨 두었던 돈을 돌려 달라고 하는 말이 어째서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이오 ?" "우리들은 노형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가 없구려 ! " 돈을 돌려 줄 필요가 없다는 김삿갓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한결같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남의 돈을 맡아 두었으면, 주인에게 돌려 줘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런가. 그러나 김삿갓은 정색을 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말했다. "순천댁은 그 사람들에게 잘못한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 협박과 공갈을 당하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김삿갓의 말을 점점 이해할 수가 없어,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자 향장..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60)

방랑시인 김삿갓 (160) *불당골에서 일어난 굉장한 사건의 진상. 이 마을 어귀에는 이라는 과부가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객줏집을 하고 있었다. 오늘 석양 무렵에 일행 네 명의 장사꾼들이 그 집에 투숙하게 되었는데 네 명이 순천댁을 함께 찾아와 일천 냥이 들었다는 돈 주머니를 맡기면서, "이 돈은 우리 네 사람의 장사 밑천이오. 이 돈을 내일 아침까지 아주머니가 좀 맡아 주시오. 내일 아침에 우리 네 사람이 함께 와서 돈을 달라고 하기 전에는 어느 누구한테도 이 돈을 주어서는 안되오 ! " 하고 신신당부를 하였다. 순천댁도 하고 돈을 맡아 두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객실에 들어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그중에 한 사람만은 술을 마시지 않겠다며 우물가에 나가서 머리를 감고 있었다. 머리를 감고..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59)

방랑시인 김삿갓 (159) *영변 약산 (榮邊 藥山)으로 가는길에 불당골에서.. 안주에서 묘향산에 가려면 영변(榮邊) 땅을 거쳐야 한다. 또 영변의 약산동대(藥山東臺)는 이름난 절경으로, 김삿갓은 이번 기회에 약산동대를 구경하고 묘향산으로 들어갈 생각이었다. 옛날 부터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고 (태산불양토양 : 太山不讓土壤), 바다는 조그만 샘물도 가리지 않는다 (하해불택세류: 河海不澤細流)고 하였다. 또, 산고고불귀(山高故不貴 : 산이 높다고 귀한 것은 아니고), 이유수위귀(以有樹爲貴: 나무가 있어야 귀한 법이다) 라고 하였다. 영변 일대는 태백의 줄기여서 산은 갈수록 험했고 물은 깊고 풍부했다. 김삿갓이 구름을 바라보며 한없이 산비탈을 걸어 오르고 있노라니, 문득 어디선가 두견새 우는 소리..

야화 김삿갓 2021.09.30

방랑시인 김삿갓 (158) *파자점 (破字占)

방랑시인 김삿갓 (158) *파자점 (破字占) "무슨 일로 어떤 점을 치려고 오셨소 ?" "바깥양반이 얼마 전에 장사차 집을 나갔는데, 석 달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네요." "음 ... 그러면 사주를 보아야 하겠구먼 바깥양반의 사주는 가지고 오셨는가 ? " "사주가 무슨 사주예요. 나 같은 시골뜨기가 주인 양반의 사주를 알기나 하나요." "사주를 모른다면, 간단한 방법으로 파자점(破字占)을 쳐드릴까 ? " "좋을 대로 해 주세요." 점쟁이는 돗자리 위에 놓여 있는 한문책 한 권을 집어 들더니 , 여인에게 내어 주며 말했다. "보시다시피 이 책에는 글자가 많이 씌여 있소. 이 책 어디에서나 마음 내키는 대로 글자 한 자를 골라 보시오. 그러면 당신 남편의 운수를..

야화 김삿갓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