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시인 김삿갓 (167) *덧없이 지내 온 반생. 보현사의 늙은 스님은 김삿갓에게 서산대사의 이야기를 들려 주다가, 다음과 같은 말도 하였다. "만약 임진왜란 때에 서산대사와 같이 위대한 인물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그때 망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나라가 망하고 나면 불교가 어디 있으며, 우리 겨레가 목숨인들 어찌 보존할 수 있었겠소이까. 그 때의 일을 생각하면, 서산대사야말로 우리 겨레가 영원히 우러러 모셔야 할 거룩한 어른이시지요." 김삿갓은 그 말을 듣는 순간, 홍경래에게 어이없이 항복한 할아버지의 과거가 불현듯 떠올라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조상의 죄는 자손만대에 이른다는 불교의 섭리가 결코 헛 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크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김삿갓은 서산대사가 입적하기 직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