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천민이여 그대 언젠가는 사라져갈 것입니다제왕이여 그대도 결국 무덤 속 한 줌의 흙으로 화하고 말것입니다 화사한 여인들이여 그대가 땅에 묻힌 날 그 누가 그대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키겠습니까 그 무엇이 영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까? 역사는 쉽게 잊혀집니다 언젠가 기억의 잔재를 정리하게 되는 날 편지와 사진첩 그리고 리본과 꽃들이 모든 것은 해묵은 서랍으로부터 추방당하여 불꽃 속에 소멸해버릴 것입니다 전쟁과 평화 ,조약,섭리와 우연 그리고 만났다가 몸짓하며 헤어져 가는 우리 그 거창한 사건들에게도 망각의 세월은 있는 법입니다 한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호화롭게 등장했던 그대들도 언젠가 그 최후의 막이 내릴 때면 관객이 사라진 무대 위에 허허롭게 서 있게 될 것입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