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구년지축(九年之蓄)

우현 띵호와 2021. 7. 15. 23:17

구년지축(九年之蓄)

구년 동안 먹고 살 수 있는 식량
[아홉 구(乙/1) 해 년(干/3) 갈 지(丿/3) 모을 축(艹/10)]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衣食住(의식주)를
구하기 위해서는 재물이 필요하다. 초야에 묻혀
재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고아한 隱者(은자)도
물만 마시고서는 살 수 없다. 만금을 쌓아 놓고
주위에 떵떵거리며 사는 부자를 욕하면서도
속으로는 부러워하기 마련이다.

돈이 있으면 편리하다. ‘날개 없이 날 수도 있고,
다리 없이 달릴 수도 있다(無翼而飛 無足而走/
무익이비 무족이주).’ 물신주의를 풍자한 중국
錢神論(전신론)에 나온다. 유교의 사서
大學(대학)에서도 인정한다. ‘부유함은 집안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빛나게 한다(富潤屋
德潤身/ 부윤옥 덕윤신).’

재산이 넉넉하면 개인이나 나라나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 백성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안온한 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나라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렇게
하려면 전체를 움직일 돈, 예산이 든다. 중국의
문물제도와 의례의 근본정신을 담은
‘禮記(예기)’에 구년 동안(九年) 먹고 살 수 있게
저축(之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교 오경에 드는 이 책의 王制(왕제)편에서인데
고대 聖王(성왕)들이 천하를 경륜하던 제도를 모은
곳이다. 흉년이나 홍수, 전쟁 등 비상상황을 맞았을
때라도 나라가 계속 유지되려면 최소한 이 정도의
비축이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九年之儲(구년지저)라 해도 같다. 儲는 쌓을 저.

성어 부분의 내용을 보자. ‘나라에 구년의 저축이
없으면 부족이라 하고(國無九年之蓄 曰不足/
국무구년지축 왈부족), 육년의 저축이 없으면 급이라
부르며(無六年之蓄 曰急/ 무육년지축 왈급), 삼년의
저축도 없으면 나라가 그 나라의 나라가
아니다(無三年之蓄 曰國非其國也/ 무삼년지축왈
국비기국야).’ 그러면서 3년의 경작이 있어야 1년
식량의 저축이 있고, 9년을 경작해야 3년의 식량을
저축할 수 있다고 했다.

3년 동안 먹고 살만한 식량의 비축이 없다면 나라는
경제적인 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다른
나라의 침략을 받아 와해되기 쉽다고 했다. 결국
튼튼한 재정이 나라를 존속시키는 근본이란 얘기다.

우리나라서도 朝鮮王朝實錄(조선왕조실록)의
太宗(태종)조에 처음 나오고 다른 문집에서도 많이
인용하고 있다. ‘나라에 삼년의 저축이
없는데(國無三年之蓄/ 국무삼년지축)’ 급하지 않은
토목공사를 일으켜서는 도가 아니라는 간관의
진언이 있자 태종이 받아들인다.

나라의 기틀을 갖춘 이때부터 경제의 중요성을
알았던 셈이다. ‘부잣집이 망해도 삼 년을 간다’는
속담이 있다. 부자였더라도 흥청망청 낭비하면 3년은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나라는 부잣집과
달리 계속돼야 한다. 오늘 재산이 국부가 제법
탄탄하다고 마구 퍼주다가 후일 쪽박 찬 나라의 뒤를
따라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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