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질족선등(疾足先登)

우현 띵호와 2021. 7. 15. 23:18

질족선등(疾足先登)

빠른 사람이 먼저 오른다.

[병 질(疒/5) 발 족(足/0) 먼저 선(儿/4) 오를 등(癶/7)]

다른 사람을 앞서야 과실을 챙길 수 있다. 빨리
달리고 높이 뛰어야 다른 사람이 닿기 전에
독차지한다. 마음 약한 남자가 미인을 얻은 예가
없다는 영국 속담도 용기를 북돋우는 얘기다. 모두
당연한 이야기지만 우리나라에선 너무 앞서지
말라고 가르친다.

성미가 급한 사람은 항상 손해를 본다며 ‘성급한 놈
술값 먼저 낸다’고 했다. 부지런히 노력하여 정상에
올랐을 때도 ‘열흘 붉은 꽃은 없다’며 몸조심을
당부한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고
느려도 착실한 것을 더 쳤다.

차근차근 앞을 향해 가는 것이 믿음직하긴 해도
그러다가는 남이 이룬 뒤의 부스러기를 오래
차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최초의 고지를
차지하는 영광은 가장 빠른 자에게 있다. 가장 빨리
달리는 사람(疾足)이 높은 곳에 먼저 오를 수
있다(先登)는 성어가 그것을 말해준다.

‘史記(사기)’ 淮陰侯(회음후) 열전에서 유래했다.
회음후는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이 천하를
통일할 때 대장군으로 가장 혁혁한 공을 세웠던
韓信(한신)을 말한다. 前漢(전한)이 확립된 후 점차
밀려 漢興三傑(한흥삼걸)이었던 한신이 일개 지역에
처박히자 兎死狗烹(토사구팽)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신이 반란군과 내통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왕비
呂后(여후)가 보낸 병사들에 체포돼 처형될 때 모사
蒯通(괴통, 蒯는 기름새 괴)의 건의를 무시했다고
한탄했다. 고조는 한신에게 모반을 권했다는 괴통을
잡아들여 문초했다. 괴통은 태연히 말한다.

‘진나라가 중원에서 놓친 사슴을 천하 사람들이
쫓았는데 가장 발이 빠른 사람이 세상을 차지했을
뿐입니다(秦失其鹿 天下共逐之
于是高材疾足者先得焉/ 진실기록 천하공축지
우시고재질족자선득언).’ 그러면서 자신은
한신만을 알았지 고조를 몰랐기에 그것은
跖狗吠堯(척구폐요), 흉악한 盜跖(도척)의 개라도
주인만 따르는 것과 같다고 했다.

누구보다 앞서서 일을 처리해야 할 때가 있고,
차례를 지키며 차근차근 해야 할 때가 있다. 화급한
일이 벌어졌는데 처리를 느긋하게 하면 분통터진다.
마찬가지로 고지가 바로 저기라며 빨리 내닫다가
그르치는 경우도 본다. 모두 다 필요한 일이지만
일상사에서부터 나아가 대외관계나 경제정책 등
일에 따라, 경우에 따라 잘 선택하면 실패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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