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만마제음(萬馬齊瘖)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9

만마제음(萬馬齊瘖)

만 마리의 말이 일제히 울음을 그치다.
[일만 만(艹/9) 말 마(馬/0) 가지런할 제(齊/0) 벙어리
음(疒/9)]

고요한 밤 아늑한 마을에서 한 마리의 개가 무엇을
보고 짖으면 온 동네가 시끄럽다. 다른 집의 개는
까닭도 모르면서 소리에 이끌려 짖는 一犬吠形
百犬吠聲(일견폐형 백견폐성)이다. 한 사람의 의견에
따지지도 않고 우르르 몰리는 附和雷同(부화뇌동)의
군중심리를 나타낸다.

반면 ‘도둑 한 놈에 지키는 사람 열이 못
당한다’는 말은 아무리 지키는 사람이 많아도 나쁜
일을 막지 못한다는 뜻이다. 만 마리나 되는 많은
말(萬馬)이 일제히 울음을 그치고 벙어리가
된다(齊瘖)는 이 성어는 사람들이 불의에 모두 입을
닫고 모른 체하는 것을 비유한다.

北宋(북송) 때의 문장가 蘇東坡(소동파, 1037~1101)가 쓴
‘三馬圖贊(삼마도찬)’이란 글에서 이 말이 처음
유래했다. 약간 달리 萬馬皆喑(만마개암)이라
표현하면서 처음 보는 것에 겁을 먹고 입을
다물었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내용의 일부를 보자.

‘송나라 때 서역에서 말 한 마리를 보내왔는데 키가
팔 척이나 되고, 용의 머리에 봉황의 가슴을 가졌고,
범의 등을 하고 표범의 무늬를 가진 놈이었다.
용마의 마구간에 함께 넣었더니 갈기를 떨며 길게
울부짖어 만 마리의 말이 벙어리가 된 듯
조용해졌다(出東華門 入天駟監 振鬣長鳴 萬馬皆喑/
출동화문 입천사감 진렵장명 만마개암).’ 駟는 사마
사, 鬣은 말갈기 렵.

이 성어가 뜻이 확장되어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淸(청)나라의 학자 겸 시인 龔自珍(공자진, 1792~1841,
龔은 공손할 공)의 시에서 인용하고부터라 한다.
외조부가 되는 유명한 고증학자
段玉裁(단옥재)로부터 가르침을 받은 그는 관직에는
뜻이 없고, 청나라 말기의 전제정치가 빚은 혼란상을
비판하는 사상계의 선구자가 되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울분을 정감 넘치는 시문으로 표현했는데
‘기해년의 잡다한 시(己亥雜詩/ 기해잡시)’ 220수가
남아 개혁의지를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듣는다.

125수의 부분을 보자. ‘온 세상에 생기가 넘치는
것은 비바람과 번개가 자극을 주기 때문인데, 만
마리의 말들이 똑같이 벙어리가 되었으니 참으로
애처롭다(九州生氣恃風雷 萬馬齊瘖究可哀/
구주생기시풍뢰 만마제음구가애).’ 당시의 숨
막히는 정치상황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을
통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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