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김삿갓

방랑시인 김삿갓 (124) *대동강과 양산도.

우현 띵호와 2021. 9. 29. 22:59

방랑시인 김삿갓 (124)
*대동강과 양산도.

대동강은 큰 강이다.
김삿갓은 넓은 강을 바라보며 뱃사공에게 물었다.
"대동강에는 웬 강물이 이렇게나 많지요 ?"
뱃사공은 넓은 강물을 둘러보며 대답한다.
"대동강은 여러 개의 강물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강을 이루고 있지요.

개천(价川)에서 흘러내리는 순천강(順川江)과 양덕(陽德),

맹산(孟山)에서 흘러내리는 비류강(沸流江)과 강동(江東), 성천(成川)
등지에서 흘러내리는 서진강(西津江)등 ...

세갈래의 물길이 함께 모여 대동강을 이루고 있으니,

물이 풍부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이름조차,대동강(大同江) 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뱃사공은 이렇게 말하면서 큰 소리로 노래를 한 곡조 뽑아 내는데,
김삿갓은 속으로 깜짝 놀라면서도, 유유자적한 뱃사공의 멋들어진

노랫가락에 저절로 어깨 춤이 들썩거려졌다.

에헤이예 ~
양덕 맹산 흐르는 물은
감돌아 든다고 부벽루하로다
삼산은 반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이 능라도로다
에헤이예 ~

대동강 굽이쳐서 부벽루를 감돌고
능라도 저문 연기 금수산에 어렸네
일락은 서산에 해 떨어지고
월출동경에 달 솟아온다

 

에헤이예 ~
소슬단풍 찬바람에 짝을 잃은 기러기
야월공산 깊은 밤을 지새워 운다
아서라 말어라 네가 그리마라
사람의 괄세를 네 그리마라
에라 놓아라 아니 못놓겠네
능지를 하여도 못놓으리로다

에헤이헤

양덕맹산 흐르난 물은
감돌아든다고 부벽루하로다
삼산은 반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이 능라로로다

에헤이헤

눈속에 푸른솔은 장부의기상이요
학두루미 울고가니 절세명승이라
삼산은 반락에 모란봉이요
이수중분이 능라도로다.

대동강의 맑고 푸른 물결은 호경(鎬京)을 품어 안고,

해맑기가 비단결 같고 거울 같기도 하였다.

김삿갓은 마치 황홀한 거울과 화려한 병풍 속에

들어 앉아 있는 듯한 착각조차 느꼈다.

주변을 살펴 보니 날이 저물어 산과 강에는

노을이 짙어 가건만, 놀잇배에서는 풍악 소리와

노랫소리가 여전히 유랑하게 들려 오고 있었다.

어느덧 놀잇배에서는 등불을 하나 둘씩,

피어 오르는 꽃처럼 켜기 시작하였는데,

이같은 황홀한 광경을 바라보며,

시흥이 도도해진 김삿갓은 즉흥시 한수를 읊었다.

대동강에 떠 있는 수많은 놀잇배들
피리소리 노랫소리 바람결에 들려 오네
길손은 발 멈추고 시름겹게 듣는데
칭오산 빛깔은 구름 속에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