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원천리(不遠千里)
천 리길도 멀다고 하지 않다.
[아닐 불(一/3) 멀 원(辶/10) 일천 천(十/1) 마을 리(里/0)]
지방 행정의 기초단위 里(리)는 길이 단위로도 사용됐다.
1리는 약 0.393km의 거리라 한다.
옛날 10리 길, 100리 길이라 하면 보통 4km,
40km의 거리가 되는 셈이다.
三千里江山(삼천리강산)이라 우리나라를 흔히 표현했는데
한양을 중심으로 경상도 晉州(진주), 평안도 義州(의주),
함경도 慶興(경흥)까지의 거리가 대충 400km 전후가
된데서 나왔다고 본다.
그러니 교통도 불편했던 옛날 멀다하지 않고(不遠)
천리 길(千里)을 찾아온 손님은 버선발로 반갑게
맞이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다.
이렇게 익은 말이 실제 ‘孟子(맹자)’에서 처음
유래했다니 의외다. 不遠萬里(불원만리)도 같다.
이 성어는 천 리길도 멀다 하지 않고
뜻을 전하기 위해 오는 정성을 비유했는데
맹자의 제일 첫머리인 梁惠王(양혜왕) 상편에 나온다.
양혜왕은 양나라의 왕이 아니고 晉(진)을 삼분해 세운
魏(위)나라가 도읍을 大梁(대량)으로 옮긴 뒤
스스로 부른 이름이라 한다.
양혜왕은 당시 여러 나라 임금 중에서 인재를
아낀다는 소문이 나서 이름난 문인 학자들이
모여 들었다.
仁義(인의)에 근거한 王道(왕도) 정치를 주장한
맹자도 찾아가 만난 적이 있었다.
천자의 힘이 약화되고 제후국들마다 부국강병에
힘을 써 覇者(패자)가 되려했던 당시라
양혜왕은 반가이 맹자를 맞았다.
양혜왕의 첫 마디는 이러했다.
‘선생께서 천 리길을 멀다 여기지 않고 오셨으니
우리나라를 이롭게 할 좋은 방법이 있겠지요
(叟不遠千里而來 亦將有以利吾國乎/
수불원천리이래 역장유이리오국호)?’
叟는 늙은이 수, 어른이란 뜻이다.
맹자는 첫 마디부터 이익을 앞세우는 양혜왕이
못마땅하여 면박을 준다.
‘왕께선 어찌 이익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까,
다만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
(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왕하필왈리 역유인의이이의).
’ 이익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꾸짖는
何必曰利(하필왈리)란 말도 여기서 나왔다.
왕이 이익을 내세우면 대부도, 선비도,
평민도 자기만을 위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현대는 천 리길이 아니라 달나라까지
우주여행을 앞둔 시대가 됐다.
마음만 있으면 천 리길을 두 시간 안으로 간다.
그렇더라도 멀리서 상례나 혼례를 맞은 친지를
찾는 일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익만 따질 일이 아니다.
업무가 아니라 여유가 나서 관광까지 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 이런 노래도 있었다.
‘삼천리강산에 새봄이 와요
/ 무궁화 강산 절계 좋다/
에라 좋구나.‘ 지금은 가고 없는
신 카나리아의 꾀꼬리 같은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