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실구서(掘室求鼠)
집을 파 헤쳐 쥐를 잡다, 잘못을 고치려다 일을 키우다.
[팔 굴(扌/8) 집 실(宀/6) 구할 구(水/2) 쥐 서(鼠/0)]
뒤에 손해가 나건말건 눈앞에 닥친 것을 피하기 위해
그저 덤비기만 할 때 적합한 비유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란 속담이다.
이처럼 어리석은 사람은 예부터 많았는지
비슷한 뜻을 가진 속담이나 성어가 많다.
잘못을 고치려다 더 망치는 ‘쇠뿔 잡다가 소 죽인다’가
矯角殺牛(교각살우)나 矯枉過正(교왕과정)이고,
가만히 두었으면 그대로 지날 일을 공연히 건드려
일을 키울 때는 ‘자는 호랑이 코 찌르기’를 번역한
宿虎衝鼻(숙호충비)가 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적은 이익을 얻으려다 훨씬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때 ‘쥐 잡으려다가 쌀독 깬다’와 같은 말이
집을 파 헤쳐(掘室) 쥐를 잡는다(求鼠)는 이 성어다.
이 말이 실려 있는 ‘淮南子(회남자)’에는
유난히 같은 비유의 말이 많이 나온다.
책을 편찬한 前漢(전한)의 劉安(유안)은
漢高祖(한고조) 劉邦(유방)의 손자로
다스리는 지역의 이름을 따 淮南王(회남왕)이 됐다.
문학 애호가였던 그는 사상적으로 노장을 주축으로
여러 파의 사상을 통합하려 했고
문사와 방술가를 모아 그 수가 수천에 이를 정도였다고 한다.
형이상학부터 천문 지리나 병술과 처세훈까지
백과사전격의 이 책 說山訓(설산훈) 편에 실려 있다.
설산훈은 세상의 복잡다단한 현상을 가상적인
비유를 통해 얽힌 것을 분명하게 풀어 설명하는
내용이라 밝히고 있다.
성어가 나오는 부분을 보자.
소문을 흘려 악평을 막으려는 일 등은 작은 것을
구하거나 고치려다 일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과 같다며 예를 든다.
그것은 ‘방죽을 무너뜨려서라도 거북을 잡으려 하고
(壞塘以取龜/ 괴당이취귀), 지붕을 걷고서라도
너구리를 잡으려 하며(發屋而求狸/ 발옥이구리),
방의 구들짱을 뜯어내더라도 쥐를 잡으려 하며
(掘室而求鼠/ 굴실이구서),
입술을 찢더라도 충치를 치료하려고
(割脣而治齲/ 할순이치우)’ 것과 같다고 했다.
齲는 충치 우. 主術訓(주술훈)에도 유사한 성어가 있다.
숲을 태우면서 짐승을 잡는다는 焚林而獵(분림이렵)이나
물고기를 잡으려 못의 물을 퍼내는 涸澤而漁(학택이어)
등은 모두 어리석은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한다.
涸은 물마를 학.
그럴듯한 명분으로 일을 추진하다
더 크게 악화시키는 일은 일상에서 흔하다.
문제는 부작용이 명백히 드러났는데도
처음의 목적에는 맞는 일이라며 밀고 나가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때이다.
개인의 일이거나 작은 조직이면 영향이 크지 않더라도
국가의 정책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까지 갈 수
있어 문제다.
이전 정부에서 脫原電(탈원전) 등의 경제정책 시행은
좋은 명분에도 과정이 잘못됐거나 미진한 성과가 드러났을 때
현명하게 잘 돌아서야 부작용이 적다.
쥐를 잡으려다 집을 부숴선 돌이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