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굉지락(曲肱之樂)
팔베개를 베고 자는 검소한 삶의 즐거움
[굽을 곡(曰/2) 팔뚝 굉(肉/4) 갈 지(丿/3) 즐길 락(木/11)]
가난을 일부러 원하는 사람은 없다.
물만 마시고 또는 헐벗고 살 수는 없으므로
최소한의 衣食住(의식주)는 해결돼야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먹고 살 수 있게 돼도 사람의 소유욕은
끝이 없어 더 가지려는 것이 상정이다.
그런데도 마음으로는 옛날 성현들이 가난 속에서도
富(부)를 탐하지 않고 淸貧(청빈)하게 살며
유유자적한 安貧樂道(안빈낙도)를 최고로 그린다.
대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 簞食瓢飮
(단사표음, 食은 먹을 식, 밥 사)이나
콩밥과 콩잎 국 豆飯藿羹(두반곽갱, 藿은 콩잎 곽, 羹은 국 갱) 등
어려운 말을 쓴 성어가 그것이다.
팔을 구부려 베개 삼으며(曲肱) 간소하게 사는 즐거움(之樂)이란
이 말은 더 유명하다.
가난 속에서도 즐거움을 찾고 자족하라는 가르침은
孔子(공자)의 ‘論語(논어)’ 곳곳에 등장한다.
팔베개의 잠이 나오는 述而(술이)편을 보자.
‘거친 밥을 먹고 물마시며, 팔을 굽혀 베개를 삼더라도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는 법이다
(樂亦在其中矣/ 낙역재기중의).’ 그러면서 덧붙인다.
‘의롭지 않은데도 돈 많고 지위가 높은 것은
나에게는 한낱 뜬구름과 같은 것이다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타고난 재산이나 높은 벼슬자리를 오래 하지도 못한 공자는
부귀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것과 상반되는 의외의 표현도 있다.
역시 술이편에 있다.
‘부를 구해서 얻을 수가 있는 것이라면 채찍 잡는 마부라도
나는 할 것이다
(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부이가구야 수집편지사 오역위지).’
그러나 이 말이 본심이 아님은 뒤따르는 말에 있다.
‘하지만 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如不可求 從吾所好/ 여불가구 종오소호).’
불의한 방법으로 얻게 되는 부라면 당연히 거절하겠다는 것인데
里仁(이인)편에 더 단정적인 내용이 나온다.
‘부유함과 귀함은 누구나 원하지만 정당한 방법으로 얻은 것이
아니면 그것을 누려서는 안 된다
(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
부여귀 시인지소욕야 불이기도득지 불처야).’
반대로 누구나 싫어하는 가난과 천함도 억지로가 아닌
정당한 방법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옛날의 농경시대에는 모자라는 속에서도 아끼고
자족하는 생활이 가능해 욕심을 자제할수 있었다.
복잡한 오늘날 부는 더 큰 부를 낳고,
한 번 개천에 빠진 올챙이는 평생을 노력해도 용이 되기 어렵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져 가는데도 젊은 층의 일자리는 줄어들기만 한다.
물론 깨끗한 부를 일군 재력가들은 소외계층을 위해
아낌없이 기부하지만 그보다 골고루 잘 살게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먼저다.
최저를 넘어 孟子(맹자)의 말대로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바른 마음을 유지하니 그렇게 돼야 팔베개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