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장단과 동조

우현 띵호와 2022. 5. 28. 15:33

장단과 동조

군자는 조화롭게 어울리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는 않고,

소인은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만 조화롭게 어울리지는 못한다.
- 공자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의 안영은 왕에게 간언하는 재상이었다.
어느 날 한 신하를 본 왕이 안영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 같은가?" 
 
그러자 안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전하의 의견에 장단을 맞추지 않고

단순히 동조할 뿐입니다." 
 
왕이 궁금한 듯 다시 물었다.
"장단을 맞추는 것과 동조하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안영이 대답했다.
"장단을 맞추는 것은 조화를 뜻하는 것으로

서로 다른 것들이 모여 이루어집니다.

비유컨대 국물과 같습니다.

고기, 양념, 소금 등을 넣어 끓여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는 맛을 내는 것이지요." 
 
안영은 이어서 왕에게 대답했다.
"사람의 관계도 이와 같습니다.

전하가 긍정하는 것 속에 부정할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가려내서 전하의 긍정을 완전한 것이 되게 해야 합니다.  
 
거꾸로 전하가 부정하는 것 속에 긍정할 것이 있으면

그것을 가려내 전하를 옳지 않은 부정에서
구하는 것이 조화입니다. 
 
그러나 저 사람은 전하가 긍정하는 것을 긍정하고
부정하는 것을 부정하니 그것은 동조하는 것이지
조화가 아닙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동조하는 사람을 곁에 가까이 둡니다.

자신의 의견에 무조건 찬성하는 사람,

자신의 행동을 무조건 칭찬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그것에 만족해합니다. 
 
그러나 달콤한 말만 속삭이는 자와 함께하다 보면

흐르는 강물이 고이게 되면 그만 썩게 되는 것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지혜가 사라지게 됩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 동조하는 이가 아니라

조화로운 이를 곁에 두십시오. 
 
어느날 저녁 왕과 신하들이 뜰을 걷고 있었다.
하늘엔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 이었다. 
 
왕은 한 신하에게 물었다.
“여보게 저 쪽에 떠있는 별이 보이는가?”
“폐하, 잘 보입니다. 유난히 반짝이는군요.”  
 
다른 신하에게 물었다.
“너무나 잘 보입니다.

영롱하게 빛나는 것이 나라에 경사가 있을 듯하옵니다.” 
 
왕은 또 다른 신하에게 물었다.
“폐하, 찬란하기 그지 없습니다”  
 
왕은 다시 뒤처져 따라 오는 신하에게 물었다.
“자네 눈에도 저 별이 영롱하고 찬란하게 보이는가?”
“폐하, 죄송하옵니다. 제 눈엔 별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저 별이 정말 안 보이는가?”
“예, 아무리 보아도 별이 보이지 않습니다”  
 
왕은 별이 안 보인다는 신하를 신임하고

그의 조언을 듣곤 했다. 
 
지금 우리 시대도 온통 거짓과 아첨과 기만으로 뒤범벅이다.

정치도 경제도 사회도 온통 거짓과 허위로 치장하고 있다. 
별이 안 보인다고 말하는 양심세력의 출현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