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동혈(偕老同穴)
살아서는 같이 늙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히다.
[함께 해(亻/9) 늙을 로(老/0) 한가지 동(口/3) 구멍 혈(穴/0)]
남남이었던 남녀가 부부로 만나 같이 늙으며(偕老)
같은 무덤에 묻힌다면(同穴)
그보다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금실 좋은 부부를 찬양하는
많은 성어를 낳았는데 그 중에서도 偕老同穴이 으뜸이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百年偕老(백년해로)도 있지만
같이 죽을 수는 없기에 하는 말이다.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개봉되어
선풍을 일으켰던 것도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76년간
해로한 백발 노부부의 실제의 사랑과 이별을 기록했기에
젊은 사람들까지 열광했다.
관객 500만에 육박하며 흥행한 것은 이런 이상적인
부부애가 주변에서는 잘 볼 수 없었기 때문일 듯하다.
이 성어가 등장한 시기는 오래다.
약 3000년 전부터 중국에서 전해지던 시를 수록한
‘詩經(시경)’에 자주 등장한다.
시경은 동아시아 시가문학의 원조로 평가되며
孔子(공자, 기원전 551년-479년)도 학업의 맨 처음 단계로
생각할 정도로 중시했다.
주로 백성들이 부르던 노래를 채집한 國風(국풍)에
이 말이 수록되어 있다.
黃河(황하) 유역에 흩어져 있던 나라의 민요가 대부분인데
몇 곳만 발췌해 보면.
‘死生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
(사생계활 여자성설 집자지수 여자해로/
죽거나 살거나 만남과 헤어짐을 함께 하자고 그대와 언약했지
그대의 손을 부여잡고 죽도록 함께 늙겠노라)’
<邶風擊鼓(패풍 격고)>,
‘君子偕老 副笄六珈 (군자해로 부계육가/
낭군과 해로해야지 쪽 찌고 구슬박은 비녀를 꽂고)’
<鄘風君子偕老(용풍 군자해로)>,
‘穀則異室 死則同穴
(곡즉이실 사즉동혈/
살아서는 딴 집이라 해도 죽어서는 같은 구덩이에 묻히리라)’
<王風大車(왕풍 대거)> 등이다.
어려운 한자가 제법 많은데 闊은 넓을 활, 邶는 나라이름 패,
笄는 비녀 계, 珈는 머리치장 가, 鄘은 나라이름 용,
곡식 穀에는 산다는 뜻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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