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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행어사와 금비령(禁備嶺)

우현 띵호와 2021. 8. 4. 23:48

암행어사와 금비령(禁備嶺)

어사 박문수는 조선 영조 때 인물입니다.
울산 문수암에서 기도하여 낳았다 하여

이름을 '문수(文秀)'라 지었습니다.
문수보살(文殊菩薩)처럼 지혜를 열어
많은 중생을

구하라는 염원을 담은 이름이었습니다.

어느 날, 박문수가 어명을 받고 험준한

산악지형의 풍산(경상도 안동시) 땅에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풍산의 험한 고개를 넘다가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길가에 쓰러져 꼬박

사흘을 미동도 못하고 누워 사경을 헤맸습니다.

그 때, 대여섯 명의 아낙들이 나물을 캐러 왔다가
박 어사를 발견했습니다.

''웬 사람이지?''
''죽었나?''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그 중 한 젊은 아낙이 ''물! 물!'' 하는

모기보다 작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딱하기도 해라!

그런데 물이 없으니 이를 어째...?"

잠시 망설이던 여인이 박어사 곁에 앉아

퉁퉁 불은 자신의 젖을 꺼내 물렸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망측해라...''
''외간 남자에게 젖을 물리다니...!''
아낙들이 놀란 얼굴로 한마디씩 했습니다.

박 어사는 갓난아이가 어미 젖을 빨듯,

젊은 여인의 젖을 먹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부인, 정말 고맙습니다''
박 어사는 생명의 은인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여인은 나물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박 어사를 부축하여 마을로 내려왔습니다.

한편, 앞서 내려온 아낙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입방아를 찧어댔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미치지 않고서야 서방 있는 년이 그 따위 짓을...''

이 소식을 들은 여인의 남편이 몹시 분노했습니다.
몸을 부르르 떨며,

''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이를 갈았습니다.

박 어사를 부축한 여인이 마을로 들어서자

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습니다.
''세상에 정말이네...?''

그 때, ''이 화냥년!'' 하며, 그녀의 남편이

뛰어들어 자신의 아내를 마구 때렸습니다.
정신없이 얻어맞고 있을 때,

박 어사가 남자의 매질을 막으며 말했습니다.
''잠시 참고, 내 말 좀 들어 보시오!''

''뭐라고?'' 아내를 때리던 남자는

박 어사를 향해 주먹을 날렸습니다.

"어이쿠!'' 몸이 온전하지 못한 박 어사는

코피를 쏟으며 쓰러졌습니다.

''이 새끼, 죽여 버리겠다!''
남자는 신음하는 박어사를 향해 사정없이

발길질을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 말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앗! 암..., 암행어사다~!''
누군가의 입에서 큰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암행어사다~!''

이 말에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라 박 어사를

내려다 보았습니다.
쓰러진 박 어사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마패가

드러난 것이었습니다.

발길질을 하던 남자가 새파랗게 질렸고,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반쯤 얼이 빠졌습니다.

''하이고...!'' 하며,

남자는 박 어사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빌었습니다.
''죽을 죄를 졌습니다.

제발, 이 놈의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박 어사가 몸을 일으켜 남자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당신의 아내 덕에 목숨을 건졌소.

당신 아내가 실로 행하기 어려운 자비를

나에게 베풀지 않았다면, 나는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오.

그러나 당신의 행패는 너무 심했소.

전후 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사람을 때리는 법이 어디 있소?

당신에게 당장 벌을 내려야 마땅하지만,

당신 아내의 공덕을 생각해서 오늘은 그만

물러갈 테니, 일단 집에 가서 근신하고 기다리시오.''
박 어사는 이렇게 말하고 떠났습니다.

''아이구야! 이제 죽었구나.''
암행어사를 때린 남편은 지옥문을 눈앞에 둔

사람의 심정이 되었습니다.

며칠 후, 관아(官衙)에서 출두 명령이 왔습니다.

두 부부가 "벌벌" 떨며 갔는데,

박 어사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부디, 아내를 아끼고 사랑해 주시오.

생명을 구해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전답을 상으로

주겠으니 행복하게 잘 살기 바라오.''

두 부부는 크게 인사하고 감격해 하며 돌아갔습니다.

이 때부터 박 어사가 넘었던 그 고개를

'금비령(禁備嶺)' 또는 '금패령(禁牌嶺)'이라 하고,

"준비없이는 그 고개를 넘지 말라"고 경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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