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곡기읍련(哭岐泣練)

우현 띵호와 2023. 12. 1. 15:28

곡기읍련(哭岐泣練)

갈림길에서 울고, 흰 실을 보고 눈물을 흘리다,

선택에 따라 선악이 갈리다.
[울 곡(口/7) 갈림길 기(山/4) 울 읍(氵/5) 익힐 련(糸/9)]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갈까.’

대중가요의 가사같이 里程標(이정표)가 없는

갈림길에 맞닥뜨리면 선택에 앞서 당황하게 된다.

최상의 판단을 했더라도 세월이 지나 후회할 일이 생기고

그때면 이미 늦다.

중국 고대의 현자들도 판단은 어려웠던 모양이다.

春秋戰國(춘추전국)시대의 학자이자 쾌락주의자

楊朱(양주)는 갈림길에서 울었다는 楊朱泣歧

(양주읍기, 歧는 岐와 같은 갈림길 기)가 전하고,

겸애주의 사상가 墨翟(묵적)은 하얀 명주실이

검게 물드는 것을 슬퍼했다는 墨子悲染(묵자비염)

이란 말이 남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들이 단지 갈림길과 검은 명주실을 보고 울었을 리 없다.

楊子(양자)는 잃어버린 양을 찾으려도

갈림길이 많아 찾을 수 없다는 多岐亡羊(다기망양)이란

말과 같이 사람들이 공부를 하거나 사업을 벌일 때

오락가락하다 정도를 놓치지 않도록 깨우쳤다.

묵적은 하얀 명주실이 검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고 사람은 평소의 습관에 따라 성품과 인생의 성패가

갈라진다며 초기의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墨悲絲染(묵비사염), 墨子泣絲(묵자읍사)라고도 하고

나라도 마찬가지로 훌륭한 사람의 보좌에 따른다고

國亦有染(국역유염)이라고 했다. 
 
각각 다른 곳에 전하는 고사를 합쳐 갈림길에서울고(哭岐),

염색이 안 된 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泣練)는

성어는 ‘淮南子(회남자)’에 실려 있다.

前漢(전한)의 淮南王(회남왕) 劉安(유안)이 저술한 책인데

說林訓(설림훈)의 내용이다.

‘양자는 갈림길을 보고 통곡했다.

남쪽으로 갈 수도 북쪽으로 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楊子見岐路而哭之 爲其可以南可以北/

양자견기로이곡지 위기가이남가이북).

묵자는 염색 안 된 명주실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노란색으로도 검은색으로도 물들여질 수 있어서였다

(墨子見練絲而泣之 爲其可以黃可以黑/

묵자견련사이읍지 위기가이황가이흑).’

익힐 練(련)은 표백하다,

잿물에 삶아 희고 부드럽게 하다의 뜻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판단을 해야 한다.

初志一貫(초지일관)이라며 심사숙고하여

한 번 정한 것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 성공하는 예는 많다.

하지만 한 때의 잘못 판단으로 그 후유증이 드러나는데

되돌아 나오는 것을 자존심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갈수록 부작용이 심한데 나중에는
돌아오지 못하는 강을 건너게 된다.

개인도 그러한데 나라의 정책은 흔들려서도 안 되지만

잘못이 드러나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온 국민에 끼치는 영향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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