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초록동색(草綠同色)

우현 띵호와 2021. 7. 17. 23:11

초록동색(草綠同色)

풀색과 녹색은 같은 색, 처지가 같은 사람끼리 모임
[풀 초(艹/6) 푸를 록(糸/8) 한가지 동(口/3) 빛 색(色/0)]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성격이나
외모는 물론 취미 등이 비슷하면 동질감을 느낀다.
나이가 동년배고 가정환경이나 교육수준이 같다면
내편이다. 인종이나 종교가 같다면 고락을 같이 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동류끼리 잘 어울린다는
속담은 수도 없다.

‘가재는 게 편’, ‘솔개는 매 편’, ‘이리가
짖으니 개가 꼬리를 흔든다’, 黑狗逐彘(흑구축체,
彘는 돼지 체)로 한역한 ‘검정개는 돼지 편’
등이다. 조금 비하한 느낌이지만 인격이나 학식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이고 사귄다는 비유다. 이들보다
더 자주 사용하여 입에 익은 것이 풀의 색깔과
초록색(草綠)은 한 가지 색(同色)이란 성어다.

우리 속담을 모아 한역한 책으로 旬五志(순오지)나
洌上方言(열상방언)과 함께 ‘耳談續纂(이담속찬,
纂은 모을 찬)’이 있다. 茶山(다산)
丁若鏞(정약용)이 明(명)나라의 王同軌(왕동궤)가
편찬한 耳談(이담)의 증보라며 우리 속담을 8자로
압축하고 풀이한 책이다.

여기에 ‘녹색은 비록 달리 짜더라도 끝에 가서는 한
가지색이다(綠雖異織 終是一色/ 녹수이직
종시일색)’라고 한 뒤 그것은 ‘같은 것끼리는 필히
나중에 한 편이 된다는 말(言同類必相附/
언동류필상부)’이라 설명한다. 처지가 같은
사람끼리 서로 잘 어울리고 사정을 보아주며
돕는다는 좋은 뜻을 많이 포함해도 다른
무리들에게는 날을 세우고 배척한다는 의미도 있다.

한자성어로 뜻이 똑 같은 類類相從(유유상종)은
표현은 약간 달라도 ‘周易(주역)’에서 근거를
찾는다. 어려운 卦(괘)와 爻(효)를 해설한 繫辭(계사)
상편에 나온다. ‘삼라만상은 같은 종류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누어지니, 여기서 길흉이
생긴다(方以類聚 物以群分 吉凶生矣/ 방이유취
물이군분 길흉생의).’ 이 부분에서 유래한 말이
物以類聚(물이유취)로 비슷한 부류끼리 어울리는
것을 나타냈다.

일생의 대사인 남녀의 만남, 결혼에서 특히 양쪽
집안의 지위나 재산 등이 비슷해야 행복하다는 것은
두더지의 혼인 鼹鼠婚(언서혼)이나
齊大非耦(제대비우)에서 소개했고, 용은 용과,
봉황은 봉황과 짝을 짓는다는 龍配龍 鳳配鳳(용배룡
봉배봉)도 끼리끼리의 좋은 예다.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다.
끼리끼리 모이는데 대해서 孔子(공자)의 가르침은
많다. 많은 사람이 어울려도 사사로이 패를 가르지
않는다는 群而不黨(군이부당)이나 모여도 무리를
짓지 않는 周而不比(주이불비), 무턱대고 동화되지
말라는 和而不同(화이부동) 등이다. 여기에 바로
떠오르는 것이 정당이다.

같은 정강으로 정책을 두고 경쟁하는 것이지만
무조건 자기편만 옳고 상대편은 없어져야 할 듯이
사사건건 싸운다. 아무리 초록이 같은 색이라 해도
상대가 있어야 존재하는데 진영으로 갈려 물고 뜯는
朋黨(붕당)을 자처하니 허구한 날 시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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