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설

고금소총141-150화

우현 띵호와 2021. 9. 25. 23:03

고금소총141-150화

제141화 한밤중의 말 소동(深夜馬擾)

영남에 사는 한 선비가 과거를 보기 위해 서울로 갈 때 암말을 타고 갔다.

가던 도중 어떤 상민이 숫말에 젊은 아내를 태우고 가는 데

그 자색이 매우 고와 단번에 마음을 두게 되었다.

선비가 은근히 상민을 불러,

"무슨 일이 있기에 어디까지 가는 길인고?"

"소인의 처가 서울 재상가의 종이옵니다."

"그래서?"

"말미를 얻어 가지고 고향에 왔다가 기한이 차서 다시 서울로 가는 길이옵니다."

"그럼 오늘 저녁은 어디에서 유숙하겠는가?"

"해가 질 때까지 가다가 거기서 자겠습니다."

"나 또한 서울로 가는 길인데 적적하니 같이 가다 한집에서 유숙하는 게 어떻겠는가?"

"그리 합지요."

그 날 저녁 이들은 같은 주막에 묵게 되었는데

마굿간엔 그들의 말 외에도 다른 나그네의 말들도 많았다.

일행은 짐을 풀어 여인은 윗방에 들고 선비는 아랫방에 들었다.

그 여인은 등불 아래서 버선을 꿰매고 지아비는

다른 상민들과 밖에서 말을 먹이고 있었다.

방안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선비는 콩 한줌을 쥐어 여인의 치마폭에 던졌다.

여인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바느질을 계속하다

얼마 후 다시 그 콩을 선비에게 던졌다.

선비는 '선비님의 요구에 응하고 싶으나 남편과 함께 있으니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로 해석했다.

밤중이 되고 상민과 다른 사내들이 깊은 잠에 빠지자

선비는 몰래 여인의 곁으로 가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는데

뜻을 알아차린 여인이 뒷간에 가는 척 밖으로 나가

마굿간으로 가서 먼저 선비의 암말을 풀어놓고

다음 숫말들도 모두 풀어놓고는 모르는 척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이어 여러 숫말들이 암말을 쫓아 큰 소리를 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하자

사내들이 모두 잠에서 깨어나 말을 잡으러 달려나갔다.

여인은 그 틈을 이용하여 선비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남녀가 환락의 절정을 맛본 후 새벽이 되어서야

여인은 제 자리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겨우 말을 붙들어 온 상민은 이러한 일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

 

제142화 그게 너무 커서 장가를 못 갔다오(陽物過大未娶妻)

옛날에 한 재상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양근(陽根)이 작고

그 길이가 짧았는데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이 없었다.

재상의 부인은 아직 다른 사람의 것을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사내들의 물건이 다 이렇게 생겼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임금의 행차를 구경하기 위해 이 부인이 정자에 올라가 길을

내려다 볼 때 건장한 군졸 하나가 담 밑으로 오더니 바지춤을 풀고 소변을 보았다.

재상의 부인은 무심결에 그 행동을 지켜보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소변을 보는 군졸의 양근이 엄청나게 크고 굵어서 몽둥이 같지 않은가.

그것을 본 부인은 이상히 여겨 남편에게,

"오늘 제가 매우 우스운 광경을 보았습니다."

"무슨 일이오?"

"그러나 여자로 어찌 그런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

"우리는 부부가 아니오. 못할 말이 어디 있소?"

"그러시다면…."

"어서 말해 보시오."

부인이 얼굴을 붉히며

"오늘 우연히 한 군졸이 소변보는 것을 보니 그 물건이 매우 길고 굵더이다."

그 말을 들은 재상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즉시

"그 군졸 혹시 수염이 누렇고 몸집이 크지 않습디까?"

(대개의 군졸들이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그렇게 생겼어요."

재상은 큰소리로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내 말을 들어 보오."

"."

"그 사람은 그게 병이라오."

"병이라니요?"

"어릴 때부터 그게 너무 커서 지금껏 장가도 못 가고 있소 그려."

 

제143화 새 구멍을 뚫으면 그 죄가 훨씬 더 무겁다(新穴穿罪加重)

궁중에 궁녀로 있다가 왕궁 밖으로 내보내어진 이른바

'방출궁녀(放出宮女)' 와는 누구도 함께

잠자리를 해서는 아니 되는 율법이 있었다.

이 율법을 '방출궁녀 간통금지율(放出宮女奸通禁止)' 이라고 했다.

선조때 도승지 자리에 있던 이항복의 집에

일을 도와주는 겸인(비서) 한 사람이 있었는 데,

이 사람이 선조 임금의 궁녀로 있다가 방출된 한 여인을

사랑하여 간통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방출궁녀 간통금지율에 걸려서 구금되었고,

장차 사형에 처해질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당시 이항복은 도승지라는 막강한 지위에도 불구하고

중죄를 저지른 이 겸인을 방면시킬 도리가 없었다.

기회를 엿보던 중 때마침 퇴궐한 이항복을 급한 일로 다시 입궐하라는 연락이

오자 '옳지, 오늘 이 기회를 이용해야지.' 이렇게 생각한 이항복은

급히 들어오라는 어명에 일부러 시간을 지체시켜 늦게 입궐하였다.

그러자 임금은 도승지가 부름에 지체했다며 화를 내고는 그 까닭을 물었다.

이에 이항복이 늦게 된 이유에 대해 아뢰었다.

"전하, 황공하옵니다. 명을 받고 급히 대궐로 달려오고 있는데,

종루가(鐘樓街)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웃으면서 웅성거리고 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가서 물어보니

사람들이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있었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임금이 아직 화가 덜 풀려 이항복을 노려보자,

이항복은 이야기를 지어내어 아뢰었다.

'모기 한 마리가 날아다니다가 소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진드기'라는 벌레를 만났습니다.

이 진드기는 별종진드기로서 다 자라면 콩알만하게 되는데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하지 못하는 곤충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의 피를 빨아먹으면 계속 몸의 가죽이 늘어나 커지다가

마침내 더 커지지 못하고 배가 터져 죽는 벌레입니다.

모기를 만난 진드기는 배설을 하지 못하고 고통을 당하다가,

모기에게 다음과 같은 부탁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봐 모기야,

나는 본래 항문이 없어서 배설을 못하니 배가 팽창되어 견디기 어렵다.

네가 가진 그 날카로운 침으로 내 배를 찔러 구멍을 하나 뚫어주면

내가 그 구멍으로 배설을 할 수 있겠으니,

제발 내 아랫배에 구멍을 하나 뚫어다오. 간절한 부탁이다."

이 부탁에 모기는 놀라면서 말하기를,

"너 무슨 큰일날 소리를 하느냐 ? 근래에 도승지 이항복의 겸인은,

어떤 여인에게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배꼽 아래의 구멍을

다시 뚫어주었는데도 중죄에 걸려 구금되어 있지 않더냐?

너는 본래 구멍이 없었기에 내가 새 구멍을 뚫으면

죄가 훨씬 더 무거울 텐데, 내 어찌 그런 짓을 하겠니? 어림도 없다.

날 죽일 소릴랑 하지도 말아."

이러고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날아가 버렸사옵니다.

"전하! 신이 이 이야기를 듣고서 의혹이 많이 생겨

좀 깊이 생각하느라고 그만 시간이

지체되었사옵니다. 통촉해 주옵소서."

이 얘기를 듣고 있던 선조 임금은 빙그레 웃으면서,

"내 또 경이 무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노라.

지금 그 얘기는 옛날 동방삭의 해학과 비슷한 데가

있구나. 경의 겸인을 방면하겠노라."

그래서 이항복의 겸인의 죄는 불문에 부치게 되었다.

 

제144화 아내에게 속은 남편(欺妻之郞)

장례식이나 굿을 할 때 경()을 소리 높여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는 데,

이런 이를 '경사(經師)'라 불렀다.

경사 중에는 보통 장님이 많았지만 더러는 장님 아닌 사람도 있었다.

장님이 아닌 어느 한 경사의 젊은 아내의 자태가 매우 고왔다.

그런데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붙어 있는 이웃집에 잘생긴 청년이 있어

경사의 아내를 흠모했다.

두 사람은 담 너머로 눈길이 서로 마주칠 때면 눈짓을 하곤 하다가,

마침내 만나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

경사가 외출하고 나면 부인은 담 구멍을 통해 쪽지를 넣어서 연락하고,

그러면 청년은 담을 넘어와 서로 끌어안고 뜨거운 열정을 불 태웠다.

어느 날,

역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남편이 외출한 뒤에

부인은 이웃 청년을 불러들였다.

두 남녀가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벗고 누워

오랫동안 여러 가지 장난을 하면서 노는 사이,

그만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몸을 합쳐

바야흐로 정감이 무르녹고 있는 그 순간,

갑자기 남편이 대문을 밀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방문과 대문이 마주하고 있어서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보이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두 남녀는 꼼짝없이 발각될 지경에 놓였다.

이 때 부인의 머리에 번개같이 스치고 지나가는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옳지! 그렇게 하면 남편을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다.'

곧 부인은 얼른 속곳 바지만 주워 입고 젊은이를

방 안쪽에 밀쳐 보이지 않게 한 다음,

벗어 놓은 치마를 들고 방문을 열며 재빨리 뛰어나갔다.

그리고 방문 앞에 거의 다가온 남편을 향해 펄쩍 치마를

펼쳐들어 남편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그런 다음에 남편의 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서 오세요! 어디에서 오시는 경사님이신가요?"

이러면서 장난치듯 될 수 있는 대로 큰소리로 깔깔대고 웃었다.

그런 다음 남편의 얼굴에 치마를 씌운 채로 허리를 끌어안으며

앞이 보이지 않게 막았다.

아내의 이런 모습에 경사는 아내가 자기를 환대하여

장난하는 것으로 알고 기뻐하며 아내를 끌어안고는,

"! 나는 북쪽 재상 집 장례에 갔다 오는 길이오."

이렇듯 한참동안 치마를 뒤집어쓴 채 떠들며 좋아하는 사이에,

청년은 옷을 주섬주섬 쓸어안고

재빨리 방에서 달려나와 집 모퉁이를 돌아 담을 넘어 가버렸다.

경사는 아내를 끌어안고 있다가 아내가 속곳만 입고 있는 것을 알아채곤,

"여보! 속옷만 입고 나 오기만을 기다렸구려."

라고 하며 자기를 기다리며 미리 옷을 벗고 있는 줄 알고 좋아했다.

그리고는 아내를 끌어안아 방으로 들어가 눕히고 마침내 몸을 합치니,

이날 따라 아내는 더욱 적극적으로 남편의 움직임에 호응하여,

남편은 매우 흡족해했다.

 

제145화 수염 많은 여인(多髥之女)

수염 많은 양반이 여행하다가 날이 저물어 시골집에 묵기를 청하였다.

마침 주인은 집을 비우고 먼길을 떠나 내일 돌아오기로 하여

아낙네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밤에 잠을 청하던 양반은 밖에서,

"수염 많은 사람은 내일 대차반()을 잡수시겠지."

라고 중얼거리는 아낙네의 소리를 듣고는

내일 나올 큰 주안상을 기대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나 한낮이 되도록 주안상이 나오질 않았다.

화가 난 양반은 주인 아낙네에게 따졌다.

그러자 아낙은 웃음을 터트리고 대답도 없이 사라졌다.

그제야 희롱 당한 것이라 짐작한 양반은 아낙을

양반을 희롱하였다 하여 관아에 고발했다.

관아에 잡혀가 심문을 받게 된 아낙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실은 수염 많은 손님이란 저의 음부를 가리키는 것이고,

대차반이란 남편의 양물을 가리킨 것이었사옵니다.

내일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며 중얼거린 소리였는데,

자신의 수염 많은 것만을 생각하고

지레 짐작한 손님의 잘못을 왜 제게 추궁하십니까 "

라며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사또가 이를 증명하고자 아낙의 밑을 들춰보니

과연 털이 수북하게 나 있어 너털웃음을 지으며 무죄 방면하였다.

 

제146화 궁하면 통한다(窮則通)

황해도 어느 고을에 만수(萬壽)라는 총각이 가세가 빈한하고

조실부모하여 글도 배우지 못해 스무살이 넘도록 장가도 들지 못해

커다란 덩치에 머리를 칭칭 땋아 늘이고 다녀야만 했다.

그러나 다행히 영리한 편이고 또 부지런하여

동네 사람들에게 인심만은 잃지 않았다.

만수의 유일한 소원은 장가드는 일이었다.

하지만 만수의 형편이 이모양인지라 누구하나 딸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마침 같은 동네 부잣집 김좌수(金座首)에게는 과년한 딸이 있었다.

얌전한 데도 으뜸이요,

인물 또한 으뜸이어서 웬만한 혼처는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혼기를 놓쳤던 것이다.

김좌수의 딸을 마음에 두던 만수는 어느 날 좋은 묘책이 떠올랐다.

초여름이라 한참 농사짓기에 바쁜 때이지만

장가드는 일이 급한 만수는 김좌수 댁을 찾아갔다.

다행히 몇몇 하인들은 모두 농사일로 들에 나간 모양이라

거침없이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처녀가 거처하는 방 앞에 가서 가만히 동정을 살폈다.

처녀는 홀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만수는 서슴치 않고 처녀의 방문을 홱 열고는 다짜고짜로,

"()?"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나와 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처녀는 어리둥절하여 소리조차 지르지를 못했다.

더구나 ''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더욱 알 까닭이 없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만수는 위아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소문을 퍼뜨렸다.

"나는 우리 동네 김좌수 댁 따님과 ''했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인근에 퍼졌다.

"여보게들, 만수가 김좌수 댁 따님과 궁했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그것도 모르겠나? 만수가 그 댁 따님과 정을 통했다는 말이지 뭔가."

"그게 사실일까?"

"만수가 무식하기는 해도 거짓말은 안한다네.

노총각이니 있을 법도 한 일이고."

"김좌수가 만수에게 딸을 줄까?"

"안 주면 별 수 있나? 이왕 이렇게 된 바에야 도리 없지."

드디어 소문을 듣고 노여움에 치를 떨면서 김좌수가 딸에게 물었다.

"그게 사실이냐?"

"소녀는 그런 짓을 저지른 일이 없사와요. 아버님"

눈물짓는 딸을 보고는 몹쓸 누명을 벗기고자

김좌수는 고을 관가에 송사(訟事)를 걸었다.

"듣거라, 본관이 묻는 말에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관명(官命)을 쫓지 않은 죄로 호된 벌을

면치 못하리라. 알겠느냐?"

"."

세 사람은 사또 앞에 깊이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 만수에게 먼저 묻노니,

너는 아무 날 아무 시에 김좌수의 딸이 거처하는 방으로 가서

궁한 사실이 있느냐?"

"그러한 사실이 있사옵니다."

"궁이라 함은 김좌수의 딸과 관계를 맺었단 말이렸다?"

"사또께서 통촉하옵소서."

"다음, 김좌수의 딸에게 묻노니,

만수가 모일모시 너의 방으로 와서 궁한 사실이 있느냐?"

", 그런 사실은 있사옵니다."

딸의 대답은 다만 만수가 다짜고짜로 자기 방문을 열고

말로써 궁하고 달아나 버린 데 대한

사실만을 뜻하는 것이었으나 듣기에 따라 과년한 처자가

춘정을 못 이겨 총각 만수를 불러들여 관계를 맺은 것으로도 들리는 대답이었다.

이윽고 사또는 만수와 김좌수의 딸이 혼인을 하라는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제147화 모르는 것은 쥐어줘도 모른다(掌授不知)

옛날 어느 집에서 일곱 살 먹은 처녀를 민며느리로 맞아들였다.

어느덧 수삼 년의 세월이 흘러 며느리가 열 서너 살에 접어들자

이제는 음양의 이치를 알 때도 됐다고 여긴 시부모가 성급하게

며느리를 아들의 방에 들여보내 동침을 하도록 했다.

장성한 아들이 어린 처가 혹시 음양을 아는가 싶어

자기 양물(陽物)을 처의 손에 쥐어 줘 보았다.

며느리는 뭔지는 모르나 보드라운 촉감이 좋고

기분이 이상해 남편의 양물을 조물락거렸더니

금새 부풀어올라 손바닥 안이 그득해져 꼭 터질 것만 같았다.

덜컥 겁이 난 며느리가 얼른 잡았던 남편의 양물을 놓고 시부모의 방문 앞에 가서,

"아버님, 어머님!"

하고 황급히 부르자 방안에서,

"왜 그러느냐 ?"

"서방님이 가죽방망이를 손에 쥐어 주는데 붙들고 있었더니

자꾸 커져 가지고 밤새도록 놔두면 한방 가득 넘칠 것 같습니다."

어린 며느리의 이 말에 시어머니 장탄식을 하며,

"모르는 것은 쥐어 줘도 모른다더니 네가 바로 그짝이로구나!"하였다.

 

제148화 나는 용기 있는 남자요(有勇丈夫)

한밤중에 어느 신혼부부가 사는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은 도둑질하러 들어왔다가 한 구석에서

떨고 있는 색시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여봐."

하고 도둑이 방 한쪽 구석에 금을 긋고 남편을 금 안으로 몰아넣고는 말했다.

"이 금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나오기만 하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다. 알겠는가?"

하고 위협을 했다.

신랑은 도둑이 색시에게 달려들어 욕을 보이는 것을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일을 마친 도둑이 유유히 사라지자 신부가 신랑을 향해 '겁쟁이' 라고 투덜댔다.

"이 꼼생이 같은 겁쟁이 놈아."

아내가 신랑에게 욕을 해 주고는 이 사실을 포도청에 알렸다.

오래지 않아 포졸들이 달려왔다. 포졸이 남편에게 물었다.

"그래, 그대는 도둑이 시키는 대로 얌전히 서 있었단 말이오?"

그러자 남편이 분연히 대답했다.

"천만에요. 난 용기 있는 남자요. 그놈이 그 짓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에

십여차례나 금 밖으로 발을 내디뎌 봤다우."

 

제149화 마부장 우별감(馬部長 禹別監)

어느 기생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을 대접하는데

대개가 한두 번씩은 상관한 위인들이다.

한 사람이 먼저 와서 자리에 앉아 있는 데 두 사람이 짝을 지어 또 들어온다.

그러자 기생이 하는 말이

“마부장(馬部長)과 우별감(禹別監)이 오시는군.

얼마 후에 또 두 사람이 들어오니

“여초관(哨官)과 최()서방이 오시는도다.” 한다.

먼저 온 자가 가만히 바라보니

지금 들어 온 네 사람의 성이 김씨요, 이씨인데

마씨니 여씨니 우씨니 최씨니 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 사람이 각각 돌아간 후 기생에게 묻는다.

“네가 손님들의 성씨를 그토록 모르느냐”

“그 분들이 다 나하고 친한지 오래된 사람들인데 모를 리가 있소이까?

마씨, 여씨 등의 성을 붙인 것은

밤일을 치룬 다음 제가 지은 별호(別號)들이지요” 하고 설명한다.

“그중 아무개는 덩치가 크고 양물(陽物)도 크니 성이 마()씨인 것이 분명하고

아무개는 몸은 작으나 아랫것은 몹시 크니 성이 여()씨요,

또 아무개는 한번 꽂으면 금방 토하니 성이 우()씨요,

아무개는 참새가 위로 오르고 아래로 내렸다 하기를 변화무쌍하게 하는 것 같이

이 사람도 그러하니 최(- 참새 과 글자가 비슷함)씨가 아니겠오”.

이어 먼저 와서 앉은 자가

“그럼 나는 무엇으로 별호를 주겠느냐” 하자

“나날이 헛되이 왔다가 헛되이 가서 헛되이 세월만 보내니

마땅히 허생원 (許生員)으로 부르는 것이 적격일까 하오.

하니 모인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제150화 서방이 하나 반(夫之一人半)

어느 마을에 짖궂은 사내가 있었다.

이 마을 부녀자들은 초여름이 되면 폭포수 흐르는 계곡으로 물마중을 가는 데

어느 날 이 짖궂은 사내가 발가벗고 기름독에 들어갔다 나온 후 밀가루독에 들어가

몸에 밀가루칠을 잔뜩 한 다음 여인들이 물마중 가는 길가의 큰 고목 나무 위에 앉아서

목소리를 우렁차게 꾸며 여인들에게 호통을 쳤다.

"여봐라, 거기 모두 다들 섰거라."

여인들은 옷을 곱게 차려 입고 가다가 깜짝 놀라 모두 섰다.

"나는 옥황상제님의 명을 받들어 하늘에서 내려온 금강역사인데,

너희들 서방이 몇 명인지 제대로 다 말하거라.

내가 낱낱이 알고 있으므로 만약에 너희들이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너희들의 목이 단칼에 달아날 줄 알거라."

여인들이 금강역사를 가만히 바라보니 겁이 덜컥 났다.

머리에서부터 온몸이 허연게 금강역사를 한 번도 본적이 없지만

정말 금강역사로 여겨 놀란 가슴을 간신히 진정을 시키고는

하나 둘 대답을 하기 시작하였다.

"쇤네는 둘이옵니다."

"쇤네는 셋이옵니다."

어떤여자는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라고 이실직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짖궂은 사내의 처만 대답을 하지 않으니 그 여자를 향해 사내가,

"너는 서방이 몇이더냐."고 다시 호통을 쳤다.

그러자 짖궂은 사내의 처는

"쇤네는 서방이 하나 반이옵니다."

대답 하였다.

사내는 하도 어이가 없어 여인들에게

모두들 가던 길을 가라고 이르고는

개울가로 달려가 목욕을 한 후 얼른 집으로 돌아와

시침을 딱 떼고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처에게 물었다.

"물마중 별 일 없이 잘 다녀 왔소?"

"그럼요. 아주 잘 다녀 왔지요."

"정말 아무 일 없었소?" 사내가 묻자

처는 왠지 아침에 본 고목나무 위의 금강역사의 모습이 떠올라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속이게 되면 목이 달아날 것 같고 차라리 부끄럽지만

사실을 얘기하면 죽지 않고 살겠구나 싶어 실토를 하였다.

"물마중을 가다가 옥황상제님이 보내신 금강역사를 만났는데

느닷없이 서방이 몇이냐 묻지 않겠어요.

거짓말을 하면 목이 달아난다고 해 솔직히 말했지요.

다른 여자들은 둘이요, 셋이요, 혹은 아홉이요, 혹은 열둘이요 했지만

나는 서방이 하나 반이라고 했지요."

"뭐라고, 하나 반?"

"."

"어째서 나는 분명 하나인데 하나 반이오? 반은 어떤 놈이오?"

"내가 아침에 우물가에서 머리를 감느라고 허리를 숙이고 있는데

웬 사내놈 하나가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 젖통을 덥석 잡아

비틀어 보고 달아나는 거예요. 어떤 놈인지는 모르지만

그놈이 반쪽 서방 아니겠어요 ?"

이 말을 들은 사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기 처의 젖통을 잡은 그자는 바로

사내 자신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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