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귤북지(南橘北枳)
남쪽의 귤과 북쪽의 탱자,
같은 것이라도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남녘,南 귤,橘 북녘,北 탱자,枳>
모든 생물은 사는 곳의 환경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람도 물론 친구를 사귀는데 따라 착하게도 되고
악하게도 된다고 가르친다.
孟子(맹자) 어머니의 三遷之敎(삼천지교) 외에도
사귐을 바르게 하라는 성어는 많다.
검은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며 近墨者黑(근묵자흑),
곧은 삼밭에서 자라는 쑥은 곧을 수 밖에 없다는
麻中之蓬(마중지봉)이 자주 쓰인다.
앞서 나왔던 橘化爲枳(귤화위지)는 귤이 탱자가 된다는
이야기로 역시 주변 환경을 중요시했다.
똑 같은 의미로 사용되는 남쪽의 귤(南橘/남귤)과
북쪽의 탱자(北枳/북지)라는 이성어는 잘 알려졌듯이
春秋時代(춘추시대) 齊(제)나라의 뛰어난 재상
晏嬰(안영)의 江南種橘 江北爲枳(강남종귤 강북위지)란
기막힌 비유에서 나왔다.
잎과 향기가 비슷한 귤과 탱자는 분류상 사촌이지만
자라는 곳에 따라 잎과 열매 크기, 맛이 달라져 가치가
차이가 난다.
江南(강남)은 강이 있는 지역마다 남쪽을 지칭하지만
여기서는 중국의 대표적인 揚子江(양자강)이 아니고
淮水(회수)의 남쪽과 북쪽을 가리킨다.
길이가 110km에 이르러 黃河(황하)와 3대 하천에 들며
예로부터 회수를 분기점으로 남방과 북방을 구분 지었다고 한다.
지역은 어떻든지 '晏子春秋(안자춘추)'에 있는
안영의 재치 있는 이야기를 보자.
청렴결백하고 세 임금을 모시며 충간을 하여
잘 보필했던 안영은 키가 작아서도 신망을 받아
우러름을 받았다.
楚(초)나라로 사신으로 갔을 때 靈王(영왕)이 키가
작다고 비꼬자 안영은 소국에 보낼 때는 소인을
보낸다고 맞받았다.
한방 먹은 왕이 제나라 출신 도둑을 끌고 와 모두
이런 사람만 있느냐고 물었다.
'회남에서 귤이 자라면 귤이 되고 회북에서 자라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습니다(聞之 橘生淮南則爲橘
生於淮北爲枳/ 문지 귤생회남칙위귤 생어회북위지).
' 안영은 지지 않고 바른 사람이 초나라에 와서
도둑이 되었다는 식으로 답해 영왕을 무안케 했다.
자신이 가면 어지러운 주변 환경까지 바꿀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일수록 나중에 동화되기 쉽다.
좋지 못한 환경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지만 어쩔 수 없이
부닥치게 된 악조건에서 극복한 사례도 나오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헬조선이라고 낙담만 하고 있으면 미래가 없다.
의지를 갖고 강북에서라도 귤을 가꾸도록 할 일이다.